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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27 19:13
Moloko (몰로코)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37  



Moloko (몰로코)
 

 
로이진 머피(Roisin Murphy), 마크 브라이든(Mark Brydon)으로 구성된 듀오, 몰로코.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은 트립합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조금씩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장르인 일렉트로니카/트립합이지만, 사실 일렉트로니카의 하위장르인 트립합과 함께 떠올려질 수 있는 행위자의 이름은 그리 많지 않다. 트립합을 표방하는 뮤지션이 수적으로 적은 것을 비롯해 트립합이란 장르 자체가 영/미 대중음악계에서도 겨우 90년대 중 후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급부상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이 기이하고 독특하게 발전된 변종장르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음악팬보다는 소수의 마니아들에게 더욱 호소력 있는 골수마니아용(대중에겐 난해할 수도 있는) 음악적 지향성도 트립합의 컬트적 요소를 한결 강력하게 한다. 그러나 의외로 트립합 마니아 뿐만이 아니라 대중에게도 호소력을 보인 몇몇 뮤지션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이쪽 바닥에서는 거의 슈퍼스타급인)포티셰드는 몰로코의 뿌리격이다. 몰로코를 결성하기 전에는 (목욕탕에서 흥에 겨워 혼자 부르던 것을 제외하고)단 한번도 무대에 서거나 본격적으로 노래를 해본 적이 없다는 (베쓰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는) 로이진의 음성이 그렇고, (포티세드에서 제프가 수행하는 역할을 합당하게 해내는)마크의 음악적 소양이 그렇다. 즉 기본적인 멤버구조와 역할이 닮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꼭 포팃셰드의 워너비(Wanna Be)로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의 사운드는 트립합 중에서도 중독적이라기 보다 유쾌하고, 폐쇄적이며 날이 섰다기 보다는 개방적이며 둥글둥글한 쪽에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포티셰드보다 조금은 더 희망에 집착하고 있으며 한쪽이 일방적인 대변자나 프론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두 멤버가 전체를 공유하고 (때로는 당황스럽게도 로이진이 아닌 마크 쪽이 대인공포증을 보이는)있는 기색이 뚜렷하다.

어떻게 보면, 포티셰드에 비해 비교적 정상적이며 사회성이 발달되어 있으며 대중을 유린하지 않는 조화로운 트립합이라 보여지기도 한다. 몰로코의 음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블랙유머에 가까운 오소독스한 유머감각이다. "몰로코의 음악은 설교한다고 사람들이 말하곤 한다. 이것은 연습의 한 종류다. 우리는 순수한 음악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라고 로이진은 밝혔다. 그러나 이에 마크는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의 음악은 완벽하게 더러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서로 의견이 다르다"라는 반론을 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을 정리해 볼 때 몰로코의 음악은 설교며, 연습이자 대화다. 그리고 완벽하게 더러운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결과적으로, 온갖 것들이 혼재하는 매력 역시 그런 종류인 것이다.

국내엔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미 95년에 데뷔앨범 [Do You Like Tight Sweater]를 선보였다. 이 앨범은 영국에서만 6만장이 판매됐고 [NME]나 [Vogue] 등의 유력지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한 'Where Is The What If The What Is In Why'란 두통을 수반하는 제목의 넘버와 'Fun For Me', 'Dominoid' 등의 히트싱글을 내며 트립합계의 신진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더불어 패셔너블한 스스로의 스타일을 살린 흥미로운 일련의 공연을 펼쳐 라이브형 듀오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그리고 데뷔앨범의 성공에 힘입어 97년 겨울을 관통하며 제작된 두 번째 앨범인 [I Am Not Doctor]에서 그 특유의 리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로이진의 언급에 의하면 "난 베이스라인을 질투했다. 나는 나 자신이 베이스라인이 되고 싶었다."는 것인데, 사실 앨범 전체를 통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베이스라인을 포함한 리듬파트는 물론이고 전 파트에 걸친 그루브감이다. 보컬음에서 무의식중에 (포티셰드의)베쓰가 떠오르는 'The Flipside', 'Knee Deepen'을 비롯, 'Uncle'과 같은 곡에서의 정선된 리듬과 쾌활한 표현력은 한마디로 몰로코만의 것이다. 혹시 당신이 트립합 마니아라면, 뭔가 특별한 것을 찾고 있다면 한번쯤 체크해 봐야 할 앙가주망이 살아있는 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