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k James (릭 제임스)
199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랩퍼로서는 유일하게 내한 공연을 가졌던 MC 해머(MC Hammer)의 <Please Hammer Don't Hurt Em>이었고, 싱글 커트된 'U can't touch this(8위)'가 그 뇌관 역할을 했다. 어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건, 어느 나이트 클럽을 가던 MC 해머가 외치는 "Hammer time!"은 하나의 슬로건 이였다.
원래 이 곡의 펑키(funky)한 기본 리듬은 선정적인 뮤직 비디오와 무대 매너로 악명 높은 릭 제임스(Rick James)의 1981년 싱글 'Super freak(16위)'의 주요 리듬을 샘플링한 것이다.
1948년 미국의 버팔로에서 태어난 디스코, 펑크(funk) 뮤지션 릭 제임스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재즈 클럽을 들락날락하면서 음악에 대한 후천적 유전 성질을 획득했다. 청소년 시절엔 재즈와 초기 록큰롤에 심취한 동시에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 베트남전 징집을 피해 캐나다 토론토로 피했다. 거기서 릭은 닐 영(Neil Young), 조니 미첼(Joni Mitchell), 고든 라잇풋(Gordon Lightfoot) 등과 조우하면서 자신의 음악적인 가치관을 확립했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비록 디스코, 펑크로 고착화 됐지만 그 내면에는 사회에 대한 저항과 불만이 내재되어 있으며 음악적인 스승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을 위시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같은 펑키한 선배들이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전성기를 맞은 그 사이 'Lover girl'로 기억되는 백인 여성 리듬 앤 블루스 싱어 티나 마리(Teena Marie)와 4인조 댄스팝 보컬 밴드 매리 제인 걸스(Mary Jane Girls)의 후원자 역할을 자청했다. 1984년 '17(36위)'을 마지막으로 히트 차트에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1980년대 후반에 발표한 앨범들마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1980년대의 팝음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 막가는 대중 음악을 견제한다는 명목 하에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알 고어(Al Gore)의 부인 티피 고어(Tippi Gore)를 구심점으로 한 대중 음악 검열 단체인 PMRC(Parents Musical Resource Council)가 조직됐다. 프린스를 비롯해 마돈나, 메탈 밴드 머틀리 크루(Motley Crue), 랩그룹 투 라이브 크루(2 Live Crew),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릭 제임스 등이 이 단체의 집중 포화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앨범의 판매고를 높인 훈장에 불과했다.
1997년 가족들과 후배 랩퍼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 친구이자 음악적 동지인 티나 마리의 도움으로 회심의 재기작 <Urban Rapsody>를 공개했지만 변해 버린 음악 상황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