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 (루나)
슈게이징의 일렉트로닉으로의 승화가 라이카였다면, 루나는 브릿 록의 전형적인 미소년 밴드의 이미지가 강하다(실제로는 전혀 아님).
스탠리 드메스키(Stanley Demeski: 드럼, 퍼쿠션)와 션 에덴(Sean Eden: 기타), 저스틴 하우드(Justin Harwood: 베이스), 그리고 딘 웨어햄(Dean Wareham: 기타, 보컬)으로 구성된 루나는 인디락에서 만큼은 정상에 우뚝 서있는 밴드다. 슈퍼 밴드라는 것이 반드시 상업적인 결과에 의해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 또한 그렇게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밴드가 어떻게 결성되었는지 그리고 음악은 어떠한지는 조금 있다 알아보기로 하고 그전에 잠깐 짚고 넘어갈 밴드가 있다.
언제나 루나를 거론할 때 따라 다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이하 VU)이다. 잘 알겠지만 VU는 수많은 이들, 특히 인디 밴드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적어도 인디권에서만큼은 비틀즈도 VU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많은 후배들이 이들을 존경함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그 중 70년대의 텔레비전(Television), 80년대 필라이즈(Feelies)와 지저스 앤 매리 체인(Jesus And Mary Chain)이 이른바 ‘Children Of The Velvet Underground’였고, 90년대에 와서는 요 라 탱고와 루나가 대표적인 밴드였다.
이상 모두는 VU의 음악을 단순히 흠모하는 차원을 넘어 연주에서 목소리까지 모든 걸 닮고 싶어했다. 특히 루나는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에서 이를 입증했다. 그 중에서도 존 케일이 떠난 후, 루 리드의 침착한 음악관이 빛났던 VU의 3집 [The Velvet Underground](69)를 닮고 싶어하는 듯했다. 결국 루나는 90년대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로 통했고 밴드의 리더인 딘 워햄은 루 리드에 항상 비견되어 왔다.
하지만, 루나에게는 언제나 함께 거론되는 또 하나의 밴드가 있다. 80년대 후반 소닉 유쓰와 더불어 뉴욕에서 컬트적인 추앙을 받았던 인디 밴드 갤럭시 500(Galaxie 500). 바로 루나의 리더인 딘 워햄이 하버드대 동창인 Damon Krukowski , Naomi Yang와 함께 활동했던 밴드로서, 엄밀히 따지자면 루나보다도 더 중요한 밴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 세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91년 해체되고 만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로 딘 워햄이 결성한 루나와 나머지 두 멤버로 구성된 Damon & Naomi였던 것이다.
92년 딘 워햄(보컬/기타)은 한창 새로운 밴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이미 같은 뉴질랜드 출신의 칼리지 락 밴드 칠스(Chills)의 베이스 주자였던 Justin Harwood와는 뜻을 모았는데 문제는 나머지 파트였다. 그때 마침 쟁글팝 밴드 필라이즈가 해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딘은, 그 드러머였던 Stanley Demeski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당시의 통화 내역이다. “스텐리, 당신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당신을 새로운 내 밴드의 멤버로 결정했습니다”그러자 스텐리는 “오 그래요?… 밴드명이 뭡니까?”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딘은 마침 손에 쥐고있던 타로 카드에 달의 여신이 새겨져있는 그림을 보고 “Luna”라고 대답해주었고, 이렇게 해서 밴드명이 정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스텐리를 영입한 밴드는 그 해에 데뷔작 [Lunapark](92)를 메이저 레이블 일렉트라에서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미 동명의 밴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당시에는 ‘Luna 2’라는 밴드명을 사용해야만 했다. 데뷔작을 통해 갤럭시 500 시절보다 훨씬 밝고 정감 있는 사운드로의 변신을 보여준 밴드는, 이후 기타리스트 Sean Eden을 추가로 맞아들여 한층 세련된 성숙함을 담은 두 수작 [Bewitched](92), [Penthouse](95)으로 인디 팬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후 안타까운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는데, 우선 드러머 스탠리가 밴드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그 자리를 Lee Wall로 대체한 후 [Pup Tent](97)를 공개했다. 그리고 소속사인 일렉트라와도 결별한 채 새둥지인 ‘Jericho’에서 [The Days Of Our Nights](99)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지막 원년 멤버인 저스틴마저 개인 사정으로 밴드를 나가게 되면서 Brita Phillips를 새 베이스 주자로 맞아들이게 된다.
2001년 초 밴드는 첫 라이브 앨범 [Luna Live]를 공개하여 그 동안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을 했다. 또한 이는 지난 10여 년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미래를 새로운 마음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밴드의 의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