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fly (소울플라이)
소울플라이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기 전에 먼저 세풀투라(Sepultura)에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주지하다시피 세풀투라는 메탈리카(Metallica), 슬레이어(Slayer)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래셔(thrasher)이자 브라질리언 메틀의 총아였고 바이퍼(Viper)와 함께 록의 불모지인 브라질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밴드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초기의 데쓰메틀에 가깝던 사운드에서 스콧 번즈와의 공작이었던 중기 대표작 [Beneath The Remains]를 필두로 [Arise], [Chaos A.D.], [Roots]로 이어지는 걸작 행진은 지칠 줄 모르는 것이었고 이들은 슬레이어(Slayer), 소돔(Sodom), 크리에이터(Kreator)와 함께 스래쉬 메틀과 데쓰 메틀의 중간에 서서 이 양자를 슬기롭게 조율해 준 그룹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말 터졌던 막스 카발레라의 세풀투라 탈퇴사태는 밴드로서나 막스 자신에게 있어서나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았던 불안한 선택이었다. 막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의붓아들이었던 데이나 웰즈(Dana Wells)의 죽음 이후 막스의 처(妻) 글로리아(그룹의 전 매니저이기도 했음)와 세풀투라의 나머지 멤버들간의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그 내면에는 오랜 그룹생활을 청산하고 막스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고집을 펼쳐 보이기 위함이 무시 못할 비중 있는 탈퇴 이유로 남아있었다.
기타리스트 안드레아스 키저가 직접 보컬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새로운 보컬을 찾아 혈안이 되어 있었던 세풀투라와는 대조적으로 (그룹 시절의 카리스마와 네임 밸류가 한몫 단단히 했는지) 막스의 프로젝트를 위해 모여든 멤버들은 이 바닥의 숨은 실력자들이었고 라인업 구성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뉴욕출신 인더스트리얼 그룹 쏜(Thorn)의 로이 마요르가(Roy ‘Rata’ Mayorga, 드럼), 세풀투라의 로디였던 마르셀로(Marcello D. Rapp, 베이스), 막스가 선호하던 브라질그룹 치코 사이언스(Chico Science)의 잭슨 반데리아(Jackson Banderia, 기타)를 차례로 영입하여 1998년 4월말 공개된 소울플라이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은 세풀투라의 「Roots」앨범에서 보여주었던 토속적인 색채가 더욱 강조된 앨범이었고 세풀투라 시절의 스래쉬적인 색채를 초월한 버라이어티한 음악적 시도(막스가 세풀투라 시절부터 해보고 싶었던 브라질 고유의 민속음악과 샘플링을 본격적으로 도입)와 피어 팩토리(Fear Factory)의 버튼 C. 벨(Burton C. Bell)과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es),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프레드 더스트와 DJ 러셀(DJ Lethal), 데프톤즈(Deftones)의 치노(Chino), 덥 워(Dub War)의 보컬리스트 벤지(Benji), 사이프러스 힐(Cypress Hill)의 에릭 보보(Eric Bobo) 등의 유명인사들의 게스트 참여로 기존의 과격한 노선을 고수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벼랑 끝에 몰린 세풀투라는 이에 질세라 흑인보컬리스트 데릭 그린을 영입해 [Against]를 내놓았는데, 메탈리카(Metallica)의 제이슨 뉴스테드까지 특별 게스트로 가세하여 고군분투한 이 앨범은 팬들의 찬반양론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앨범 자체의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서 그 동안 막스의 얼굴에 익숙해져 있던 팬들 앞에 등장한 험상궂은 인상의 낯선 흑인 보컬리스트는 당혹감 마저 안겨주었고 전임자 막스 카발레라에게 뒤지지 않는 고성방가 능력을 지닌 데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와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선례에서 보여지듯 '프론트맨이 교체된 밴드는 전임 보컬리스트가 재적하던 시기보다 성공할 수 없다'는 불문율의 문턱을 이들도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기존 세풀투라의 팬들은 막스의 소울플라이와 신생 세풀투라,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국내에서는 막스의 개성과 인기도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신생 세풀투라 보다 소울플라이의 인기가 월등히 앞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감상이 아닐 듯 하다).
한편 막스 카바레라는 소울플라이 활동이외에도 데프톤즈의 2집 [Around The Fur]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치노와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였고 1997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CMJ주최의 ‘CMJ New Music Marathon’에 연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1집 발매 이후 기타리스트 잭슨 반데리아가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소울플라이를 떠났고 투어를 위한 그의 공백을 머신 헤드(Machine Head)의 로건 메이더(Logan Mader)가 잠시 메우기도 했으며, 그룹은 스낫(Snot), (Hed)Pe와 함께 미국 투어를, 림프 비즈킷, 콜드(Cold)와 함께 유럽 투어를 감행함과 동시에 오즈페스트(Ozzfest)에 참가해 스테이지를 뜨겁게 달구었다.
한편 막스가 빠진 채로 그룹을 꾸려가고 있는 세풀투라의 새로운 앨범 [Nation]도 곧 공개될 예정인데, 결국 세풀투라와 소울플라이, 이 두 그룹은 1998년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앨범을 발표하게 되면서 여전히 묘한(?) 라이벌 구도를 변함없이 유지하게 되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세풀투라가 이번에 공개될 신작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더라도 막스를 구심점으로 한 멤버들의 충실한 단합과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의 화려한 게스트의 서포트로 일구어낸 소울플라이의 [Primitive] 앨범의 완성도를 능가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