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nie Tristano (레니 트리스타노)
레니 트리스타노(Lennie Tristano)라는 이름은 재즈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이름이나 우리나라에 이 연주자의 음반이 많이 소개되지 못했던 때문인지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레니 트리스타노만이 가지고있는 독특한 개성과 쿨 스타일의 개척같은 공적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는 재즈사에서도 아주 드문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예술미는 다른 어떤 재즈 연주자에서도 찾기 힘든 깊이가 있는 것이다. 그의 연주는 현대적이라고 평가된다. 그의 활동시기가 40년대에서 60년대에 이르는 기간이었던 것을 기억해 낸다면 이런 평가는 아주 이례적이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그는 당연히 구닥다리 연주자로 분류 되어야 할 것이나 그의 연주는 지금 들어도 너무나 현대적이며 논리적이고 완벽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는 재즈뿐만 아니라 클래식의 현대음악적인 기법들을 과감하게 차용한다.
1919년 3월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니 트리스타노는 피아니스트이며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의 정성으로 아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아노와 여러 종류의 목관악기를 연주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런 천재성은 어려서부터 홍역에 의해서 차츰 시력이 나빠지다 18세에는 완전히 시력을 상실하는 바람에 좌절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런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시카고에 있는 미국 음악원에 입학하여 공부하다가 1943년에 졸업하게 된다.
그는 졸업하기 전에 이미 세션맨으로, 교사로서의 명성이 리 코니츠나 빌 루소를 비롯한 그의 추종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시카고 여기 저기에서 연주 활동을 하던 레니 트리스타노는 1946년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그 곳에서 디지 길레스피와 찰리 파커 등 당시의 뛰어난 뮤지션들과 어울려 연주하면서 세인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의 명성은 재즈 연주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대중이나 다른 계층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못했다. 실제로 그의 첫번째 앨범은 녹음한 지 몇년이 지나서 발매되었다.
그는 뉴욕에서 더욱더 교육에 열성을 올렸다. 이 시기에는 그의 제자 중 원 마쉬도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그의 교육열은 급기야 뉴욕에 비중있는 재즈 학교를 설립하게 되며, 이것은 그를 더욱더 대중과 멀어지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50년대 중반 그는 개인 교습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녹음 작업과 유럽 순회공연 등 여러 연주회를 통하여 대중들에게 돌아왔다. 그 후 나머지 생애를 자기 집을 소유하지도 않을 만큼의 자의적인 검소한 생활로 보냈다. 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정통적인 사색가의 작품은 그가 밥 음악과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개념의 음악을 추구하여 호평받았다.
그는 비록 프리 재즈의 개척자인 오넷 콜맨의 음악과는 다르지만, 그 당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음악 박자를 기초로 한 프리 재즈의 연주를 개발하였다. 제자들에게 그는 매우 엄격한 섬세함을 기초로 한 합주와 악기에 대한 완벽한 기교, 그리고 복잡한 변화의 박자를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하여 가르쳤다. 또한 그는 청음 연습을 굉장히 강조하였다. 그의 연주는 매우 깨끗한 음향과 정확한 선율을 선호하였고 감정에 치우친 요소는 배척하였다. 이런 점을 그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감정의 색채가 아닌 잘 짜여진 구성에 의한 연주"라는 브라이언 프리슬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역설하였다.
이같이 완고한 음악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정적인 연주를 하는 루이 암스트롱, 로이 엘드리지, 찰리 파커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분염하게 그는 그의 많은 제자들과 또 그 제자들을 통해서 수를 헤아일 수 없는 많은 음악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특히 피터 인드나 리 코니츠의 음악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1968년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대중앞에서 공연을 한 레니 트리스타노는 1978년 59의 나이로 사망할 때 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온 힘을 쏟았다.
트리스타노의 음악은 언제나 열광하게 한다. 쿨 스타일의 연주자 이토록 열광적일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연주에서 뭍어나는 광기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터치는 명료하고 무거운 중량감을 가지고 있다. 가령 그의 장송곡을 들어 보면 무언가에 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트리스타노의 독특한 터치와 약간은 악마적인 연주를 통해서 그런 중압감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코 흩어지지 않는 가지런한 연주도 눈여겨 볼만하다. 재즈의 감성은 대단히 다양한 모양으로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트리스타노의 표현방법은 색다른 하나의 경지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를 쿨 스타일의 연주자라고 분류하긴 하지만 그 이외에 달리 비교될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