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a Ono (리사 오노)
1990년대, 브라질 지구 정 반대편의 나라 일본에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생소한 장르가 열풍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양하고 폭넓은 장르에서 세계시장을 점령해가는 일본 음악계에 보사노바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가 바로 리사 오노(Lisa Ono)이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일본은 그들의 음반 시장 규모만큼이나 무시못할 힘을 길러 왔다. 음악의 다양성, 전문성, 상품성 등을 자기들만의 감성으로 포장하는 능력은 가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이고 이미 세계 시장을 겨냥한 음반 기획과 많은 뮤지션들이 생겨난 실정이다. 리사 오노 역시 보사노바 음악을 하는 일본 여성으로 조금은 낯설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브라질에서 생활한 경험 때문인지 그녀는 일본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본토의 감각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정서를 신선한 연주로 들려준다.
노래는 물론 작곡과 작사, 바이올린과 기타에 이르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리사 오노는 1967년 브라질의 상파울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10살 때 모국인 일본으로 건너온 후 아버지가 경영하는 클럽에서 기타를 치며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시작한다. 가수로서, 기타리스트로서 또 작곡가로서 보사노바와 브라질 음악의 일본 최고 아티스트로 대접받는 그녀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 받아왔다. 브라질에서 'Top Brazilian Musician'의 대접을 받으며 주기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인기도 대단해서 뉴욕의 'Top Jazz Club'에서 수시로 연주회를 열고 있다.
1989년 데뷔 음반 [Capurity]과 함께 음악계에 정식으로 모습을 나타낸 리사 오노는 일본에서 인기 몰이를 시작한 후 1996년까지 [Monina], [Catupiry], [Namorada], [Esperanca], [Minha Saudade], [Rio Bossa] 등의 앨범들을 성공시키며 일본에 보사노바 열풍을 일으키고, 그 인기에 힘입어 아홉번째 앨범 1997년작 [Essentia] 부터는 EMI를 통해 세계 시장에 앨범이 발매되면서 국제적으로도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보컬, 그리고 일본 뮤지션이지만 브라질에서 태어나 자연스러운 포르투갈어 발음을 구사할 수 있는 점 등은 그녀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1998년 정통 보사노바 음악의 거장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후계자들과 함께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보사노바 탄생 40주년 음반인 [Bossa Carioca]를 자신의 열 번째 앨범으로 발표하며 브라질과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런 큰 성공을 뒷받침 해주듯 그녀는 일년중의 절반을 브라질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 무대에서 베테랑으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 정통 보사노바 보다는 대중적인 편안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더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을 한국 팬에게 알린 11번째 앨범 [Dream]은 예전 앨범들과는 달리 곡 제목들 대부분이 영어로 구성되었는데, 베니 굿맨의 "Stomping At The Savoy"와 조니 머서의 "Dream", 레스 브라운의 "Sentimental Journey" 같은 1930년대와 40년대의 스윙 넘버들을 재해석했다. 이듬 해인 2000년에 발표된 앨범 [Pretty World]는 팝과 재즈 명곡들을 그녀 특유의 편안하고 은은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주고 있다. 이 앨범은 쉬운 재즈로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다수의 곡이 광고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어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조지 벤슨의 "This masquerade", 재즈 스탠다드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와 같은 명곡들을 보사노바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비틀즈의 "Yesterday",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 스티비 원더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과 같은 팝 명곡들도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녀의 대중 친화적인 앨범 구성은 2000년 캐럴 앨범 [Boas Festas]으로 이어졌다. 이 앨범에서는 ‘보사노바=여름 음악’이라는 등식을 깨고 익히 알려진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사노바풍으로 들려줬으며 이어진 [Lisa's Ono Bossa Hula Nova](2001)에서는 하와이 전통 음악과 보사노바의 만남을 주선해 그녀의 색다른 시도가 꾸준히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리고 또 다시 [Questa Bossa Mia...](2002)에서는 칸초네 레퍼토리를 보사노바로 해석해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초기 앨범들과 라틴 음악계의 거장 카를로스 리라, 조앙 도나투 등 ‘친구들(Amigos)'과 함께 했던 보사노바 명곡집 [Amigos](2000) 그리고 [Bossa Carioca](1998) 등에서는 귀에 익은 보사노바 레퍼토리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영어로 된 스윙 재즈 레퍼토리를 보사노바로 불러준다거나 하와이와 이탈리아 음악 등을 들려주는 ’브라질 태생의 일본 뮤지션‘ 리사 오노의 모습은 충분히 눈길을 끌 만 했다. 그리고 단순한 화제성을 뛰어넘어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만들어낸 높은 고 충실도의 음악은 적당히 고급스럽되 어렵지 않은 음악을 찾는 많은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