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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17 23:13
Solar Twins (솔라 트윈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62  



Solar Twins (솔라 트윈스)
 

 
드럼 앤 베이스가 미처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조만간 이를 듣기 좋게 변형시킨 드럼 앤 베이스 팝이 인기를 모으지 않을까 싶다. 이 분야의 수퍼스타 로니 사이즈(RONI SIZE), 포텍(PHOTEK)의 정통성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위한 좋은 샘플이 나왔기 때문이다. 앨범 [SOLAR TWINS]가 그것이며 데뷔작답게 자신들의 이름으로 발표한 혼성듀오, 솔라 트윈스가 주인공이다.


테크노의 다양한 서브장르 가운데 드럼 앤 베이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리듬을 가미할 수 있는 수용력이 뛰어난 제품(?)이다. 따라서 상업화가 가장 잘될 것 같지만 국내시장은 극히 미미한 편. 그도 그럴 것이 브레이크 비트의 강력한 스피드에 발맞춰 춤을 출수 없다는 가장 큰 이유가 존재한다. 이를 약간 변형시킨 정글과 덥의 사운드는 한술 더 떠 원시적인 리듬파트와 200BPM을 넘나드는 속도로 현기증을 유발시킬 정도다. 한가지 더 꼽자면 ‘무척이나 재미없음’도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시종일관 쪼개지는 비트 사이로 들리는 것은 후두두둑 넘어가는 리듬의 연결고리 뿐이다. 감미로운 멜로디는 아예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파워풀한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몽롱하게, 때로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영화처럼 음의 강과 약의 너무나 확연한 시너지효과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한때 트립합과 앰비언트가 브리스톨의 트로이카를 두었던 시절, 테크노의 뿌리찾기에 갈팡질팡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너무나 많은 파생어, 다양한 음들의 세계에서 자아찾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미로찾기와 같은 혼란만 초래했고 분위기는 ‘춤추고 놀다가 죽어도 좋아’라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뚜렷한 경계도 없는 음악장르의 극과 극을 넘나드는 잡종교배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미 80년대 말, 신서사이저라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바탕으로 드럼머신과 샘플러 등으로 매끈한 음들을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미래는 일렉트로닉에 저당잡히고 있었다. 대세가 이렇다보니 소위 ‘어렵고 무거운 음악’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염세주의와 낙천주의의 대립으로 사람들은 어둡고 침침한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이야기에 스스로 분열하는 사람 혹은 댄스플로어에서 근심걱정 잊어버리고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는 양극상황이 일어났다. 길게 말해서 논지를 흐려놓은 것 같지만, 말하고 싶은 한가지는 간단하다. 그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던 드럼 앤 베이스와 정글사운드를 팝과 융화시켜, 들을수록 말려드는 테크노의 마력과 부드럽고 감미로운 보컬라인이 상쾌함을 주는 영국산 미국팀이 국내상륙한 일이다. 덥스타나 리퍼블리카, 선스크림에서 가비지와 카디건스를 잇는 부류와도 좀더 다른 입장에서 이들, 솔라 트윈스를 봐야 하는데 이들의 역사를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런던에서 LA로 건너갔을 때 데이빗 놀랜드(David Norland)와 조안나 스티븐스(Joanna Stevens)의 가방에는 겨우 300불이 전부였다. 오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열정만이 그들의 의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데이빗과 조안나가 무모하고 대책없이 덤벼든 것만은 아니었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스타가 되기 위한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젊은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들의 고향 영국에서 성공해도 됐을 텐데 왜 머나먼 미국까지 건너가서 그 고생을 했을까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주지의 사실이듯, 영국은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록의 산실이 아닌가. 더군다나 밀레니엄 세대에 어울리는 전자음악의 상업화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솔라 트윈스에게 미국은 새로운 기회의 섬이었고, 보다 넓은 스타덤을 소원하는 그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유혹이었을 지 모른다. 마치 7,80년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듯이 말이다.


여하튼 행운의 여신도 이들의 당돌함과 실력을 인정한 것 같다. 마돈나가 경영하는 매버릭의 눈에 든 것이다. 결국 솔라 트윈스의 데뷔는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이보다 앞서 영화 [Brokedown Palace] 사운드트랙에 'Rock The Casbah'를 제공했다. 이 곡은 영국밴드인 클래쉬(Clash)의 펑크넘버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데이빗은 이들의 열렬한 매니아다. 한편 조안나는 이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을 무렵, 전혀 다른 ‘솔라 트윈스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Rock The Casbah'를 껐다고 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클래시란 밴드가 나왔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를 잘 알지 못했고 'Rock The Casbah'의 멜로디와 가사는 더더욱 몰랐다. 이 트랙을 녹음할 수 있었던 것이 이상할 정도다. 어느 날은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어쩔 수 없이 껐다. 왜냐면 내가 원곡을 들으면 솔라 트윈스의 'Rock The Casbah' 믹스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말이다."


조안나의 어린 시절은 뮤지션집안 태생답게 노래와 악기연주로 세월을 보냈다. 그녀의 감미롭고 근사한 목소리는 형제들과 부모의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며 다듬어진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데이빗도 마찬가지로 음악애호가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덕에 정규적인 클래식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악기에 관심이 많았고 여행은 그에게 많은 경험과 새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뮤지션이 되기로 작정한 다음부터 데이빗은 낮에는 피아노와 플롯, 작곡 등의 클래식을 공부하고, 밤에는 덥과 레게, 나이트클럽에서 현대적인 수업(?)을 받았다. 이러한 주경야독(?)으로 일렉트로닉 악기를 두루 섭렵하다가 조안나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팝스타로서의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보통 혼성밴드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더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이 둘도 처음에는 연인사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남남관계’를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다. 비록 사랑은 깨졌지만 음악만은 깨뜨릴 수 없다는 유리스믹스의 애니 레녹스와 데이브 스튜어트와 너무나 비슷한 솔라 트윈스.
“처음에 조안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아름다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하고, 내가 만든 음악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