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C 
 D 
 E 
 F 
 G 
 H 
 I 
 J 
 K 
체크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 
어제 : 1,039, 오늘 : 1,106, 전체 : 322,876
 
작성일 : 19-12-16 20:19
Lacrimosa (라크리모사)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2  



Lacrimosa (라크리모사)
 


 
음악을 만든다는 방법에는 애초에 아무런 배경지식이나 학습이 없이 백지 상태에서 떠오르는 악상을 표현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의 음악에서 느낌을 얻어와 자기의 스타일을 굳혀 가는 방법 역시 있을 것이다. 그중 전자의 방법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되다. 결국 누구나 알게 모르게 자라오면서 들어온 음악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음악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중 지금 소개할 독일의 라크리모사는 고쓰와 고딕을 주된 스타일로 정해놓은 듯 하지만 클래식의 강국에서 태어난 밴드답게 자신의 음악적 배경을 잊지 않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돌아와 장중한 음악을 선사해준다.

그동안 메틀과, 고딕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수많은 크로스오버 밴드들 중에 유달리 매니아층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독일밴드 라크리모사는 1990년부터 Tilo Wollf의 원맨밴드 형식으로 시작을 한 후 여성 보컬리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인 Anne Numi를 4집 [Inferno](95년 발매작)부터 영입하여 한편의 서사작인, 그리고 장대한 스케일의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4집 [Inferno]의 싱글 'Capycat'으로 국내에 크게 알려지면서 한때 이들의 음악성이 'Copycat'같은 곡의 스타일로 오해되는 일도 있었으나 그 이면에 감춰진 이들의 음악성은 진지하고 고뇌하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나 흑백의 우울하고 초현실주의적인 자켓 디자인에 항상 등장하는 나체 여인과 삐에로의 그림은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쉽게 알아칠 수는 없겠지만 한가지 느낄 수 있는 점은 이들이 모티브로 삼고있는 것이 언제나 비극과 슬픔이라는 것이다. 북유럽을 근간으로 해서 맹렬하게 퍼진 다크웨이브, 다크엠비언트의 색채와 미스터 닥터(Mr.Doctor)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이 주가 되는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밴드 데블 달(Devil Doll)의 모습까지도 절묘하게 포용하여 어딘가 맛이 틀린 색다른 음악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어린 시절의 지워지지않는 트라우마(Trauma)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신비한 그 어느 곳을 꿈꾸게도 하며 유원지의 삐에로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구닥다리 오르간 소리로 그로테스크를 조성해 주는 이들의 음악은 깊고 깊은 사고의 수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Tilo Wollf의 차가운 음성과 Anne Nurmi의 애틋한 선율은 세기말적인 이미지로, 또는 음악을 표현하는 H.R.기거(H.R. Giger)같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Tilo의 음악은 그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레퀴엠(Requiem)으로 축약될 수도 있을 것 같다. 5집 [Stille]에서 들려주었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와 오케스트레이션 섹션과의 비장한 어울림이 가득한 이 음악은 크로스오버라는 단어 그 자체를 무색하게 할만큼의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악곡의 완벽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거나 완벽한 연주를 한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표현되는 분위기와 전체적인 테마의 흐름은 충분히 인정해줄 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괴상한 외모를 가진 독일청년의 독특항 음악성을 어떻게 단정지어 평가내려야 할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편리함이란 이름하에 수없이 세분화된 음악 장르들 속에 각각 다른 스타일과 다른 악기들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멀리 해오는 상황엣 이런 넓은 포용력으로 그리고 자신 고유의 색깔을 가진 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음악을 해오며 몇장의 싱글들과 정규앨범, 그리고 라이브 음반까지 발표하며 음악적 욕구를 맘껏 발산해오던 라크리모사는 99년 여섯 번째 앨범을 발표하며 중견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그리스 신화의 한 여신이며 3집 [Satura] 자켓부터 등장한 나체의 미녀 엘로디아(Elodia)에게 바친다는 그들의 여섯 번째 정규음반에서 성가곡같은 부분들은 이전에 나온 EP [Alleine Zu Zweit]와 마찬가지로 헐리우드의 스타워즈 3부작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에서 녹음을 했고 그 외의 부분은 함부르크의 Impuls 스튜디오(Love Like Blood, Pyogenesis)에서 작업을 했다. 14개월의 기간동안 적어도 187명의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많은 뮤지션들이 모여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록오페라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다 스스로 말한다. Tilo와 Anne는 이 음반의 컨셉인 엘로디아 여신의 이야기를 그들의 가사에 아주 자세하고 강렬한 표현력으로 독특하게 해석을 하여 오페라 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