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sh (새쉬)
워낙 변종과 하위장르들이 난무하는 일렉트로니카 가운데 트랜스는 기본적으로 '얌전한 고양이과'에 속하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부뚜막은 물론이고 댄스 차트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장르다. 흔히들 생각하는 '댄스뮤직'이라면 ‘빠르다. 단순하다. 리드미컬하다'로 요약될 수 있는데, 사실 춤을 추려는 마음만 확고히 먹었다면 음악은 상관없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새쉬의 경우, 과도하게 춤을 추려는 욕구를 자극하진 않지만 맘만 먹으면 그 어느 때보다 흥겹게 리듬을 탈 수 있는 요소를 많이 함유한 사운드를 낸다. 리더자 고참급 DJ인 샤샤 라페센(Sascha Lappessen, 밴드의 이름은 이 사람의 애칭에서 따왔음), 토마스 앨리슨(Thomas Allison), 랄프 카프이어(Ralf Kappmeier)로 이루어진 이 삼인조의 목표는 속해있는 분야인 ‘트랜스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것'.
사실 풀 랭쓰(Full-Length) 앨범 딱 두개를 낸 결과치고 이들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서문에 언급했듯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범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어 들였고, 지난 한해 동안 싱글만 1천만장, 앨범은 2백5십만장을 팔아치운 것이 한 예다. 뿐만 아니라 이 싱글판매차트에서 3곡을 링크시키면서 스파이스 걸스와 맞먹는 판매고를 수립했다. 또한 브릿 어워드(Brit Award)의 ‘Best International Male Artist'로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이후 빌보드 댄스차트의 1위에 등극했고 데뷔앨범은 많은 나라에서 앞다투어 골드와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첫 싱글 'It's My Life'를 제외하고 앞서 말한 3장의 싱글 가운데 'Ecuador'과 'Stay'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데, 당시 이들이 메이저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대형 배급망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더욱 값진 성공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음악의 특징이라면 BPM이 135-150이란 높은 수치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며, 멜로디컬한 면모가 돋보인다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음반과 곡 하나 하나에 개의치 않고 드러나는 철저한 대중성은 바로 불과 2년 사이에 세계적인 네임벨류에 새쉬를 올려놓은 확실한 이유다. 또한 전자음악이란 분류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변칙적인 음의 운용들과 자연친화적인 면모들이 강하게 도출되는 사운드상의 특징도 이들을 다음 밀레니엄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될 만 하다. 이런 사운드에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새쉬의 사운드는, 정리하자면 댄서블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