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vement (페이브먼트)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역사학도로서 공부를 하고 있던 스티븐 말크머스(Steven Malkmus)는 졸업 후 친구인 스캇 칸베르크(Scott Kannberg)와 함께 1989년에 페이브먼트를 결성한다.같은 해 드러머인 게리 소유의 스튜디오인 Louder Than You Think에서 400파운드(한화 약 80만원)를 들여 첫 번째 7인치 EP [Slay Tracks: (1933-1969)](89)를 자신들의 레이블 'Treble Kicker'를 통해 200장 한정 발매한다. 이듬해인 1990년에는 'Drag City'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두 번째 작품 [Demolition Plot J-7]과 1991년에는 [Perfect Sound Forever]를 발매하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진 못했다. 밴드 재정비 차원에서 베이시스트 마크 아이볼드(Mark Ibold)와 드러머 밥 내스타노비치(Bob Nastanovich)를 영입하여 완벽한 라인업을 이루고 인디레이블의 산실 'Matador'레코드사와 계약 후 데뷔 앨범 [Slanted And Enchanted](92)를 발표한다. 당시 만연해있던 난해하고 추상적인 기법으로 인해 대중과 현격하게 유리되어있던 기존 인디락 씬 가운데에서도 노이즈락 씬은 페이브먼트의 데뷔작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전기를 맞게된다. 심하게 뒤틀려 지글거리는 노이즈 뒤로 창연한 낭만주의적인 감수성과 멜로디를 아마추어리즘에 투신한 로우파이 사운드는 '고귀한 것이 예술, 고로 고귀한 사운드가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적 도그마를 완전히 해체시키며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종전의 특정계층을 위한 '고민하는 예술'에서 '보편적인 즐거움을 향유하는 예술'이라는 도식을 성립했다. 이 앨범은 향후 90년대 인디씬의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기록되며 로우파이라는 기법을 통용화시킨 전대미문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데뷔앨범에 이어 EP [Watery Domestic]을 발매한 후 평소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밴드활동에 지장을 주었고 멤버들과 성격이 맞지 않았던 드러머 게리 영(Gary Young)을 해고하고 페이브먼트는 스티븐과 스캇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게되고 게리를 대신하여 밥의 친구인 스티브 웨스트(Steve West)를 기용한다. 한편 계약이 만료된 'Drag City'레이블은 페이브먼트가 데뷔부터 최근까지 발표했던 EP들을 모아 1993년에 [Westing (By Musket And Sextant)]를 발표한다. 데뷔앨범의 모태를 이뤘다기보다는 유사한 연장선상에 위치한 앨범으로 EP들을 발표했던 시점부터 이미 페이브먼트는 '돌연변이'로서 극적인 출발점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직관과 망각, 아트팝과 소음이라는 대립적인 구도에 위치한 양상들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있다. 픽시스(Pixies)의 프랭크 블랙(Frank Black)의 끼를 발산하는 스티븐의 공허한 활력과 전통과 아방가르드 사이에서 분화를 이룬 지극히 주관적인 기타의 일그러짐은 데뷔작보다 대중적인 수용의 관점에서는 다소 거리가 먼 앨범이기도 했다. 1994년에는 정규 두 번째 앨범 [Crooked Rain, Crooked Rain]을 발표한다. 히트라는 단어와는 거리감이 있었던 페이브먼트는 이례적으로 싱글 'Cut Your Hair'가 모던락 트랙차트에서 10위를 기록하며 앨범은 차트에서 121위까지 올라갔다. 싱글히트를 할 만큼 대중에게 어필했던 2집 [Crooked Rain, Crooked Rain]의 기본적인 관점은 데뷔앨범과 다르지 않다. 다만 데뷔작 [Slanted And Enchanted]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소닉 유스(Sonic Youth)가 (말 자체에 '대중성'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팝과 분리되어 있던 시절과 빗대어 비교할 수 있다. 2집에서 페이브먼트가 강조하고 있는 바는 바로 그러한 대중으로부터의 거대한 유리를 좁히고자 했던 것이며 개별적 가치를 지닌 다양한 장르들-재즈, 서프, 컨트리, 포크, 락큰롤 등 -을 극단성을 띤 통일원칙으로 정리고 있다는 점이다. 2집과 동시에 EP [Haunt You Down]을 발표하고 일년 후인 1995년에는 세 번째 앨범 [Wowee Zowee]를 공개한다. 더욱 집요하게 세분화된 장르의 심화는 정도를 거스르고 있으며 자유로운 음악적 향유의 미학관을 피력함과 동시에 '새로운 해체'라는 구성주의적 음악관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롤러팔루자 투어에 동참하기도 했던 페이브먼트는 1996년 EP [Pacific Trim]을 발매하고 이듬해인 1997년 네 번째 앨범 [Brighten The Corners]를 내놓는다. 차트 70위까지 핫샷 데뷔를 하며 롤러팔루자 헤드라이너로서의 위력과 인기를 실감한 페이브먼트의 4집은 맥도널드 햄버거 한 개에 행복할 수 있었던 배고픈 예술가다운 작가주의 정신이 쇠퇴된 것은 아닌가 의심을 받았던 앨범이기도 했다. 4집이 주력하고 있는 바는 사운드와 음률에 대한 확장적 고찰이라기 보다는 상업주의로 오도될 가능성이 내재된 '일상화의 재현'이었다. 때문에 독백적인 자의식을 섬기고 있는 개성은 물론이며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는 다양성과 더불어 보편적 취향을 지닌 대중지향성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전반적인 문화적 양상으로서 이해하고 있는 페이브먼트의 절대적인 관념은 논리상의 아이러니를 가진다는 맹점에 대해 무기력증에 빠진 실험주의라며 비난과 반대로는 더욱 복잡 미묘하며 섬세해진 송라이팅으로의 전위를 통해 새로운 페이브먼트를 출범시켰다는 찬사를 얻어낸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앨범을 만들기도 했던 프로듀서 나이젤 갓리치(Nigel Godrich)를 영입하여 새 앨범 제작에 착수한 페이브먼트는 1999년 EP [Spit On A Stranger]를 발매하고 자신들의 마지막앨범인 [Terror Twilight]와 또 다른 EP [Major League]를 연거푸 공개한다. 다섯 번째 앨범 [Terror Twilight]는 '로우파이의 기수'라는 기존이미지의 페이브먼트와는 다소 부합하기 까다로운 앨범이었다. 전작 [Brighten The Corners]부터 예고되었던 말끔해진 노이즈의 심화된 소비와 나이젤 갓리치의 영향력이 극대화를 이룬 쾌적한(?) 음질은 보수적인 일부 인디락 팬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특유의 나른한 독설과 유머는 설득력을 잃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창작'에로의 경도와 '재현'에 대한 자기 비판적인 회의와 고민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스티븐은 '페이브먼트에서 음악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봤으며 멤버들이 모두 만나기 힘들 정도로 먼 곳에 살았기 때문에 밴드에게 가장 중요한 결속력이 약화되어 서로가 소외감을 느꼈다.'라며 결국 페이브먼트는 해산시킨다. [Terror Twilight] 앨범을 페이브먼트라는 멍에로서 짊어지고 나가기에는 리더인 스티븐에게는 적잖은 부담감이었으며 그는 자신의 밴드 직스(Jigs)를 거느리며 페이브먼트의 마지막 앨범과 유사성을 지닌 자신의 솔로앨범 [Steven Malkmus]를 발매한다. 그리고 최근에 데뷔앨범 [Slanted And Enchanted]를 보너스트랙 34곡을 추가하여 재발매하면서 동시에 페이브먼트의 역사를 담은 2장짜리 DVD [Slow Century]를 발매하여 화제이다. 'Definitive Visual Record Of '90 Indie Rock'이라고 부제가 붙기도 한 이번 DVD는 그동안 페이브먼트의 수많은 비디오클립을 제작해왔던 랜스 뱅스(Lance Bangs) 감독의 지휘아래 만들어졌는데 제작기간만도 무려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수록된 뮤직비디오로는 'Here', 'Perfume', 'Cut Your Hair', 'Gold Sound', 'Range Life, 'Rattled By The Rush', 'Father To A Sister Of A Thought', 'Painted Soldiers', 'Stereo', 'Shady Lane', 'Carrot Rope', 'Spit On A Stranger', 'Major Leagues' 등이며 'Rattled By The Rush'와 'Major Leagues', 그리고 'Cut Your Hair' 등 세 개의 곡의 또 다른 비디오버전도 포함되어있다. 각 뮤직비디오는 페이브먼트 멤버들과 랜스 감독이 직접 해설을 해주고 있으며 뮤직비디오들 간의 인터벌에는 비디오를 만들기까지의 발자취가 담겨있다. 비디오클립 다음으로는 약 한시간 가량 페이브먼트의 라이브액트와 다큐멘터리가 데뷔시절인 1989년부터 밴드가 해산하기 전인 1999년 11월 영국의 브릭스톤 아카데미에서 거행되었던 공연에서 마지막 3곡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