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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27 20:19
N.W.A.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7  



N.W.A.

 

 
갱스터 랩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중음악 씬에서 어느 장르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인기와 세를 확보하고 있다. 닥터드레와 아이스큐브를 배출해 내고 갱스터 랩의 갖가지 원형을 제시한 엔더블유에이(N.W.A.)는 현재의 갱스터 랩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갱스터 랩 씬의 선구자이다.

엔더블유에이(N.W.A.)는 1986년 마약 딜러였던 이지-이(Eazy-E), 월드 크래스 뤡킨 크루(World Class Wreckin Cru)의 DJ였던 닥터드레(Dr.Dre), 디제이 옐라(DJ Yella)에 의해 결성되었다. 마약 밀매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들의 레이블 루쓰리스(Ruthless) 레코드를 설립한 이들은 아이스 큐브(Ice Cube), 더 디오씨(The D.O.C.), 아라비안 프린스(Arabian Prince)를 영입하여 N.W.A.(Niggaz with Attitude)를 출발시킨다.

멤버 이름에서도 'D.O.C.'를 발견할 수 있듯 국내 랩그룹 디제이 덕의 모델이 된 이들은 속된 표현으로 쓰레기들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걸어온 길에 걸맞게 1987년 저속하고 폭력적인 데뷔 앨범 <N.W.A. and the Posse>를 내놓는다. 마약을 팔아 설립한 레이블에서 갱으로 서부를 누비던 흑인 쓰레기들이 섹스와 폭력을 가득 담아 욕설과 함께 전해주는 이 앨범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갱스터 랩이라는 장르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80년대 말엽 갱스터 랩 그룹으로서 N.W.A.가 각인되어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앨범이었다.

1988년 지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던 래퍼 엠씨 렌(MC Ren)을 영입하고, 이지-이, 닥터드레, 아이스큐브, 디제이 옐라, 엠씨 렌의 5인 진용을 갖춘 이들은 첫 번째 메이저 진출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을 발표하고 갱스터 랩의 전설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보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당시 미국의 사회 속에서 흑인들은 이전 소울이 태동할 때 그랬듯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울이 흑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싣고 흘러 나왔다면 1980년대 말엽 흑인들의 목소리는 뒷골목 갱단에 의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로 갱스터 랩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대중성을 확보해 나가는 시기였다. N.W.A.는 이런 갱스터 랩 태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동시대 갱스터 랩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가 흑인 공공의 소리를 통해 전설이 되어 가고 있었던 데 반해 이들은 뒷골목의 가장 저속한 소리들을 쏟아 부으며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고 있었다.

가장 악명 높은 그룹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들은 두 번째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에서 'Fuck tha police'라는 식의 과격한 가사를 사용하는 등 제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인기를 얻어 나가기 시작했고, 'Straight outta compton', 'Fuck tha police', 'Gangsta gangsta' 와 같은 곡들이 큰 인기를 누리며 플래티넘을 거머쥔다. 이 앨범으로 FBI에게서 경고장을 받았을 정도이면 당시 이들의 앨범이 얼마나 과격하고 도전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Straight Outta Compton>을 통해 이들은 갱스터 랩을 하나의 장르로 확립시키고 대중성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1989년 팀의 주축을 이루었던 아이스큐브가 금전적인 문제로 팀을 떠나게 되자 그룹의 주도권은 닥터드레 쪽으로 쏠리게 된다. 아이스큐브는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의 도움을 받아 랩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닥터드레에 의해 주도되었던 N.W.A.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 큰 성공을 거둔다. 1990년 발표한 EP 앨범 <100 miles and Runnin′>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1991년 작 <Efil4zaggin>(Niggaz 4 Life을 거꾸로 적어 놓은 제목)은 차트 정상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N.W.A.의 후기작들은 펑키한 면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곧 닥터드레의 음악성이 N.W.A.의 음악을 주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경제력을 쥐고 있던 이지-이와 음악적인 핵이었던 닥터드레 사이가 점점 벌어졌고 결국 N.W.A.는 92년 닥터드레의 팀 탈퇴와 함께 해체되고 만다.

이후 닥터드레는 솔로 활동을 통해 지-펑크(Gangsta-Funk)의 선구자로 자리하며 1990년대 랩 음악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에 의해 데스 로(Death Raw)레이블이 만들어졌으며,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눕독(Snoop Dogg), 에미넴(Eminem) 등의 뮤지션들은 바로 닥터드레의 영향 아래에서 만들어진 랩 스타들이다.

1995년 이지-이가 에이즈(AIDS)로 사망하면서 더 이상 N.W.A.의 완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아이스 큐브, 닥터 드레와 같은 최고의 래퍼들을 배출해 낸 N.W.A.는 분명 랩 역사에 길이 남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했던 그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