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h (러쉬)
러쉬(Rush)는 1968년에 결성되어 30여년간 자신들만의 확고한 음악 영역을 구축하며 성공신화를 일구어온 캐나다의 국보급 3인조 록 그룹이다.
러쉬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꾸준함과 결속력 일 것이다. 러쉬는 1973년의 데뷔앨범<Rush>부터 2002년의 <Vapor Trail>까지 발표한 대부분의 앨범(23장)이 미국에서 골드레코드를 획득했을 정도로 슬럼프 없이 인기리에 활동 해왔으며, 그룹 정립기인 1974년에 단 한차례 멤버 교체가 있었을 뿐 20여년간 탄탄한 팀웍을 유지하는 놀라운 결속력을 보여 왔다. 이런 러쉬의 역사는 대중음악계 전반을 통틀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이자 귀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러쉬는 대중들 뿐만 아니라 뮤지션들에게도 존경받는 밴드로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등 후배 밴드들에게 영향을 미쳐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장르를 여는 데 결정적인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혹자는 러쉬를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러쉬의 음악 팔레트는 보다 넓다. 이들은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기반으로 음악적 목표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들의 음악을 유연하게 변형, 업데이트하여 '러쉬사운드'라고 할 만큼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음악세계를 펼쳐보였다.
1968년 알렉스 라이프슨(Alex Lifeson, 기타), 게디 리(Geddy Lee, 보컬, 베이스) 그리고, 존 럿지(John Rutsey, 드럼)의 라인업으로 토론토에서 그룹을 결성한 이들은, 클럽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1973년 뉴욕 돌스(New York Dolls)의 토론토 공연에서 오프닝 밴드로 출연하여 뛰어난 연주실력을 선보이면서 지명도를 획득했다. 이를 계기로 메이저 레이블인 머큐리(Mercury)사와 계약을 맺은 이들은 1974년에 앨범 <Rush>(미국 105위)를 공개하면서 데뷔하게 되었다.
러쉬의 데뷔 앨범은 'Working man'등의 트랙들에서 재기 넘치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게디 리의 보컬을 비롯하여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영향을 곳곳에서 드러내는 등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건강상의 문제로 탈퇴한 드러머 존 럿지의 후임으로 닐 퍼트(Neil Peart)를 가세시키면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닐 퍼트는 탁월한 박자감각과 창작력으로 러쉬 사운드의 뼈대가 되었을 뿐 아니라 향후 그룹의 가사를 전담하여 초현실적인 가사로 그룹의 방향 추 역할을 했다.
닐 퍼트의 가세로 다음 앨범들인 <Fly By Night>(1975년, 미국 113위), <Caress Of Steel>(1975년, 미국 148위)에서 발전된 음악성을 선보인 이들은 1976년 <2112>(미국 61위)를 발표,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닐 퍼트의 SF적 상상력이 깃든 가사와 뮤지컬적인 구성이 결합되어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원형을 제공한 걸작이었으며 그룹에게 첫 플레티넘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동년 발표한 실황음반 <All The World's A Stage>(미국 40위)으로 뛰어난 라이브 솜씨를 알린 이들은 <A Farewell To Kings>(1977년, 미국 33위, 영국 22위), <Hemispheres>(1978년, 미국 47위)로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초극점을 실험했다. 러쉬의 마니아들에게 현재까지도 마스터 피스로 손꼽히는 'Xanadu', 'Cygnus X-1', 'La villa strangiato'등 대곡 구성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명곡들이 이시기에 탄생되었다.
1980년을 맞이하면서 그룹의 음악은 약간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데, 'The spirit of radio'(미국 51위, 영국 13위)를 히트시킨<Permanent Waves>(1980년, 미국 4위, 영국 3위)는 그 신호탄이었다.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구성미학은 유지하면서도 장황할 정도로 긴 편성의 곡들이 많았던 전작들에 비해 많이 간결해졌다. 이런 경향은 다음앨범인 <Moving Pictures>(1981년, 미국 3위, 영국 3위)에서 보다 명확해졌다. 'Tom sawyer(미국 44위, 영국 25위)', 'Limelight(미국 55위)'등 싱글 곡을 히트시키기도 했던 이 앨범은 비평가와 팬들 모두에게 환대받았다.
실황앨범 <Exit...Stage Left>(1981년, 미국10위, 영국6위)로 화려했던 초기사운드를 정리한 이들은 'New world man'(미국 21위, 영국 41위)을 히트시킨 <Signals>(1982년, 미국 10위, 영국 3위)를 공개하여 또 한번의 변신을 감행했다. 날카로운 고음역의 보컬을 자제하고 키보드가 비중이 커졌고 대곡구성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변화는 공격적인 사운드를 원했던 러쉬 마니아들의 반발을 일으켰고, 팬층의 대폭적인 교체를 야기했다. 러쉬는 단점을 수정, 보완해가면서 <Grace Under Pressure>(1984년, 미국 10위, 영국 5위), <Power Windows>(1985년, 미국 10위, 영국 9위), <Hold Your Fire>(1987년, 미국 13위, 영국 10위)를 연이어 히트 시켰으며, 이 앨범들에서 'Distant early warning', 'The big money'(미국 45위, 영국 46위), 'Prime mover'(영국 43위)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 러쉬를 정리하는 실황음반 <A Show Of Hands>(1989년, 미국 21위, 영국 12위)로 또 한 차례의 골드레코드를 따낸 이들은 1989년 12월 <Presto>(미국 16위, 영국 27위)를 발표, 1990년대를 맞이할 채비를 한다. 디스토션을 좀더 정갈하게 다듬고 어쿠스틱한 곡들로 업데이트 한 이들은 얼터너티브 록과 랩 등 트랜드를 반영하며 공개한 <Roll The Bones>(1991년, 미국 3위, 영국 10위), <Counterparts>(1993년, 미국 2위, 영국 14위), <Test For Echo>(1996년, 미국 5위, 영국 25위)를 연속 베스트셀러화 시켰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러쉬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드러머 닐 퍼트에게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1996년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그는, 슬픔이 채 가시기도전인 1998년에 아내가 폐암에 걸려 사망했다. 러쉬 트라이앵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던 닐 퍼트가 흔들리면서 그룹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멤버 교체나 해체 없이 휴지기를 가지며 재충전한 이들은 2002년, 17번째 스튜디오 앨범 <Vapor Trails>를 공개하였다. 인더스트리얼과 하드코어 작풍이 가미된 새로운 음악성으로 다시 한번 팬들을 놀라게 한 이 앨범은 발표되자마자 앨범 차트 6위를 기록하여 노익장을 과시했다.
2003년에는 무려 4만명이 운집한 브라질의 리오에서 펼쳐진 실황을 담은 <Rush In Rio>를 발표, 건재를 과시했다. 30곡이 수록된 앨범에는 'Working man', '2112'등의 초기곡과 'Tom sawyer' 같은 중반기곡 'Bravado'같은 후기 곡들이 어우러져 러쉬의 30년 역사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