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yl Crow (셰릴 크로우)
1993년 서른살의 늦은 나이로 데뷔한 여성 로커 셰릴 크로우는 미국의 정통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뮤지션이다. 블루스와 컨트리가 섞인-국내에는 이상하게도 인기가 없는- '루츠(roots) 록' 계열의 음악을 한다.
복고적인 음악에다 경쾌한 록 사운드와 여성 특유의 세밀한 감성이 합쳐져서 듣기 좋은 셰릴 크로우의 음악이 된다. 백업 싱어
출신인 그녀는 일상적 삶에 대해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담담하게 노래한다. 발랄한 귀염성이 느껴지는 음색에서는 선배 여가수
리키 리 존스(Rickie Lee Jones)의 영향이 느껴진다.
미국적인 루츠 록을 반기지 않는 정서 탓에 국내에서는 그 지명도가 낮은 편이지만 본고장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나오는 앨범마다 격찬을 받았고 대형 팝 스타들이 자청해서 그녀를 돕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가수다.
뒤늦게 빛을 본 '늦깎이 신인'의 전형인 셰릴 크로우는 1996년 이후 그래미상을 4년 연속 수상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그녀는 특히 남성중심의 록음악계에서 여성 뮤지션의 활동영역을 확장시킨 주역이다.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사라 맥라클란과 함께 여성 뮤지션들의 축제인 <릴리스 페어(Lilth Fair)>를 주도하기도 했다.
1963년 2월 11일 태어난 셰릴 크로우는 아마추어 빅 밴드에서 활동했던 부모 덕에 어려서부터 음악과 친해졌다. 6살 때 이미 피아노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고, 13살 때 처음으로 작곡을 하며 음악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 학위를 땄던 그녀는 잠시 음악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곧 작곡과 노래에 전념한다.
1987년부터는 백업 가수로서의 화려한 경력이 시작된다. 셰릴 크로우는 그 해 8월부터 18개월 간 마이클 잭슨의 <Bad> 월드투어에 백업 보컬로 따라 나섰다. 이후 돈 헨리, 로드 스튜어트, 조 카커, 조지 해리슨 등 쟁쟁한 슈퍼스타들의 공연에 참여하며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키워갔다.
다양한 세션 활동으로 주가를 올린 셰릴 크로우는 1991년 <A&M> 레코드와 솔로 앨범을 내기로 계약한다. 이후 '튜스데이 나이트 뮤직 클럽(Tuesday Night Music Club)'이라는 이름으로 밴드생활을 하던 그녀는 1993년 밴드의 동료들이 작곡, 세션에 대거 참여한 데뷔앨범 <Tuesday Night Music Club>을 발표했다. 그 앨범은 발표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대단한 저력을 발휘하며 7백만 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역시 밀리언셀러가 된 싱글 'All I wanna do'는 13주간 정상을 지켰던 보이즈 투 멘의 'I make love to you'에 이어 차트 2위에 올랐다. 그 곡으로 셰릴 크로우는 1995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신인'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1994년 선정한 '차세대 록의 주역'으로 뽑히기도 했다.
'Leaving Las Vegas', 'Strong enough' 등이 연속히트하며 성공적 솔로 가수가 된 그녀는 더 이상 백업 보컬이 아니었다. 밥 딜런, 롤링 스톤스, 이글스 같은 거장들의 공연에 오프닝 가수로서 당당히 노래를 불렀다. 1996년 10월에는 셀프타이틀의 두 번째 앨범이 발표되었다. 그녀 자신의 역할이 훨씬 커진 2집은 전작과 달리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차트 상위권에 올랐던 'If it makes you happy', 'Everybody is a winding road' 같은 곡은 그녀의 훌륭한 작곡능력을 재확인시켰다.
1997년 8월 그녀는 사라 맥라클란, 숀 콜빈(Shawn Calvin), 주얼(Jewel) 등과 연계해서 <릴리스 페어>를 주최했다. 이 여성들만의 축전은 '남성과 경쟁하는 여성이 아니라 개별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서 수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1998년 9월 그녀는 세 번째 앨범 <The Globe Sessions>를 출시해서 'My favorite mistake'를 히트시켰다.
1998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렸던 공연실황은 음반 <Sheryl Crow And Friends: Live in Central Park>에 담겨 출시되었다. 이 앨범은 에릭 클랩튼,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처드, 프리텐더스의 크리시 하인드, 플릿우드 맥의 스티브 닉스, 사라 맥라클란 등 쟁쟁한 진용이 참여해 그녀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건스 앤 로지스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영화 <빅 대디>에 삽입되었던 'Sweet child o` mine'는 그녀의 곡으로는 드물게 국내에서 히트를 기록했다.
셰릴 크로우의 음악은 뒤늦게 꽃피운 그녀의 인생과도 상통한다. 폭발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자연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미묘한 힘이 있다. 담배연기 자욱한 클럽에 홀로 앉아서 일상적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관조적 자세가 그녀에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그녀가 미덥다. 자극적인 첫맛보다는 은은한 뒷맛이 깊게 남는 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