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C 
 D 
 E 
 F 
 G 
 H 
 I 
 J 
 K 
체크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 
어제 : 1,039, 오늘 : 1,103, 전체 : 322,873
 
작성일 : 19-12-13 20:41
L.A. Guns (엘.에이. 건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5  



L.A. Guns (엘.에이. 건스)

 

 
1980년대 초, 중반 LA 메탈의 인지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강경한 보수노선을 구가했던 레이건 행정부 아래에서 많은 제약을 받던 미국 젊은이들은 이 쾌락적이고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감각 지상주의'음악에 온몸을 맡겨버렸다. 글램의 영향을 받은 짙은 화장과 성 관계를 암시하는 저속한 가사는 이들의 모토였고, 여자와 약물은 이들의 화두였다. 대표격인 머틀리 크루(Motley Crue)와 포이즌(Poison)등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적어도 1980년대 말까지 이 장르를 일정 수요를 확보한 탄탄한 시장으로 구축해 놓았다. L.A. 건스는 이 융성했던 LA 메탈 씬이 서서히 침잠하기 시작할 무렵 등장했다.

L.A. 건스의 운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첫 출항은 1983년으로 소급해 올라간다. 기타리스트 트레이시 건스(Tracii Guns)는 후에 그 유명한 건스 앤 로지스를 이끌게 되는 보컬 액슬 로즈(Axl Rose)와 함께 밴드를 결성했다. 하지만 액슬이 떠나면서 그룹은 공중 분해된다. 후에 트레이시 건스는 다시 한번 액슬 로즈와 협력하지만, 음악성의 깊은 골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좌절하지 않고 그는 세 번째로 팀 재건에 착수한다. 영국 메탈 밴드 걸(Girl)에서 활약하던 필 루이스(Phil Lewis), 충격적인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밴드 와스프(WASP)의 드러머 스티브 라일리(Steve Riley), 그리고 베이시스트 켈리 니켈스(Kelly Nickels)와 기타 연주자 믹 크립스(Mick Cripps)가 최종 낙점자였다.

1988년 우여곡절 끝에 L.A. 건스의 1집 <L.A. Guns>가 발표됐다. 총과 해골이 그려진 도발적인 자켓과 'Sex action''과 같은 노골적인 곡을 담고 있는 밴드의 처녀작은 그리 큰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LA 메탈의 지향점인 '향락과 퇴폐'를 시종일관 추구했으나 아직 그것들을 세련된 형태로 가공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L.A. 건스가 팬들 사이에 확고부동한 입지를 다지게 된 작품은 다음해 발표한 <Cocked & Loaded>였다. 같은 연도에 출시된 머틀리 크루의 메가 히트작 <Dr. Feelgood>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앨범은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밴드 연대기에 큰 획을 그었다. 이 앨범에서는 1950년대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ne Mansfield)를 추모하는 노래 'The ballad of Jayne''이 톱 40에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L.A. 건스의 음악이 같은 범주 내의 다른 그룹들과 구별되는 특징은 정통 미국 하드 록 사운드를 많이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성향은 3집 <Hollywood Vampires>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기서 밴드는 LA 메탈의 상징인 청중들의 역치를 자극하는 사운드에서 단절, 걸쭉하고 복고적인 톤을 연출해냈다. 'Snake eye boogie''란 곡에서는 맛깔스런 부기 사운드까지 구사했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당시 질풍노도의 기세로 주류를 석권하던 그런지의 파도아래 잠재워졌다. 그룹의 좋은 순간도 거기서 막을 내렸다.

1995년에 발표한 4집 <Vicious Circle>은 가장 미약한 앨범이었다. 판매고는 물론이거니와3집에 실렸던 발라드 'Crystal eyes''가 다시 수록될 정도로 퀄리티 면에서도 한계를 노출했다. 그 이후 크리스 반 달(Chris Van Dahl), 랄프 샌즈(Ralph Saenz), 지지 펄(Jizzy Pearl)로 연이어 보컬리스트의 교체가 이루어지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시아권을 제외하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L.A. 건스의 효용성은 1980년대의 미국 LA라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 상품'이자 동시에 인정받을 만한 능력을 가진 연주인들 이었다. 그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