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Order (뉴 오더)
'80년대를 전후하여 영국에서는 펑크의 기운이 식어가고 그 대안으로 뉴 웨이브라는 새로운 조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일선에는 이안 커티스(Ian Curtis)가 이끄는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라는 밴드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들은 미국진출을 시도하지만 커티스의 자살로 밴드는 해체되고 만다. '81년 잔여멤버들인 피터 훅(Peter Hook, bass), 스테픈 모리스(Stephen Morris, drums), 버나드 섬머(Bernard Sumner, guitars, vocals)는 새로운 여성 키보디스트 질리언 길버트(Gillian Gilbert)를 맡아들여 '뉴 오더(New Order)'라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여 영국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당시 이들은 가능한한 펑크의 기타노이즈를 배제하고 각종 일렉트릭 악기와 신서사이저의 전자음으로 채색한 댄스 플로어용 리믹스 작업을 통한 팝적인 텍스처, 그리고 동시에 곡 전반에는 확실히 '실험적인 댄스 락'이라 불릴 만큼의 창조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 오더는 영, 미권에서 '90년대 인디 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밴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스미스(Smiths)가 오아시스(Oasis), 블러(Blur)와 같은 브릿 팝(Brit Pop) 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80년대 뉴 오더는 5장의 앨범을 통해 808 스테이트(808 State)나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과 같은 이후 일렉트로니카 락의 신예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들의 음악은 댄서블한 리듬에 베이스가 곡의 흐름을 리드하고 기타와 신서사이저가 버스와 코러스 부분을 이어받는 구성을 취하면서 간간이 반복의 미학 속에 다소 몽환적이고 스마트한 상승감을 일으키는 매력을 지녔다. 다시말해 복잡하고 단절된 난해한 구성을 지녔지만 들을수록 순간의 미니멀함과 드라마틱함에서 신선함을 발견할 수 있는 미학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90년대 일렉트로니카의 물결과 맞물려 이들의 존재는 더욱 큰 평가를 받게되었고, 몇 장의 베스트 앨범과 라이브 앨범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93년 내놓은 [Republic] 앨범이후에는 멤버 각자가 세션, 프로젝트 활동을 병행했는데, 피터 훅은 자신의 사이드 프로젝트 모나코(Monaco)를 이끌며 [Music for Pleasure]('97), [Monaco](2000) 앨범을, 버나드 섬머는 스미스의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와 펫샵 보이스(Petshop Boys)의 프론트맨 닐 테넌트(Neil Tennant)와 함께 일렉트로닉(Electronic)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Raise the Pressure]('96), [Twisted Tenderness]('99) 앨범을 내놓았고, 프라이멀 스크림과 해피 먼데이스(Happy Mondays) 앨범의 프로듀서나 세션맨으로서 활동하였다.
우선 2001년 뉴 오더의 8년만의 신작 [Get Ready]는 (물론 그 리듬/비트에 있어서는 댄서블하지만) 보다 직선적이고 락킹한 파워풀함이 가득하면서 개별 곡마다의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첫 곡 'Crystal'은 뉴 오더 특유의 일렉트릭 그루브를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의 첫 번째 싱글 커트된 곡이고, '60 miles an hour'는 단순 반복의 리듬 속에 질주하는 상승감 넘치는 에네르기를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스매싱 펌프킨스(Smashing Pumpkins)의 빌리 코컨(Billy Cohgan)이 백보컬을 맡아 화제가 된 'Turn My Way'에서는 몽환적인 코건의 목소리와 버나드 섬머의 목소리가 다소 멜랑꼴리한 멜로디 라인과 잘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달콤씁쓸한(Bittersweet) 매력을 준다.
이어지는 'Vicious Streak'는 앨범에서 가장 일렉트로니카에 근접한 곡으로 서정적인 신서사이저가 분위기를 압도하며, 프라이멀 스크림의 바비 길레스피(Bobby Gillespie)가 백보컬로 참여한 'Rock The Shack'은 중반부 심하게 뒤틀린 기타연주와 같은 길레스피 특유의 사이키한 음악색이 크게 반영되어 대단히 현란한 락 비트의 향연을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Run Wild'에서의 어쿠스틱 기타, 현악 파트, 여성 코러스 이어지는 구성으로 마치 20년 밴드 인생의 회고인 듯 앨범의 마지막을 훌륭히 매듭짓는다.
전반적으로 [Get Ready] 앨범에서 뉴 오더는 20년 활동을 정리하기보다는 새로운 세대와의 화합 혹은 음악적인 새 출발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전의 실험성보다는 어쿠스틱, 일렉트로닉의 조화, 빌리 코건, 바비 길레스피의 참여 속에서도 마치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 마치 네온사인을 질주하는 듯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적인 충실한 완성도에서 앞으로 이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아마도 우리는 본작 이후 뉴 오더의 새로운 사운드를 맞이할 준비(Get Ready)를 해야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