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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23 21:55
Manic Street Preachers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13  



Manic Street Preachers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1991년 영국 웨일스(Wales)에서 결성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이하 매닉스)는 근래에 보기 힘든 음악계의 이단아들이다. 섹스 피스톨스, 클래시 같은 펑크 그룹들의 직계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데뷔 초 '막시스트'라 불릴 정도의 과격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미친 거리의 전도사'들에게 미제국주의는 응당 '베어버리고, 불태워야 할' 것이었으며, 뿐만 아니라 영국왕실 역시 극도의 혐오대상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들은 초강력 펑크 사운드에 실려 이들의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하지만 이들의 강성 이미지와는 달리 감성적인 멜로디라인을 지닌 이들의 음악은 팝 팬들마저도 흡수시킬 수 있었다.

작사를 전담한 기타리스트 리치 제임스(Richey James), 보컬 겸 기타리스트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James Dean Bradfield), 드러머 션 무어(Sean Moore), 베이스 주자 니키 와이어(Nicky Wire), 이 4인조로 매닉스는 출발했다. 이들이 처음 활동하던 무렵 영국에는 '24시간 신나게 놀자'는 애시드 하우스와 신발만 바라보고 연주하는 '슈게이징'이 붐을 타고 있었고, 브릿팝 진영이 막 태동하고 있었다.

매닉스는 그러나 그러한 경향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리얼리즘'이라는 절대적 사명감을 표방하고 나섰다. 당시 만연했던 자포자기 식의 향락주의나 소극적 사운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인 힘을 발휘하는 '강하고 적극적인 음악'을 설파한 것이다.

글램 록을 연상시키는 진한 메이크업을 한 외모로도 유명했던 이들은 한때 이들의 음악이 가짜, 즉 창조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단지 선배들의 고전을 무작정 추종하기만 한다는 '오리지널리티'의 문제였다. 1991년 영국 록 잡지 <NME> 기자에게 그 같은 질문을 받은 기타리스트 리치 제임스는 즉석에서 그렇지 않음을 보여줬다. 답변으로 그는 말없이 칼로 팔에 '4 REAL(우린 진짜다)'라는 글자를 새겼다. 이 무시무시한 자해소동으로 그러한 의심은 어느 정도 불식되었으며 매닉스의 '광적인' 면모는 더욱 부각되었다.

1992년 데뷔앨범 <Generation Terrorists>을 발표하며 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진지한 설교를 전도해나가기 시작했다. 2집 <Gold Against The Soul>과 3집 <The Holy Bible>에 이르면서 이들의 무정부주의적 좌파 성향은 극에 달했다. 한편 극심한 신경쇠약 증세로 요양과 투어를 병행하던 '문제의' 리치 제임스는 3집 발매 전날 런던의 호텔을 떠나 실종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리치의 부재로 3인조가 된 매닉스는 친구 잃은 슬픔으로 과격함을 잠시 접고 내면으로 침잠했다. 1995년 출시된 4집 <Everything Must Go>는 전작들에서 보인 투박하고 거친 사운드와 정치적 태도 등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주류 브릿팝 사운드로 화해를 시도한 걸작앨범이다.

'모든 것은 사라져야만 한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내건 이 앨범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매닉스는 일약 영국음악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2년 뒤 발표된 5집 <This Is My True Tell Me Yours> 역시 이들의 진지함이 돋보이는 수작이며, 1999년 말에 초창기의 강성 모습이 담긴 싱글 'The masses against the class'가 발표되었다.

2001년 3월에는 역시 데뷔 초의 '열혈 펑크 순수주의자'로 되돌아간 여섯 번째 앨범 <Know Your Enemy>가 발표되었다.

매닉스는 직선적이고 단순한 사운드로 좌파적 메시지를 더욱 각인시켰다. 자주 들리는 이들의 반복구는 무모할 정도다. 이러한 이들의 단순함은 같은 영국그룹 라디오헤드의 복잡함과 흥미로운 비교거리다. 라디오헤드의 분열적 변종 미학과 매닉스의 단순 명료함은 분명 서로 '극과 극'이다. 음악적 지향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