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Uproar (노던 업로어)
이미 오아시스는 서민적인 평범한 외모에 비틀즈를 잇는 사운드로 영국 언론의 후광을 입고 비틀즈 이후 또 하나의 영국 국민 밴드가 되었다.
이런 영국에서 오아시스와 흡사한 외모의 17살짜리 볼품없는 풋내기 소년들이, 오아시스만큼이나 비틀즈를 거론하며 연주하는음악이라면…
'꺼리'가 궁색한 언론들이야 덥썩 물려고 달려들지도 모르겠지만, 그간 미디어의 행태에 이골이 난 팬들이라면 (특히 오아시스의 음반을 가지고 있을 왠만한 대중들은) 아마도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브릿팝계에서 높은 항렬을 가지고 있는 폴 웰러(Paul Weller)가 직접 전화를 해서 자신의 투어 서포트를 부탁한 애들이라면 어떨까?
이 네 명의 소년들은 이미 영국에서 발매된 데뷔 앨범 <Northen Uproar>로 자신들을 알리는데 성공했고, 그 관심 속에서 두번 째 앨범을 발표했다.
노던 업로어의 시작은 1995년이었다.
그 해 초, 영국의 북부 맨체스터의 중앙에 있는 스웨트 박스에서 4명의 소년들이 무대에서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북쪽의 소란(Northen Uproar)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베이스 기타를 맨 소년이 노래를 하고 있었고, 무대 아래서는 떼지어 몰려다니는 그 나이 또래의 소년들과 관중들이 방방뛰며 서로 몸을 부딪히면서 함께 난장판을 만들었다
8곡의 징징대는 사운드가 그들이 그날 무대위에서 들려준 모든 것이었다.
맨체스터의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무뚝뚝하고 경솔해보이는 건방진 표정의 소년들 4명이 바로 이 사건의 진앙지. 노던 업로어다.
이 네 명의 악동들은 동네 친구들이었는데, 자신들의 입으로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이 이상 좋은 이름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만큼 노던 업로어는 영국의 북쪽 지방이 맨체스터의 나이브한 젊은이들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이름이기도 하다.
11살 때 밴드를 시작한 프론트맨인 레온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노던 업로어는 그들의 나이 14살에 첫 공연을 시작했고, 자신들의 데모를 만들기도 전인 1995년, 맨체스터에 있는 스웨트박스에서의 단 한번의 공연으로 매닉 스트릿 프리처스와 세인트 에티엔 등으로 잘 알려진 헤븐리(Heavenly) 레이블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폴 웰러, 캐스트, 샬라탄스 UK 등의 공연 서포트를 하면서 인지도를 다져나갔다.
이들이 하는 모든 것은 연료를 가득 채운 자동차처럼 멈출 줄을 몰랐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속에는 멜로디가 가득했다.
자신들만의 레퍼토리로 맨체스터에서 계획을 추진하고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
모든 것이 정말이지 롤러코스터처럼 극적으로 진행됐다. 이것이 이들이 지나온 레일이다.
브릿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1996년 '오아시스 주니어(Oasis Jr.)'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국내에 발매됐던 이들의 데뷔 앨범을 기억할 것이다.
베이스를 치며 노래하는 레온의 짙은 눈썹과 뚱한 표정은 오아시스의 노엘과 비교되기에 그야말로 적격이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이 오아시스라는 테두리 속에서 얘기될 수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일단 이들의 음악을 듣고나면 그 '스티커'는 실제 이상의 상업적 의도가 보다 다분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오아시스, 매닉 스트릿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 클래쉬(The Clash) 등이 이들의 음악을 얘기할 때 나올법한 단어들이고, 그들의 영향은 앨범을 한번만 들어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노던 업로어가 얘기하는 것은 오직 비틀즈와 로큰롤 뿐이다.
“비틀즈는 우리가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최초의 밴드다. 비틀즈는 우리를 바꾸어 놓았다. 비틀즈는 로큰롤로 모든 순간들을 잡아냈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것을 불어넣었다.”
또, 자신들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클래쉬의 음악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최근 들어봤더니 “몇몇 곡은 듣기 좋더라”라는 얘기와, 한술더떠 오아시스의 음반은 나온 지 3개월만에 들어봤는데 “그들도 우리처럼 좋은 곡을 쓰고 있더라”는 앞뒤/위아래 구분못하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미디어의 그 오아시스와의 짝짓기가 설득력을 갖는 부분도 없지는 않은 셈이다.
어쨌든 이들의 음악을 가장 먼저 특징지어주는 것은 여느 브릿팝 밴드의 보컬들과는 차이를 가지는 레온의 호소력이 강한, 보다 대중친화적인 보컬이다.
레온의 보컬은 때로는 듣기에 좀 거슬리기도 하는, 목이 쉰 듯한 음성과 나이브한 젊음에서 나오는 생기넘치는 에너지를 통해 듣는 이를 잡아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목소리와 함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오아시스보다 더 단순하고 명쾌한 사운드와 멜로디 가득한 음악으로 나이를 감추고 있었고, 자신들의 으악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는 앞으로의 현저한 도약을 예고하는 듯했다.
1997년의 두번 째 앨범 <Yesterday Tomorrow Today>에서는 보다 많은 부라스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들의 1990년대 밴드라는 추측을 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대부분의 곡들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포니테일 소녀들을 소리지르게 할 만한 곡들이기 때문이다.
아, 물론 당대의 젊은이들에게도 충분히 흥겹고 정겨운 멜로디라는 것은 전제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