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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5 22:18
Nina Persson (니나 페르손)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5  


Nina Persson (니나 페르손)

 

 
밴드의 일원으로 속해있는 뮤지션들의 대부분은 솔로를 꿈꾼다. 공동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을 끊어버리고 자유를 찾아 비상을 원한다. 따분한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듯 그룹 활동을 잠깐 접고 혼자만의 음악을 맘껏 하는 것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대중 음악계에는 독립 선언을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물론 이로 인해 그룹이 위기에 처하고 급기야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다.


허나 홀로 된다는 것은 때론 밴드를 담보로 모험을 걸만큼 매력적인 시도이다. 분업에 익숙해진 연주자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는 '진짜' 아티스트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팀으로 복귀해서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팝/록 밴드 카디건스(Cardigans)의 프런트우먼 니나 페르손에게도 솔로 활동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원대한 프로젝트였다. 그녀는 5인조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나아가는 그룹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음악을 하고자 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을 심정을 2년 전부터 주위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팬, 언론 등으로 은근하게 흘려보냈다.


이는 카디건스의 최근작인 1998년 <Gran Turismo>의 상업적 실패와 함께 전달된 소식이어서 혹시 밴드를 탈퇴하려는 사전정지작업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그러나 솔로 작업이 올해 초 카디건스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팬들과 소속사인 <스톡홀름 레코드(Stockholm Records)>를 안심시켰다.


2년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이번 니나 페르손의 솔로 데뷔작 <A Camp>에는 두 명의 유명한 뮤지션들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우선 같은 스웨덴 출신의 사이키델릭 팝 그룹 아토믹 스윙(Atomic Swing)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라스트인 니클라스 프리스크(Niclas Frisk)는 페르손이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도록 처음 동기부여를 해 준 인물이다. 그는 페르손과 곡을 만들고 녹음을 하며 솔로 작품의 밑그림을 그렸다.


니나는 그러나 니클라스와 공동 작업한 노래들의 분위기가 좀 더 업(Up)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프로듀서를 찾아 나섰다. 미국 출신의 인디 록 밴드 스파클호스(Sparklehorse)의 리더 마크 린커스(Mark Linkous)였다. 스파클호스의 음악을 듣고 반해버린 니나가 직접 마크를 찾아가 <A Camp>의 데모 테이프를 건네며 프로듀서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니클라스와 마크의 지원을 받아 뉴욕에서 녹음된 앨범은 카디건스 시절과는 사뭇 다른 니나 페르손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트레이드마크인 부드럽고 달콤한 슈가 팝 스타일의 음색에 관조와 사색을 집어넣었다. 집합적이고 다분히 상황에 따라 연출된 이전과 달리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표현에 주력한 것이다. "카디건스의 음악은 다섯 명의 합작품이고, 밴드를 위해 내가 쓴 가사는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솔로 앨범의 노랫말은 개인적이다." 폭넓은 관찰자와 관점을 대상으로 했던 그룹에서 1인칭 시점의 개인으로 거점을 이동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니나 페르손은 기타-베이스-드럼의 비중을 최소화시키고 독백조의 보컬에 포커스를 맞췄다. 담백한 복고풍의 멋을 드러낸 'Angel of sadness', 몽롱한 트립 합 'Such a bad comedown', 향기로운 컨트리 'Rock 'n' roll ghost' 등에서 잘 나타난다. 하지만 'Hard as a stone', 'The oddness of the lord' 등에서 그녀는 목소리에 잔뜩 날을 세우고 있고 사운드로 어지럽고 강하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그녀만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그녀의 외침이다. 또한 음반에는 카디건스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파일도 저장되어 있는데 첫 싱글로 발표된 'I can buy you', 페르손의 중독성 강한 음색이 돋보이는 'Frequent flyer' 등이 그것이다.


니나 페르손은 1994년 카디건스의 창단 멤버로 참여하여 현재까지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한 베테랑 보컬리스트이다. 상큼하고 달콤한 그녀의 보컬은 'Sick & tired', 'Rise & shine', 'Carnival', 블랙 사바스의 고전 'Sabbath Bloody Sabbath'의 리메이크 버전 등이 그룹의 히트곡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1996년 3집 <First Band On The Moon>에 수록된 'Lovefool'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스가 주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운드트랙에 삽입되면서 홍일점 니나 페르손과 카디건스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확보했다. 하지만 록 적인 사운드로 탈바꿈한 1998년 4집의 빌보드 차트 100위 권 진입 실패로 인해 그녀와 그룹은 매우 위축된 상태에 놓였다.


분명 페르손의 솔로 데뷔 작품 <A Camp>는 그녀 자신과 내년 신보 발매를 앞두고 있는 '패밀리' 카디건스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메아리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신의 영역과 세계를 찾고자 길을 떠났던 페르손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카디건스는 나의 피로 맺어진 가족들만큼 중요한 패밀리이다."라는 중간 기착지에서의 그녀의 코멘트로 그저 행복한 상상을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