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badoh (세바도)
로-파이 계열에 만약 세바도(Sebadoh), 아니 그보다‘King Of Lo-Fi'라고 불리는 루 발로우(Lou Barlow: 베이스, 기타, 퍼커션, 보컬)가 없었다면 로-파이가 이 정도까지 인디 록 저변에 정착될 수 있었을까?
적어도 루 발로우의 약 10여 년간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짚다보면 이런 의문은 한번쯤 제기될만하다. 하지만 로-파이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창조물이 아니라 경제적인 능력이 모자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했던 돌파구였을 뿐, 음악적 스타일과 결부되는 그 어떤 매치도 불가능한 개념이다.
다만 탁하고 거칠지만 자연스럽고 때묻지 않은 4트랙, 혹은 8트랙으로 대표되는 이 사운드는 90년대의 자유분방한 록 문화에서 최적의 사운드로 어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뿐이며, 그 시기에 펑크적 영향에 포크/노이즈 사운드를 지향했던 루 발로우는 새로운 조짐에 가장 이상적인 적임자였던 것이다.
루 발로우가 인디 펑크 밴드인 다이노서 주니어의 초기 베이시스트였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밴드를 탈퇴하는 89년 이전부터 이미 센트리도라는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 [Weed Forestin](87)을 발표했던 그는, 당시 퍼커션 파트를 지원해주었던 에릭 개프니(Eric Gaffney: 드럼, 기타, 보컬)를 만나 세바도라는 이름 아래 [The Preed Man](89)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루 발로우와 세바도의 시작이었다.
[Sebadoh Ⅲ](91)는 인디 레이블(?) 서브팝으로 이전하기 전에 발표한 세바도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동시에 로-파이 사운드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앨범이다.
드러머에 제이슨 로웬스틴(Jason Loewenstein: 베이스, 드럼, 기타, 보컬)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 내놓은 이 작품을 잘 들어보면, 뒤를 이어 등장하는 많은 로-파이(인디) 계열 밴드/싱어송라이터들에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만큼 로-파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후에도 세바도는 [Smash Your Head On the Punk Rock](92), [Bakesale](94) 등 우수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는데, 점점 팝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특징이다.
이것은 93년에 존 데이비스와 이루어진 또 하나의 비중 있는 프로젝트(영화 [키즈]의 사운드트랙으로 더 유명한) 포크 임플로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이젠 더 이상 4트랙이나 8트랙 녹음기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들의 변모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