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 Sledge (시스터 슬레지)
1970년대 말은 미국흑인의 댄스음악, 디스코의 열기에 휩싸였던 시기다. 백인음악사회에서는 디스코를 '통조림음악', '저질의 사창가음악'이라고 매도하며 음악자체의 성격을 도외시했지만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를 흥행시키며 백인배우 '존 트라볼타'를 디스코댄스의 아이콘으로 우상화시킴과 동시에 백인형제보컬그룹 비지스(Bee Gees)의 노래 'Stayin' alive'와 'Tragedy'등을 통해 상업적인 기득권을 점유했다.
12세에서 16세 사이의 소녀 자매들로 구성된 4인조보컬그룹 시스터 슬레지(Sister Sledge) 또한 그러한 시대적 기류 속에 있었다. 킴(Kim), 데브라(Debra), 조안(Joan) 그리고 캐시, 이렇게 네 명의 '슬레지가' 자매들이 의기투합해 가문의 영광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972년에 필라델피아를 기점으로 시동을 건 슬레지자매들은 1979년, 'Le freak'(1978년 1위)을 히트시킨 '디스코의 위대한 탄생' 쉬크(Chic)의 브레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와 버나드 에드워즈(Bernard Edwards)를 프로듀서로 맞아 음악활동의 최고점에 도달했다.
앨범 < We are family >가 차트 3위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동명타이틀 송 'We are family'가 R&B 1위와 팝 차트 2위에 오르며 디스코의 찬가가 되었고, 싱글 탑10에 든 'He's the greatest dancer'(R&B 1위)와 함께 상업적인 대성공의 기쁨을 만끽했다. 'We are family'는 이후 피츠버그 파이러츠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제가로 채용될 정도였다.
두곡의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데 잔뜩 고무된 자매그룹은 로저스&에드워드 콤비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 Love somebody today >(1980)을 발표했다. 싱글 커트된 'Got to love somebody'가 R&B차트 6위와 팝 차트 64위까지 오르긴 했으나 전작의 흥행스코어는 재현되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나라다 마이클 월든(Narada Michael Walden)으로 프로듀서를 교체하고 < All-American Girls >(1981)를 발표했고, 앨범타이틀 트랙(R&B 3위, 팝 79위, 영국 41위)과 'Next time you'll know'(R&B 28위)이 싱글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 The sisters >(1982)와 < Bet Cha Say That To All The Girls >(1983)를 연이어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긴 했으나 대중들의 마음은 차츰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리 웰스(Mary Wells)의 원곡을 커버한 'My guy'(1982)가 R&B와 싱글차트에서 상위에 오르고, 1983년 앨범에는 재즈맨 조지 듀크(George Duke)와 알 자로(Al Jareau),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마이클 셈벨로(Michael Sembello, 영화 플래시댄스의 'Maniac'의 작곡과 연주로 가장 유명), 제프리 오스본(Jeffrey Osborne)을 제작에 참여시키는 야심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단내 나는 음악스타일로의 전환은 되레 역효과를 불러왔다.
영국 팝 차트 정상을 밟은 'Frankie'는 희망의 불씨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 팝 차트 75위에 랭크된 것도 그나마 다행, 다음 싱글 'Dancing on the Jagged Edge'는 영국차트 탑40에도 오르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나일로저스를 다시 불러들여 '과거로의 귀환'을 시도한 < When the boys meets the girls >(1985)는 싱글로 발표된 곡이나 앨범 모두 반전에 실패했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히트행렬에 마침표를 찍은 '필라델피아 걸스'는 애틀랜틱 레이블과의 계약만료와 함께 각자 솔로 활동에 들어갔다. 막내 캐시는 1992년 에픽레이블을 통해 솔로앨범 < Heart >를 내놓았다.
13년 만에 다시 모인 자매들은 < African Eyes >(1998)를 발표해 평단의 호감을 사며 과거의 명성을 후대에 다시금 인정받기도 했다. 2004년 엡콕(Epcot)테마파크에서 열린 '국제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시스터스 슬레지의 음악은 최근까지 라이브앨범으로 발매됐으며 그녀들은 여전히 음악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