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use Painters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
스미스의 낭만과 코데인(Codeine)의 차가운 감수성, 그리고 닐 영의 명료한 지성과 큐어의 음울함, 제프 버클리의 허망함까지 모두 집어삼킨 우리 시대 절망의 송.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에 대한 설명은 이런 복잡다단한 비유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비유는 바로 마크 코즐렉이라는 한 인물로부터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달콤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씁쓸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으며, 실망과 질투에서 비롯된 파멸의 이상을 꿈꾸며 인간의 가장 어두운 (그러나, 진실한)내면을 들춘다. 하지만, 이런 거침없는 노랫말에 얹혀지는 사운드는 더없이 부드럽고 감미롭기까지 해, 레드 하우스 페이터스의 실질적 메시지가 표현하고 있는 절망감이 과연 어느 정도의 골을 파놓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크 코즐렉이 내뱉은 말은은 지독히도 처절하게 구겨진 상처를 대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를 대변하는 밴드의 방향 역시)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감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어쨌든, 90년대 중반 이후로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의 새 앨범을 접할 수 없었던 수년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비관적 삶의 단면이 투영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마크 코즐렉이 애초부터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갓 포비드(God Forbid)라는 밴드를 이끌며, 오하이오에서는 제접 이름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갓 포비드의 해산 이후 그는 애틀랜타로 거처를 옮겼고, 드러머 안쏘니 쿠초스(Anthony Coutsos)와 함께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오하이오에서 애틀랜타로, 그리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자리를 옮기고 난 이들은 , 마지막으로 기타리스트 고든 맥(Gordon Mac)과 베이시스트 제리 베젤(Jerry Vessel)을 영입했다. 클럽에서의 공연으로 호흡을 마지춘 이들은 곧 데모테입을 제작하였고, 이 데모테입은 몇 삶을 거쳐 결국 ‘4AD'의 사장이 직접 선별한 것으로 채워진, 일종의 ‘일방적 선곡’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4AD'는 레드 하우스 페이터스의 음악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데모테입의 알짜배기를 추출해내는 일이 가능했따. 어쨌든, 이들의 데뷔작은 성공적이었고, 마크 코즐렉은 거만할 정도의 자신감으로 다음 앨범을 내놓았다. 2CD로 구성된 >[Red House Painters](93) 이어 94년에는 키쓰의 커버곡을 담고 있는 EP[Shock Me]를 발표하였고, 95년에는 네 번째 앨범 [Ocean Beach]를 완성했다. 상당히 안정적인 사운드를 담은 4집을 마지막으로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는 4AD를 떠나 Supreme과 계약을 맺었으며, 96년 정규 5집이 되는 [Songs For A blue Guitar]를 발매한다. 엉뚱하게도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 멤버들을 제쳐두고, 그와 관계없는 동료들을 불러모아 녹음한 이 앨범은, 마크 코즐렉의 독자적 행보를 암시한 신호탄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포크 성향이 깊어져 보다 공간적 사운드를 연출해냈다는 점은, 이후 그가 펼치는 음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의 최근작 [Old Ramon]도 완성되었으나, Supreme의 도산위기로 인해 음반의 발매가 계속 미뤄져, 마크 코즐렉의 솔로 음반이 먼저 나오게 된다.
'Badman'을 통해 발매된 그의 [Rock 'N' Roll Singer](2000)는 특이하게도 AC/DC의 커버를 담고 있었으며, 이는 뒤이어 나온 2집 [What's Next To The Moon](2001)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마크 코즐렉의 솔로 활동이 한창일 때,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는 Sup Pop과 계약을 맺고, 그 동안 미뤄왔던 [Old Ramon]을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