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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23 21:37
M.C. Hammer (엠씨 해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2  



M.C. Hammer (엠씨 해머)

 

 
1980년대 후반부터 흑인 음악에는 새로운 흐름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었다. 랩 음악의 급성장이었다. 런 디엠씨(Run DMC)나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와 같은 랩 음악의 선구자들은 랩이라는 생소한 음악 형태에 흑인의 생각과 느낌을 과격하고 시원하게 담아냈고, 이에 힘입어 1980년대 말 랩 음악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음악의 한 장르로 당당하게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랩 음악은 확연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며 백인들을 그 음악 속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랩 음악이 '갱스터'라는 호칭으로 불리어진 것만 보더라도 당시 흑인 래퍼들이 얼마나 과격하게 노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엠씨 해머는 1990년대 초반 흑인의 전유물이던 랩을 인종과 세대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해머는 강력한 리듬만으로 전개되는 랩 음악에 멜로디를 추가했고, 팝 음악의 테두리 안으로 랩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의 완화된 가사를 선택하면서 랩 음악에 상업성을 부여했다. 또한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랩 음악을 흥겨운 댄스 음악의 느낌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랩이라는 장르를 음악적으로 다듬어가면서 백인들도 좋아할 만 한 세련된 느낌을 추가하기에 이르렀다.

엠씨 해머(본명: Stanley Kirk Burrell)는 1962년 3월 30일 미국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흑인 빈민가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그는 메이저리그 야구 팀인 오클랜드 애스레틱스(Oakland Athletics)의 속칭 볼 보이(Ball Boy)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연명하기 위해 선택한 볼 보이는 그에게 당대 최고의 래퍼로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클랜드 야구 팀에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미국의 야구 영웅인 행크 아론(Hank Aaron)을 닮았다고 하여 아론의 애칭인 '해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그는 뛰어난 춤 실력으로 팀의 선수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결국 타고난 춤 꾼 엠씨 해머는 야구 선수들의 독려와 지원에 힘입어 1987년 데뷔 앨범 <Feel My Power>를 제작하게 된다. DIY 정신에 입각하여 만든 1집은 열악한 환경에서 발매된 음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댄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 소문을 통해 인기를 얻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결국 그는 1988년 <캐피톨(Capitol)> 레코드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행운을 얻었고, 같은 해 소포모어 음반 <Let's Get It Stated>를 내놓았다.

음반은 1집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공을 이뤄냈고, 이는 1990년 블록버스터 음반 <Please Hammer, Don't Hurt 'Em>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됐다. 엠씨 해머는 <Please Hammer, Don't Hurt 'Em>을 통해 팝 음악이 랩 음악으로 얼마나 멋지게 바뀌어 질 수 있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최대 히트 곡인 'You can't touch this'는 릭 제임스(Rick James)의 곡인 'Superfreak'의 부분을 차용하고 있으며, 다른 히트 곡들 역시 비슷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Pray'는 프린스(Prince)의 'When doves cry'를 차용하고 있으며, 'Have you seen her'역시 치 라이츠(The Chi-Lites)의 곡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당시 그의 인기는 영,미권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흑인 래퍼로서 흔치 않게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치렀으며, 이후 서태지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들이 가요에 랩을 접목시키는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어지기도 했다.

래퍼로서 팝 음악의 정상에 올라선 그는 1991년 작품 <Too Legit To Quit>부터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어 있던 M.C.를 떼어버리고 'Hammer'라는 이름만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앨범에서는 동명 타이틀 곡인 'Too Legit To Quit'가 기대했던 만큼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후 해머는 휴지기에 들어갔다.

복싱 프로모터와 같은 음악과 관계 없는 일에도 손을 대며 3년 여의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1994년 그 동안의 휴식이 새로운 음악을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며 컴백 음반 <The Funky Headhunter>를 발표했다. 갱스터 랩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여 내놓은 음반은 이전 해머의 스타일과 반대되는 강한 스타일의 음악이었고,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하지만 흥겨운 해머를 원했던 대중은 이 앨범부터 그를 외면했다.

1995년 그는 다시 이전의 팝적인 스타일로 돌아가 <Inside Out>을 발매하였지만 이전의 명성을 재현하지는 못했고, 급기야 1997년에는 파산 선고를 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해머는 <Family Affair>(1998년), <Active Duty>(2001년)를 내놓으며 재기를 노렸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