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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9 19:50
Shampoo (샴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9  



Shampoo (샴푸)

 


1994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개발된 이 샴푸를 이루고 있는 주된 성분은 재키 블랙(Jacqui Blacke)와 캐리 애스큐(Carrie Askew)이다. 이 두 성분들이 물리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기가막힌 조화를 이루게 된 곳은 플럼스테드 마이너 고등학교에서였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이 두 철없는 소녀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둘 다 영국에선 꽤 지지도가 높은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의 팬이었던 것이다. 좋아하던 밴드가 같다는 것에 의기투합하여 평소 관심이 많았던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팬진 작업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팬진과 음악. 바로 그것이 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는 끈이었고 이들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취되어 뜻 모를 일들만 벌이는 두 소녀를 보고 주위의 친구들은 이들을 '엉뚱하기만한 괴짜' 혹은 '현세에 나타난 마녀' 취급을 하곤 했다고 한다. 금발 머리에 똑같이 색을 넣어 염색을 하고, 손을 맞잡고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곤 했던 이 두 샴 쌍둥이같은 소녀들은, 미술을 제외하곤 거의 A 학점을 받아온 재키가 학교를 떠나면서 더 큰 일을 벌이게 된 것이다.


언제나 붙어서 지내던 파트너가 없어지자 외로워진 캐리도 더 이상 학교를 다닐 말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직장, 책임의식, 성인으로서의 삶의 방식... 이런 것들은 이 맹랑한 두 꼬마 숙녀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팝스타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평이한 직업을 가지고 안정된 삶을 산다는 것은, 이 꿈 많고 뜻하는 바는 모두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만 믿고 있는 어린 소녀들에겐 쉽게 용납되지 않았고 이들은 지금까지도 그런 삶을 동경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세상 모르고 학교를 뛰쳐나온 두 아가씨들은 런던 지역 클럽 등지의 단골 연주자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어리고 또 외모에도 자신이 있었던 이들은 타오르는 의욕만으로 겨우 14파운드 정도의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팝스타로 향한 길, 그러나 험난하기 그지없는 길 위로 기꺼이 뛰어든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이 가고 우연한 기회에 아이스 링크 레이블을 가지고 있는 밥 스탠리를 클럽에서 만나게 되었다. 기회는 왔다라고 생각한 이 겁없는 소녀들은 그에게 가서 '엄청나게 좋은 곡들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팝 스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물론 이 말엔 상당한 거짓말이 섞여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곡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곡을 쓸 줄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다음 날 다시 그를 만나기로 약속한 그들은 밤새도록 잡지며 책들을 뒤지며 그럴듯한 가사를 만들어내는데 골머리를 앓아야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그때부터 이미 그들의 편에 섰었는지 다음날 그들이 밤새 급행으로 써간 가사를 본 밥은 그들에게 두 장의 싱글을 내주겠노라는 대답을 쥐어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발표된 싱글이 'Blisters & Bruises'와 'Bouffant Headbutt'이었다. 첫 싱글 'Blisters & Bruises'가 발표되자 멜로디 메이커지(紙)는 이 싱글을 '이 주의 싱글' 그리고 ' 이 달의 싱글' 자리에 올려놓았고 페이스 지에선 이들의 음악을 '깜찍한 펑크'라고 지칭했다. 순식간에 이들의 첫 싱글에 대해 한마디씩 안 한 잡지가 영국 내에선 더 이상 없을 정도가 되었다.


7인치 비닐 싱글 한 장으로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이들은 바네사 빠라디(Vanessa Paradis)나 레몬헤즈(Lemonheads) 등 장장한 뮤지션들과 함께, 혹은 독자적으로 파격적인 무대를 꾸미며 왕성한 성장을 보였다. 영국의 유명 팝 페스티벌인 레딩 페스티벌의 무대에서 수많은 인디 팬들을 사로잡을 만큼 영악하면서 센스 넘치는 두 아가씨는 두 번째 싱글마저 히트를 치자 정식으로 작곡 수업을 받고 드디어 데뷔 앨범 [We Are Shampoo]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샴푸가 화려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은 별 볼일 없고 외모나 치장으로 한 몫 보려고 하는 인형들은 절대 아니다. 물론 이들이 선사하는 음악이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거나 기가 막힌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음악적 그리고 시각적 센스는 대단히 (아주 대단히) 탁월한 것으로, 쉽게 평가되어지거나 싸구려 취급을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직설적인 가사와 가벼운 멜로디 그리고 다소 욕구 불만적으로 들리는 보컬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나름대로의 음악관을 선보이고 있는 이 작은 요정들은 자신들의 젊음과 자신만만함을 무기로 계속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대중들이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절대로 음악이 좋지 않으면 가수는 세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 휘황찬란하고 삐까번쩍한 화장, 의상 그리고 머리 모양이 샴푸가 보여주는 것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