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im (맥심)
록과 테크노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들어 두 영역의 뮤지션들로부터 야유와 경외심을 동시에 받아내었던 프로디지(Prodigy). 이들은 1997년, 최대 히트 앨범 [The Fat Of The Land]를 발표한 뒤 네 번째 앨범으로 기록될만한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록 밴드 못지 않은 열정적인 라이브 무대에 지친(?) 이들은 각자 잠정적 휴식 기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단지 쉬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프로디지의 중심 인물인 리엄 하울렛(Liam Howlett)을 비롯하여 보컬 겸 댄스를 담당하고 있는 팀의 프론트맨 키쓰 플린트(Keith Flint), 2미터나 되는 장신 댄서인 리로이 쏜힐(Leeroy Thornhill), 그리고 랩을 담당하고 있는 맥심 리얼리티(Maxim Reality) 등은 각자 자신들의 음악적 경력을 쌓는데 주력하였던 것이다.
얼마 전 리엄 하울렛이 테크노, 펑크에 R&B까지 아우르는 솔로 믹싱 앨범 [Prodigy Present The Dirtchamber Session, Vol. 1]을 발표한 데 이어 고양이 눈으로 유명한 프로디지의 래퍼 맥심 리얼리티가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 [Hell's Kitchen]을 들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룹의 댄서 리엄 쏜힐도 그와 어울리는 '롱 맨(Long Man)'이란 가명으로 [Dreamers]란 EP를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Dr. Dooom(전 앨범 수록곡 'Diesel Power'를 도왔던 쿨 키쓰(Kool Keith))'의 랩 트랙 'Leave Me Alone'을 리믹스했다고 한다.
맥심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이렇다. (컨텍트 렌즈로)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체크 무늬 스커트를 입은 별나라에서 온 듯한 모습의 래퍼, 프로디지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음악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못한... 알다시피 프로디지의 거의 모든 사운드는 리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작년 그가 발표한 EP [My Web]은 맥심이 리엄 못지 않은 음악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처럼 프로디지의 래퍼 맥심이 아닌 맥심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조심스레 우리에게 다가왔던 그가 이번에는 [Hell's Kitchen]라는 정규 앨범으로 적극적인 대시를 하고 있는데 잠시 프로디지는 잊어버리고 맥심 리얼리티란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작년 초 [My Web]의 공개와 때맞추어 태어난 카이(Kai)라는 아이의 아버지인 맥심 리얼리티가 처음 랩을 시작한 건 14살 때였다. 그의 형을 통해 MC로서의 능력을 키웠다는 맥심은 17살, 클럽의 무대에서 공연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레게 MC로서 여러 무대에 불러 다녔다. 당시 애시드 하우스, 레이브에 빠져든 리엄, 그의 디제잉과 믹싱에 반해 그를 따라다닌 리로이 쏜힐, 키쓰 플린트 등이 샤키(Sharky)라는 여성과 함께 프로디지라는 그룹을 시작하였는데 랩을 할 사람을 구하던 중 맥심이 발탁되었다. 1990년도의 일이다.
그로부터 프로디지와 함께 하는 긴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무대에서 앨범과는 사뭇 다른 라이브 실력을 펼쳐 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냈었다. 한편 그는 우리의 눈이 미치지 않는 홈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으며 (프로디지로서의 활동에 바빴던지) 정말 오랫동안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펼쳐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에서 수많은 다양한 요소드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가 우너한다면 하나의 힙합 앨범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단지 순수한 힙합에만 기대지 않았다." 새 앨범 [Hell's Kitchen]에 대한 맥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