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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9 19:14
Savatage (사바티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7  



Savatage (사바티지)


 
사바티지의 고향은 데스 메틀의 메카로 후일 명성을 떨치게 되는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 탐파(Tampa)로, 십대 시절부터 이미 '용감한 형제'로 뭉쳤던 두 소년 존과 크리스는 80년초 함께 밴드 생활을 하고 있었고 83년에 본격적인 사바티지로서의 활동이 개시되면서 [City Beneath The Surface], [Sirens], [The Dungeons Are Calling] 등 인디 레이블에서의 초기 작품들이 속속 완성되어 나왔다. 이후 85년작 [Power Of The Night]과 86년작 [Fight For The Rock]으로 드디어 메이저 레이블 아티스트로의 진출과 입지가 증명되었고, 가장 사바티지다운 라인업-존 올리바(Jon Oliva/vo, key), 크리스 올리바(Criss Oliva/g), 그리고 스티브 워콜즈(Steve Wacholz, dr), 자니 리 미들튼(Johnny Lee Middleton, b)-이 형성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연주 잘 하는 밴드이긴 했으나 그 이상의 뚜렷한 어떤 알파가 없었던 사바티지가 여기까지의 모습이었다면, 이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87년에 그들이 선보인 [Hall Of The Mountain King]은 노르웨이의 국민악파 클래식 작곡가 에드바르트 그리그(E. Grieg)의 유명한 '페르귄트 조곡'에서 착안된 새로운 시도였을 뿐 아니라, 프로듀서 이상의 존재로 사바타지로서는 제5의 멤버 내지 밴드의 아버지, 심지어 그들의 재림 구세주라고 불리는 사나이 폴 오닐이 처음으로 사바타지와 인연을 맺었던 작품으로, 여기서부터 그들은 속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후 작품들인 90년작 [Gutter Ballet]와 91년작 [Streets: A Rock Opera]까지 포함한 연작은 그 전환점 이후의 사바티지 3대 마스터피스라고 불릴만한 것들로, 파워와 섬세함이라는 극적인 명암의 울림이 최대한의 구성미를 통해 표출된 것들이었다.

[Gutter Ballet]의 타이틀곡의 컨셉트가 [Streets: A Rock Opera]로 거대하게 확장/발전되면서 폴 오닐을 포함한 사바타지의 입지는 음악적, 인기도 양면에서 확고하게 굳었고 이것은 누구도 재론할 필요가 없는 사바타지 최고의 첫 황금기였다. (거리의 인물 D.T. Jesus라는 인물을 내세워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엮어가는 한 편의 드라마 [Streets: A Rock Opera]는 폴 오닐의 자전적 소설을 기본으로 한, 그가 전곡 가사를 담당한 작품이다. 폴은 지금도 사바타지 작품의 99%의 가사를 도맡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강한 보컬과 프로페셔널한 건반 솜씨로 밴드의 전면에 서는 인물이자 크리스의 두말할 나위 없는 단짝 친형 존 올리바가 건강상의 문제로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후로도 밴드 외곽에서 앨범 작업을 돕게 되는 우호적인 성격의 결별로 마무리짓고 떠난 그였지만, 그의 후임으로 신예 재커리 스티븐스(Zachary Stevens, vo)를 들인 뒤 어렵사리 만든 앨범 [Edge Of Thorns]가 나오자마자 초창기부터의 오랜 친우였던 드러머 워콜즈가 음악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며 팀을 떠났다.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사건. 그 해(93년) 10월에 존의 동생 크리스가 아내와 함께 타고 가던 승용차에서 마주 오던 차의 상대방 과실(음주 운전)로 일어난 눈 깜짝할 사이의 거센 교통 사고로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마는 비극이 밴드를 덮쳤다.


존의 탈퇴 때 벌써 사바티지의 앞날을 조금씩 염려했던 이들은 이 사고 소식에 거의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Edge Of Thorns]는 크리스 최후의 작품이라는 비극적인 설명으로 남겨졌고, 그 앨범과 함께 시도되었던 새 멤버 가입 이후의 밴드의 다른 방향 모색도 막 시작되자마자 물음표 속에 남겨지고 말았다. 앞서 밴드를 나간 뒤 제3자적 입장에서 밴드를 도와왔던 존의 심경도 착잡하기만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는 의지로 일단은 밴드를 계속 굴려보자는 방향으로 선택, 크리스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그의 후임자를 물색했고, 곧바로 그들은 테스타먼트(Testament)를 스스로 떠나 재즈 퓨전 방향의 프로젝트 익지빗 에이(Exhibit A)를 간간이 굴리고 있던 재주꾼 알렉스 스콜닉을 섭외했다. 사바타지는 그에게서 거절의 대답을 들을 경우 사바타지의 존속 자체를 포기할 각오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콜닉의 대답은 "Yes". 결국 그들의 아픈 신작 [Handful Of Rain]은 94년 말에 완성을 보았다. 당연하게도, 이 앨범은 사바타지 모두의 사랑을 담고 고(故) 크리스 올리바에 바쳐지고 있다.


알렉스 스콜닉의 사바타지 가입이라는 뉴스는 사바타지와 테스타먼트 양측의 팬들 모두에게 흥분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술한 바와 같은 사바타지 고유의 스타일에 젊은 테크니션이자 그 못지 않게 필(feel)과 내실이 들어찬 스콜닉 플레이의 가세가 보여주는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스래쉬 밴드였던 테스타먼트에서 스콜닉의 기타가 가졌던 가치는 보컬 척 빌리(Chuck Billy)의 우렁찬 인디언 함성과 온전히 동등한, 혹은 그 이상까지도 의미할 수 있는 단순한 스래쉬 이상의 것이었다. 결코 크리스의 이름을 더럽힐 선택이 아니다.


거기에 팀을 떠났던 워콜즈의 복귀, 예전보다 더한 애정으로 팀을 도운 존 올리바와 언제나처럼 밴드와 함께 한 두뇌 폴 오닐 등 [Handful Of Rain]에 담긴 것들은 사바타지의 그 어느 앨범들보다도 의미심장하고 각별하다. 친근한 게리 스미스(Gary Smith)의 아트워크가 전면에 실린 앨범 재킷에서도 크리스의 윤곽을 읽을 수 있지만 이 앨범에서 스콜닉이 보여준 자세는 그의 플레이 못지 않게 감동적이다. 그는 자신의 기재 대신 크리스의 기타와 앰프를 그대로 사용하여 연주해 보인 것이다. 기타리스트로서 고인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는 이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