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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9 19:07
Sarah McLachlan (사라 맥라클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8  



Sarah McLachlan (사라 맥라클란)

 

 
최근 미국 팝음악계의 두드러진 현상은 급작스런 여가수 붐일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 샐린 디온, 셰릴 크로, 앨러니스 모리세트와 같은 스타들 말고도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는 신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과거에도 여가수들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요즘처럼 무리를 지어 전분야에 걸쳐 득세한 것은 없었다. 그야말로 소외된 여성들의 대반란이다.


이처럼 남성을 압도하는 모처럼의 '여성시대'를 밝힌 또 한사람이 사라 맥라클란이다. 귀여운 용모에 얼핏 갓 데뷔한 신인같지만 실제로는 경력 10년의 중견. 얼마나 고된 무명시절을 거쳤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챠트 상위권에 명함만 내밀지 않았을 뿐 음악계에서는 이름이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지금은 음악계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깊이 새기고 있다. 막 발표한 신보 <떠오름(Surfacing)>은 빌보드 앨범차트 2위에 올랐다. 여기 수록된 곡 '미스터리를 만들고(Building a mystery)'도 해당 싱글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뒤늦게 때를 만난 셈이다.


그의 음악은 전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 지금이 도대체 어떤 '때'이길래 앨범 제목처럼 갑자기 수면위로 떠오른 것일까? '널 사랑해(I love you)' '네 할 것을 하라(Do what you have to do)' 등 그의 노래는 마치 가을의 정취를 자극하듯 차분하고 쓸쓸하다. 조용함의 극치라 해도 과장은 아니다. 분노와 격정의 음악인 앨러니스 모리세트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바로 이것이다. 지금 팝 음악은 시끄러운 얼터너티브 록에서 조용히 자기 세계를 탐구하는 '개인 포크풍'으로 대세가 바뀌어가는 듯하다. 사람들이 절규에 지친 것일까. 사라 맥라클란 스스로도 이렇게 말한다.


“3년전 전작이 나왔을 적에 방송국 대다수가 내 노래를 틀지 않았다. 다른 여가수, 분노의 광채를 발한 토리 에이모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말고도 사라의 앨범과 노래가 주목받는 이유가 또 있다. 그가 올여름 '릴리스 페어(Lilith Fair)'라고 하는 커다란 행사를 기획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에는 요즘 잘 나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총집결해 매스컴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가수들만' 출연했다. 한마디로 '여성들의 한판을 벌여보자'는 것이었다.


사라 맥라클란은 남성이 지배하는 록을 향해 '분리평등'을 외치는 것이 행사의 취지라고 밝혔다. 제목에도 나타난다. '릴리스'는 유태인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아담의 조강지처였으나 이브에게 자리를 뺏긴 여인이라고 한다. 그의 상징성은 곧 복수심이다.

사라 맥라클란은 '릴리스 페어'에 페미니즘을 투영해 행사가 상업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았다. 그를 평가해 줄 대목이 이 부분이다. 행사의 주창자로서 그의 음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1997년 팝계 결산에서 그는 분명히 '올해의 인물'로 꼽힐 것이다.


물론 행사 출연진이 너무 포크라는 한 장르에 국한됐다는 점 등 아쉬움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는 별 아쉬움이 없다. '때'가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