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e Ubu (페레 우부)
미국 클리브랜드에서 1975년에 결성된 페레 우부는 이 법칙에 따라 성공과는 거리가 먼 언더그라운드에서 괴짜들이 모여 괴상한 음악을 하는 '이상한' 그룹이다. 하지만 그들이 록 계에 뿌린 씨앗은 오늘날 커다란 열매로 자라났다.
그들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주도권 쟁탈전을 통해 나타나는 혼돈, 불안함 등을 음악과 메시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불협화음을 토해내는 보컬, 하울링으로 승부를 거는 듯한 사이키델릭 기타, 고전적 신시사이저의 부조화는 펑크, 노 웨이브, 인더스트리얼 등 삐딱한 사운드의 위대한 시금석이었다.
프랑스의 부조리주의 극작가 알프레드 재리(Alfred Jarry)의 초현실적인 연극 <우부 로이(Ubu Roi)>에서 그룹명을 따온 페레 우부는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토마스(David Thomas), 기타리스트 톰 허만(Tom Herman)과 피터 러프너(Peter LAughner), 베이시스트 팀 라이트(Tim Wright), 키보디스트 알렌 레이번스타인(Allen Ravenstine), 드러머 스코트 크라우스(Scott Krauss) 진용으로 결성됐다.
그들은 1976년 데뷔 싱글 '30 seconds over tokyo'과 이어 'Final solution'를 발표하며 스타트 라인을 끊었다. 개러지 록, 강력한 디스토션, 반복·재생되는 피곤한 음(音), 예측 불허의 곡 전개 등이 혼합되어 터져나오는 변화무쌍한 사운드는 그들에게 '아방가르드 밴드'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얼마 후 그들은 피터 러프너가 마약 중독으로 사망하고, 팀 라이트가 전설적인 노 웨이브 밴드 DNA에 합류함에 따라 토니 마이모네(Tony Maimone)를 새로운 베이스 주자로 맞이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여 1978년 데뷔작 <The Modern Dance>를 내놓았다. 1년 뒤 2집 <Dub Housing>과 3집 <New Picnic Time>이 잇달아 등장했다. 하지만 밴드는 곧바로 해산되었다.
몇 달 뒤 멤버의 변화를 겪고 리더 데이비드 토마스를 중심으로 다시 뭉친 페레 우부는 1980년 <The Art Of Walking>, 1982년 <Song Of The Bailing Man>를 발표하고 예의 공중 분해됐다.
이후 솔로 캐리어를 쌓아가던 데이비드 토마스는 페레 우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988년 재기 작 <The Tenement Year>를 공개하며 극적으로 컴백했다. 하지만 사운드는 팝 감수성으로 넘쳐흘렀다.
그룹은 계속해서 1989년 <Cloudland>, 1991년 <Worlds In Collision>, 1993년 <Story of My Life>, 1995년 <Ray Gun Suitcase>, 1998년 <Pennsylvania>를 발표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러나 세상과 타협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