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chie Valens (리치 발렌스)
라틴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록 스타의 자리에 올랐던 리치 발렌즈(Richard Steve Valenzuela)는 록과 라틴 음악을 접목시킨 선구자 격인 아티스트였지만, 불행히도 너무나 짧은 생애를 살았기에 가능성을 채 펼쳐보지도 못한 채 팝계에 아쉬움만을 남긴 인물이었다.
전통 멕시코 음악과 로이 로저스(Roy Rogers), 진 어트리(Gene Autry) 등의 카우보이 노래를 듣고 자란 리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를 비롯한 일련의 로커빌리(rockabilly, 1950년대 말에 유행한 음악으로 컨트리 음악의 악기로 록을 연주한 것)주자들의 음악에 매료된다.
한동안 실루엣(Silhouettes)이라는 그룹에서 활동하던 리치는 우연히 그의 솔로 연주와 노래를 들은 델파이 레코드사의 밥 키에네(Bob Keane)에 의해 발탁되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게 된다.
얼 파머(Earl Palmer, 드럼), 캐롤 카예(Carol Kaye, 기타), 레드 콜렌더(Red Collendar, 스탠드 업 베이스), 어니 프리먼(Ernie Freeman, 피아노), 르네 홀(Rene Hall, 기타)을 세션 밴드로 하여 녹음한 첫 싱글 'Come On, Let's Go'를 US 차트 42위에 올린 리치는 US 11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졌다.
58년 리치는 학창시절 친구였던 도나 루드위그(Donna Ludwig)에 대한 내용의 발라드곡 'Donna'로 차트 넘버 2위에 오르는 예상 밖의 대 히트를 기록했고, 전통적인 동부 멕시코 지역의 후아판고(huapango, 의미없는 일련의 어구들을 나열하는 노래 형식) 스타일의 노래인 'La Bamba'로 차트 22위에 올랐다.
처음 'La Bamba'를 녹음할 당시 리치는 스페인 가사가 삽입된 이 곡이 미국 레코드 관계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La Bamba'가 전세계적인 애창곡이 되면서 그 걱정은 단지 기우였음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시 순회공연에 나선 그는 59년 버디 홀리(Buddy Holly), 빅 밥퍼(Big Bopper)와 함께 아이오와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경비행기 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로큰롤 계의 떠오르는 신예스타로서 재능을 마음껏 표출하기도 전에 어이없이 가버린 그의 죽음을 애도라도 하듯 유작인 'That's My Little Suzie', 'Little Girl'과 [Ritchie Valens], [Ritchie], [Ritchie Valens In Concert At Pacoima Junior High]가 차트에 진입해 히트를 기록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명성은 사후에 끊임없이 높아졌고, 87년 리치의 짧은 생애와 스타덤을 다룬 영화 [La Bamba]가 제작되기에 이른다. 비록 헐리우드식 전개로 지나치게 그의 생애를 드라마틱한 것으로 왜곡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맡았던 라틴계 미국인 그룹 로스 로보스(Los Lobos)가 리치의 'La Bamba'를 리메이크 해 차트 넘버원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는 등, 그의 음악은 사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