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hods Of Mayhem (메쏘즈 오브 메이헴)
세상은 참 빨리도 변해간다. 그리고 음악의 표현방식도 많은 변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이제 획일적인 장르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듯 하고, 장르간의 경계도 모호해진지 오래이다. 80년대 헤비메틀계를 풍미했던 문제아 밴드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타미 리(Tommy Lee)는 메쏘즈 오브 메이헴(METHODS OF MAYHEM)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누가 기준을 정하고 누가 한계를 정했는가? 그들이 너의 마음을 지배하는가?(Who sets the standars, Who sets the lines, Who You or Do they rule your minds)"
머틀리 크루의 타미 리가 만든 밴드 메쏘즈 오브 메이헴(Methods Of Mayhem: 이하 MOM)’의 셀프타이틀 앨범에 수록된 'Hypocritical' 후렴부에 등장하는 가사다. 본래, 위선에 가득 찬 언론과 권력에 대한 노여움을 담고 있는 가사지만 앨범 사운드에도 의미적용이 될 듯 하다. 힙합, 펑크록, 테크노…. MOM에는 이 모든 장르가 통합되어 하나의 사운드로 녹아들어 있다. 이런 장르의 크로스오버는 오늘날 음악에 하나의 공통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굳이 랩과 록 크로스오버 역사라든지 힙합, 하드코어, 테크노가 손을 잡게된 계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MOM은 현재의 조류를 따라간 것도,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한 것도 아니다. 90년대를 살았고 2000년을 맞이하고 있는 타미 리가 현재의 사운드에 감동을 받아 그 모든 양식들을 통합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의 소산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누가 기준과 한계를 정했는가? 너인가, 나인가? MOM은 단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사운드를 만들고자 한 오늘날의 뮤지션이 만들어 낸 것이다. 타미 리는 'New Skin'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뱀처럼 나의 허물을 벗는다./내가 있었던 과거를 버린다/당신은 내가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는가?(Like a snake shed my skin/ Leave my past where I've been/Can you feel what I feel?)'
타미 리는 MOM을 단지 사이드 프로젝트나 일시적 실험 밴드로 보고 있지 않다. 앨범의 사운드는 그가 몇년동안 생각하고 하고 싶어했던 것이라고 한다. 97년 마지막날 런던의 한 클럽, DJ 데크에는 조쉬 윙크(Josh Wink)가 틀어져 있었고 타미 리는 그 사운드에 도취해 있었다. 타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그것은 계속되는 습격과 같은 것이었다 … 나는 황홀경을 느꼈고 완전히 맑은 정신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내가 만들기를 원했던 음악이다. 나는 사운드로 사람들을 환각상태로 몰고 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사실 우리에게 타미 리라는 존재는 한때 엄청나게 잘나갔던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로 현재는 플레이보이 커버 모델 파멜라 앤더슨과의 결혼, 여성편력 등으로 가쉽란이나 장식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머틀리 크루가 97년 가졌던 'Greensboro Coliseum' 쇼에서 폭동을 교사하였다는 죄목으로 밴드의 베이시스트인 니키 식스(Nikki Sixx)와 함께 계속 심리를 받아오기도 했다. 본 앨범은 타미 리답게 감옥안에서 시작되었다. 감옥생활을 하던 타미 리는 가사나 멜로디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수신자 부담전화을 이용해 곡을 녹음하였다고 한다. 감옥생활로부터 나온 이러 분노의 목소리는 'Hypocritical'과 'Anger Management'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원래 독립레이블에서 발매하려고 해던 본작이 메이저 레이블인 ‘MCA" 레코드에서 발매된 데에는 엄청난 액수의 전화요금 청구서 때문이었다는 믿을만한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타미 리는 앨범발매 투어에 MTV 프로그램의 VJ를 맡기도 하는 등 MOM과 함께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은 MOM이 타미 리만의 밴드가 아니라는 점. 타미 리가 밴드 MOM의 기둥 또는 주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헤드 피(Hed PE)의 리드보컬이었던 틸로(Tilo: Tim Murray) 또한 MOM의 한 멤버로서 앨범의 힙합 사운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과거 머틀리 크루 무대의 오프닝을 장식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둘은 거의 동시에 자신들이 속해 있는 밴드에서 떠나 자신만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자 하였고 서로 뜻이 맞아 MOM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타미 리와 화이트 좀비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콧 험프리(Scott Humphrey)가 자신의 헐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이들이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MOM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름은 화려하다.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이끌어간 스눕 독(Snoop Dogg)을 비롯해 최근 최고의 주가를 보이고 있는 밴드 림프 비즈킷의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와 키드 록(Kid Rock), 성에 관한 직설적인 묘사로 이루어진 앨범을 발표하여 화제를 일으켰던 포르노 배우 출신의 여성 래퍼 릴 킴(Lil' Kim), 90년대 초반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으며 '펑크마스터(funkmaster)'로 불리우는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우 탱 클랜의 일원인 U-God, 영화 [스폰(Spawn)]의 사운드 트랙에 필터와 함께 했던 곡을 선사했던 크리스탈 메쏘드(Crystal Method), 비스티 보이스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믹스 마스터 마이크(Mix Master Mike) 등 모두 열거하기 숨찰 정도의 아티스트들이 본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여기에 타미 리는 리드보컬, 래핑, 기타, 드럼, 비트 메이킹, 키보드 등 다양한 파트를 담당하면서 본작의 주인으로서 음악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