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aker Pimps (스니커 핌스)
크리스 코너(Chris Corner)와 리엄 하우(Liam Howe)는 스니커 핌스를 만든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첫 만남은 크리스의 누나인 데보라가 리엄의 애인이었을 때 이루어졌다. 리엄이 그녀의 집에 찾아갈 때면 옆방에서 항상 크리스가 작업하는 신서사이저의 냉냉하고 징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처음에야 신경 쓸 틈도 없었겠지만 그들의 사랑이 식어갈 무렵 그의 마음은 이미 음악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리하여 두 명의 북부 출신 청년들은 F.R.I.S.K.와 라인 오브 플라이트(Line Of Flight)라는 이름으로 리믹스와 프로듀싱을 해주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비록 자신들의 음악이 아닌 다른 뮤지션들의 '도우미 역할'이었지만 한동안은 그렇게 리믹서와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다. 어쨌거나 능력이 있는데 밴드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기에 크리스와 리엄은 뮤지션의 꿈을 이루고 싶어했다.
그들이 켈리 데이튼(Kelli Dayton)을 만난 것은 버밍엄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였다. 짧은 머리에 톰보이 기질이 다분해 보이는 반항적이고 이국적인 외모의 그녀가 스카웃(?)되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뤼미에르(The Lumieres)라는 펑크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던 켈리는 그곳에서 만난 두 명의 남자로부터 새로운 제의를 받았고, 마침 자신이 하고 있던 음악활동에 흥미가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결국 켈리는 밴드의 얼굴마담을 하게 되었다.
95년, 스니커 핌스는 다섯 명의 라인업으로 출발했다. 실질적으로 부각된 것은 리엄과 크리스, 그리고 켈리였으나 드러머 데이브 웨스트레이크(Dave Weslake)와 베이스 조 윌슨(Joe Wilson)의 몫도 만만치는 않았다. 이들의 데뷔 앨범 [Becoming X]는 각종 차트에 등장하며 호평을 받았고, 영화 [트레인스포팅]과 [인질(원제: A Life Less Ordinary]의 사운드트랙에서도 스니커 핌스의 노래가 수록되었다.
이들은 가장 잘 나간다는 브릿팝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밴드가 되었는데, 그 매력은 밴드의 홍일점인 켈리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인질]에 수록된 'Velvet Divorce'는 켈리의 목소리가 담긴 스니커 핌스의 마지막 곡이 되고 말았다. 정확한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켈리가 팀을 떠난 것이다.
켈리가 빠진 빈 자리는 크리스가 이어받아 두 번째 앨범 [Splinter]를 통해 상당히 여성스러운 보컬을 선보였다. 더불어 다른 멤버들의 포지션도 모두 바뀌었는데, 드러머였던 데이브는 키보드로, 베이스의 조는 드럼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앨범 [Splinter]는 외지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으며, 스니커 핌스는 이제 더 이상 혼성 밴드로서가 아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