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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28 21:16
Laura Fygi (로라 피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36  



Laura Fygi (로라 피지)

 


재즈에서 스탠더드 팝넘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부드럽지만 허스키한 독특한 보이스로 소화해내는 재즈보컬리스트 로라 피지(Laura Fygi)는 국내에서 알려진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누리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이다. 로라 피지는 다이아나 크롤(Diana Krall), 다이안 리브즈(Dianne Reeves) 등과 함께 90년대에 두곽을 나타내었는데, TV, CF 배경음악, 영화 등에 그녀의 노래가 사용되며 국내 팬들에게 친숙해진 그녀는 몇 차례 내한 공연을 갖기도 하였다.

그녀의 음색은 벨벳으로 짠 커튼 마냥 부드럽고 신비하다. 비록 화려한 스캣(Scat: 뜻없는 소리를 가사로 바꾸어 즉흥적으로 부르는 노래)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유연한 스윙감을 타고 리듬과 멜로디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런 매력은 남미 우루과이에서 성장한 그녀가 보사노바 스타일을 호소력 짙게 파고 들 때 더욱 잘 표현된다.

로라 피지는 195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네델란드인인 아버지와 무용가였던 이집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비교적 어린 시절을 부유하게 보냈다고 한다. 로라 피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음악과 자연스런 친밀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남미 우루과이에서 보냈는데 이 시기에 남미 특유의 정열과 리듬을 감각적으로 익혔다. 청소년기에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와서 음악에 대한 꿈을 조심스럽게 키워가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유럽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곳인데다, 암스테르담만 해도 재즈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200여곳이 넘을 정도로 유럽 재즈 강국 중 하나다. 로라 피지는 이러한 천혜의 조건 속에서 재즈 싱어로서의 실력을 닦아나갔다.

로라 피지는 처음엔 재즈가 아닌 장르에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7년에서 1991년까지 로라 피지는 유명한 네델란드의 디스코 밴드인 Centerfold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네델란드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1991년 Centerfold의 활동이 중단된 후 로라 피지는 Rowan Moore와 함께 The Backlot라는 밴드를 조직하여 레코딩 하기를 원했으나 Mercury 레코드사는 그녀가 솔로 앨범을 낼 것을 원했다. 1992년 로라 피지는 솔로 데뷔 앨범 [Introducing Laura Fygi]를 발표하였다. 이 앨범은 Centerfold의 한 멤버가 아닌 '로라 피지'를 보여주는 앨범이었다. 지난 이미지는 간 데 없고, 로라 피지만의 특유한 보이스와 전혀 색다른 Jazzy한 음색으로 그려졌다. 또한 이 앨범에는 재즈 하모니카의 거장 투츠 틸레망스(Jean 'Toots' Thielemans)가 참가하였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예의 데뷔 앨범에 재즈의 역사를 짊어져 온 거인의 참여는 로라 피지의 첫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투츠 틸레망스로부터 재즈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감성을 전수 받은 로라 피지는 발전을 거듭하였으며 그녀의 인기는 미국과 유럽, 일본과 남미로 빠르게 번져갔다. 이 앨범은 네덜란드의 그래미상이라 할 수 있는 에디슨 상을 수상하고, 동양의 재즈 강국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재즈의 본산 미국에서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

90년대 이후 로라 피지가 행했던 여러 차례의 스튜디오 레코딩 중 하나는 발매와 함께 에디슨 상을 수상하였으며, 두 개의 앨범은 포노그래픽 골드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특히 앨범 [Bewitched]와 [The Lady Wants To Know]는 빌보드 재즈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싱어 그 누구도 닿지 못했던 성공을 거두었다. 로라 피지는 미국과 일본에서 90년대 가장 주목할 만한 여성 싱어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한 그녀는 독특한 억양과 매력적인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이 다른 재즈 싱어와 그녀를 구분짓는 중요한 요소다.

993년에 발표된 앨범 [Bewitched]는 "Let There Be Love"와 "Bewitched"가 많은 인기를 받으며 재즈팬들에게 그녀의 이름이 각인되게 된다. 이 앨범은 뒤늦게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후 1997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후 일년뒤인 1994년에는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의 [Sleeping Gypsy]에 수록되었던 노래를 타이틀로 내세운 앨범 [The Lady Wants to Know]를 발표하며, 투츠 틸레망스(Toots Thielemans), 클락 테리(Clark Terry), 자니 그리핀(Johnny Griffin) 등과 함께 작업하였다.

1997년 세 번째 앨범 [Watch What Happens]에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영화음악, 재즈 작.편곡가인 미쉘 르그랑(Michel Legrand)의 송북(Song book)형태의 앨범을 제작하여 그녀의 풍부한 색감을 담고 자신의 매력을 듬뿍 담았는데, 여기에 미쉘 르그랑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1998년 암스테르담 Carre Royal Theatre에서 행해진 라이브 앨범 [Live]에서는 전작에서 함께 했던 미쉘 르그랑이 지휘하는 메트로폴 오케스트라의 비호 아래 더욱 깊고 그윽해진 소리의 자태를 과시하였다.

2000년에 들어서 그녀는 주요 활동 무대였던 브라질 등지의 라틴음악에 강한 관심을 갖게 됐고 [The Latin Touch]에서 그 관심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더 멋진 매력을 발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1년에 그녀의 음악인생에 있어 전환을 의미하는 앨범 [Change]를 발매하며 종전에 느꼈던 매력과는 다른 그녀의 변화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004년에는 최초의 크리스마스 앨범 [The Very Best Time of the Year]를 발표하였다. 2006년 내한공연을 가진 로라 피지는 한국 공연을 기념하는 [The Romantic Collection]을 발표하였다.

엘라 핏제랄드, 줄리 런던의 뒤를 잇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기대를 받는 로라 피지가 재즈라는 공간에서 활동하면서도 여느 팝 보컬리스트 못지 않은 대중적 호감을 확보할 수 있음은 그녀의 음악에 깃든 '친근의 미덕', '보편성의 미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쭙잖게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재즈라는 액세서리를 채운 껍데기들 보다 차라리 자신의 귀와 가슴이 일러주는 대로 감동을 허락하는 대중들은 로라 피지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 설 수 있다. 대중적, 보편적 매력을 함유하고 있는 음악은 예술적 기능에서도 충분한 만족을 선사한다는 대중 문화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