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i Vanilli (밀리 바닐리)
감각적인 유로 팝/댄스를 '연기'했던 밀리 바닐리는 팝 역사에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남긴 남성 듀오다. 로브 필라투스(Rob Pilatus)와 패브 모번(Fab Morvan)으로 구성된 이들은 잘 생긴 외모에 수준급의 음악을 선사해서 순식간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의 데뷔앨범 <Girl You Know It`s True>는 데뷔와 동시에 차트 정상에 등극했으며 전세계적으로 1천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보니 엠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프랭크 파비안(Frank Farian)이 프로듀스한 이 앨범은 절정의 팝 감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로 디스코와 랩, 팝 사운드가 잘 버무려져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팝 차트를 잠식했다. 'I`m gonna miss you'를 포함해 수록곡 중 무려 4곡이 차트 5위권 내에 올랐다. 그 여세로 이들은 그래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시대는 채 1년을 넘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1989년 12월 이들이 앨범 녹음 과정에서 실제로 아무런 노래도 부르지 않았고 무대에서는 단지 붕어처럼 '립싱크'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래퍼 찰스 쇼(Charles Shaw)의 폭로에 의해 밝혀진 이 해프닝은 팬들과 평단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그래미 측에서도 신속히 이들의 신인상 트로피를 박탈했다.
결국 이 파문은 프로듀서 프랭크 파비안의 시인과 래퍼 찰스 쇼에게 보상금을 주는 형식으로 일단락 되는 듯했다. 하지만 깜박 속았던 팬들의 분노마저 가라않질 수는 없었다. 밀리 바닐리는 2년 후 자신들이 직접 노래해서 만든 앨범 <Moment Of Truth>를 발표했지만 이번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1998년 4월 멤버 중 한 명인 로브 필라투스는 죄책감 때문인지 마약을 과다복용해서 사망함으로써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 둘이었다. 이로써 사상 최단기간 동안 팝 음악계를 흥분시켰고 또한 격노하게 만든 밀리 바닐리는 영원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