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hog (스페이스호그)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1972년에 창조한 지기(Ziggy)는 1995년 스페이스호그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페이스호그는 1995년 데뷔작 <Resident Alien>을 통해 글램 록이 올드 스쿨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했으며, 데이비드의 견고한 아성에 과감히 도전했다.
또한 그들은 보위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광대한 우주로 발길을 돌렸다. 보위가 1969년 작품 <Space Oddity>와 1972년 <The Rise & Fall Of Ziggy Stardust>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1968년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의 고전 <2001 : A Space Odyssey>를 바이블로 삼고 있다.
우주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그들의 홈페이지(www.spacehog.com)를 방문해보면 그들의 우주관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미래주의자 스탠리 큐브릭이 말한 2001년이 현재로 찾아왔다. 이를 기념해 스페이스호그도 새 앨범 <Hogyssey>을 발표했다.
보컬과 베이스를 맡고 있는 로이스톤 랭든(Royston Langdon)과 그와는 형제지간인 기타리스트 안토니 랭든(Antony Langdon), 리드 기타리스트 리차드 스틸(Richard Steel), 드러머 자니 크래그(Jonny Cragg)의 라인업으로 이뤄진 스페이스호그는 1994년 결성됐다.
글램 록을 하는 그룹답게 그들은 영국 요크서의 리즈 출신. 활동의 본거지는 그러나 미국의 뉴욕이다. 뉴욕 이민 생활을 하면서 만난 동향의 사람들과 함께 한 것이다. 미국 음악의 중심지 뉴욕에서의 영국 음악. 그들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런 조합에서 사는 자신들을 '외계인'으로 표현했다.
허나 미국인들은 4명의 에일리언들에게 친숙함을 내비쳤다. 1995년 데뷔 앨범은 'In the meantime'이라는 스매시 히트곡을 터트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음반은 글램 록, 특히 데이비드 보위와의 극적인 조우를 표현하고 있다. 로이스톤 랭든의 목소리는 보위에 버금가는 다채로움을 지니고 있으며, 안토니 랭든과 리차드 스틸이 주조해내는 기타 리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리티시 로큰롤에 기반을 두고 모드, 브릿 팝, 얼터너티브 록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혀나간다. 제목부터 보위의 지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Starside', 'Candy man',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Ship wrecked', 몽환적인 자극을 전달하는 'Never coming down' 등에서 접할 수 있다.
알이엠(R.E.M)의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1998년 2집 <Chinese Album>에서 그들은 보위의 이미지 지우기에 온 힘을 집중시켰다. 전작을 통해 많은 이들이 데이비드 보위의 아류라는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중국인 앨범'이라는 타이틀로 들고 나온 것도 그 결과이다. 하지만 음악은 더욱 더 영국 색으로 뒤 덮여져있다. 브릿 팝의 트랜드를 따르면서도 글램 사운드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