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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27 19:17
Mono (모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02  



Mono (모노)

 

 
진보적인 테크노 음악을 만드는데 열중해왔던 뮤지션 마틴은 뭔가 색다른 궁리를 했다. '분명히 최신이면서 동시에 복고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보자' 이를테면 진보와 복고를 결합하는, 다분히 절충적인 음악이었다.

그러한 시도는, 조금은 지겨워진 테크노 세션과 프로그래머 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했다.

그때 미모의 여성 시오반을 만났다. 흑인 랩음악을 하던 시오반과 마틴이 팀을 이루면서 영국의 혼성 듀오 모노(Mono)를 탄생했다.

마틴이 해오던 음악은 구체적으로 힙합의 느낌이 단긴 테크노, 이른바 '트립합'이란 것이었다. 이 음악은 매시브어택, 포티셰드 그리고 트리키 등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지션에 의해 마니아 음악으로 급속히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음악이 진보적인 소리에 귀가 열려 있는 사람에게만 통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마틴이 보기에는 그랬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려면 그들이 느끼는 생소함과 불편함을 제거해야만 했다. 팝의 냄새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진보적이면서 귀에 부담없이 다가오는 음악이 만들어져 나왔다. '이지리스닝 음악'. 꽤 낭만적이다. 본고장에서는 '60년대 프랑스 예술영화의 분위기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마틴 스스로 싱글앨범 <모노의 생활(Life In Mono)>이 60년대의 프랑스 흑백영화에 기초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마틴은 이러한 '복고적 미래주의' 음악의 실현을 위해 여가수 시오반에게도 몇가지 변화를 주문했다. 랩이나 솔과 같은 그의 음악 배경을 일단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대신 더스티 스프링필드(영화 <접속>에 삽입된 '룩 오브 러브'를 부른 60년대 영국 여가수)나 보사노바풍의 아스트러드 질베르토 앨범을 들으라고 권했다. 수록곡은 그리하여 시오반의 '무심한 듯한' 60년대 팝여가수풍의 보컬이 가득하다.

이 앨범을 듣고 노래하는 여성이 전에 랩이나 솔을 했다는 느낌을 받기란 어렵다. 머라이어 캐리나 셀린 디온처럼 감정이 풍부하거나 볼륨이 있기는커녕 냉랭하고 얇아서 친근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당히 유혹적이다.

KBS 드라마 <스타>에 모노의 곡 '디즈니타운(Disney town)' 삽입된 것도 음악의 묘한 분위기를 지배하는 시오반의 보컬이 많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마틴의 의도가 성공적임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트립합의 '정통성'에 충실한 팬들은 마틴의 대중화 실험에 씁쓸해할 것이다. 트립합의 한계를 굳이 드러내려 하느냐고 분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한 것이 마틴의 음악적 자유가 가져온 산물이라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모노의 음악을 이렇게 설명했다. “트립합이나 테크노적인 사운드가 모노앨범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한테는 그냥 팝음악이다. 그렇게 만들고자 의도하기도 했다. 솔직히 난 트립합이란 의미를 잘 모르겠다. 트립합이니 테크노니 하는 개념보다 단지 팝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앨범 제목은 <포마이커 블루스>. 포마이커가 인조나무고 블루스가 전통음악이라면 모노의 음악은 신구가 공존하는 '이중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