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lbomb (네일밤)
여느 프로젝트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네일밤(Nailbomb) 역시 막스와 알렉스 두 사람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벌인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미니스트리(Ministry)와의 투어를 마친 후 고향 브라질로 돌아간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출산일이 임박한 아내 글로리아(Gloria Cavalera)와 함께 아들 자이언(Zyon)의 탄생을 기다리며 피닉스에 머물렀던 막스는 따분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파티장에서 조우하게 된 알렉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함께 곡 작업을 하자는 의향을 비쳤고 서로 뜻이 맞은 두 사람은 헤이트 프로젝트(Hate Project)와 시크맨(Sickman)이라는 이름을 거쳐 아일랜드 공화국 군에서 사용한 바 있던 폭탄 중의 하나인 네일밤(Nailbomb)을 그 프로젝트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단순한 재미에서 시작된 네일밤의 데모 테입을 접한 로드러너(Roadrunner) 레이블의 A&R 몬테 코너(Monte Conner)는 이들에게 음반 제작을 권유하게 되고 알렉스와 막스는 처음 의도에서 조금은 빗나간 일이었지만 네일밤의 정규 데뷔작인 [Point Black]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막스와 알렉스가 공동 보컬과 기타, 베이스, 그리고 샘플러 등을 담당하며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이 앨범의 녹음은 스콧데일의 채튼(Chaton) 스튜디오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자이언의 유모 테레사(Theresa)의 침실에서 이루어졌는데 막스의 동생이자 동료인 세풀투라의 이고르 카발레라(Igor Cavalera, ds)와 안드레아스 키서(Andreas Kisser, g), 그리고 피어 팩토리(Fear Factory)의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es, g)와 위키드 데쓰(Wicked Death)의 리치 부노스키(Ritchie Bujnowski)가 세션 뮤지션으로 참가하여 그 기량을 빛내주었다.
막스와 알렉스가 으르렁거리며 한 마디씩 서로 주고받는 샤우팅 보컬과 샘플러와 리듬 머쉰을 사용한 다양한 효과음으로 단장한 이 앨범은 스래쉬/데쓰 메틀을 지향하는 세풀투라의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펑크색 짙은 퍼지 터널(Fudge Tunnel)의 사이키델릭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의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인더스트리얼 계의 지배자 미니스트리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커다란 굴곡을 그리지 않는 사운드 아래 혼돈과 분노를 함축시키고 있다.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발매할 것이라던 기존의 언급과는 달리 네일밤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다이나모 록 페스티벌(Dynamo Rock Festival)'에서 가졌던 그들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콘서트 실황을 담은 [Proud To Commit Commercial Suicide]를 발매했는데 두 곡의 신곡 'While You Sleep, I Destroy Your World'와 'Zero Tolerance'를 수록한 이 앨범은 스튜디오에서의 기계적 손놀림에 대부분을 의지하는 인더스트리얼의 음악적 특성상 라이브 무대에서 제대로 된 사운드를 뽑아내기 위해 이고르 카발레라와 전(前) 데드 케네디즈(Dead Kennedys)의 D. H. 펠리그로(D. H. Peligro), 그리고 트라이브 애프터 트라이브(Tribe After Tribe)의 배리 쉬나이더(Barry Schneider)라는 세 명의 드러머와 뉴로시스(Neurosis)의 베이시스트 데이브 에드워드슨(Dave Edwardson) 등을 세션으로 고용하여 라이브 무대에서의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을 끝으로 이제 더 이상 이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네일밤의 모습을 접할 수 없게 되었다. '상업적인 자살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Proud To Commit Commercial Suicide)'라는 앨범명처럼 점차 상업적인 상품으로 전락해 가는 네일밤에서 더 이상 순수한 음악 동기와 자유를 추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자 알렉스와 막스가 결국 네이밤의 뇌관을 제거하기에 이른 것이다. '상업적'이라는 단어에 의해 네일밤이라는 또 하나의 총기 어린 밴드가 사장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이 두 장의 앨범 [Point Black]과 [Proud To Commit Commercial Suicide]를 통해 네일밤이라는 프로젝트 밴드가 록계에 제시한 새로운 방향성과 순수한 에너지를 기억하기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