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sailor (스타세일러)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창조성과 뮤즈(Muse)의 우울함, 그리고 트래비스(Travis)의 서정성을 집결시킨 스타세일러(Starsailor)는 영국 대중음악의 특수 양분을 고루 흡수한 브릿 팝의 결정체이다.
밴드의 프런트 맨 제임스 월시(James Walsh)의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창공을 누비는 U2의 보컬리스트 보노(Bono)의 가창력과 음유시인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호흡을 동시에 구비했다. 어쩌면 스타세일러는 밑도 끝도 없는 아류의 늪에 빠질 수 있는 위험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타세일러는 선배들의 음악을 흉내내기보다 수많은 영감들을 균형적이며 조화롭게 분배하는 실험에 도전해 누구의 추종자도 아닌 그들만의 독자적이고 이차원적인 음악 세계가 창건되었다.
1997년에 위건 음악학교를 다니고 있던 제임스 월시(보컬)와 제임스 스텔폭스(James Stelfox, 베이스), 벤 번(Ben Byrne, 드럼)이 조직한 워터페이스(Waterface)가 스타세일러의 모체였다. 언더그라운드의 카피 밴드로 활동하던 그들은 한층 더 탄탄한 사운드를 구축하기 위해 음악학교 시절부터 면을 트고 지내던 베리 웨스트헤드(Barry Westhead, 키보드)를 영입하면서 현재의 라인업을 갖추었다. 그룹명도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아버지인 팀 버클리(Tim Buckley)의 1970년도 앨범 타이틀을 인용해 스타세일러(Starsailor)로 개명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인디 시절에 발표한 데모 앨범으로 당시 제임스의 형이 일하고 있던 작은 클럽들을 전전하던 스타세일러는 자신들의 무대를 관람하던 영국의 저명한 음악 잡지인 <NME>의 기자에 의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게 되었다. 그 음악 기자가 스타세일러에 대한 과찬의 기사를 실은 것을 계기로 이들은 단숨에 음반업계의 주요 타깃이 되었으며 곧 EMI와 계약을 맺어 메이저로 등단했다.
유명 매체를 스폰서로 한 스타세일러는 싱글 'Fever'와 'Good souls'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영국 음악의 미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제임스 월시의 드라마틱한 보컬과 우울한 런던 하늘만큼 침울한 곡 구성은 제 2의 라디오헤드를 갈망했던 음악 팬들에겐 신선한 자극이었다. 여세를 몰아 2001년 8월에는 도브스(Doves), 해피 먼데이즈(Happy Mondays)와 작업했던 프로듀서 스티브 오스본(Steve Osborne)과 손을 잡고 데뷔작 <Love Is Here>를 발표했다. 앨범은 차트 2위에 랭크되었고 10월과 12월에는 전국 규모의 투어를 갖는 등 루키답지 않은 대형 라이브 무대를 경험했다.
이듬해인 2002년 1월에는 브리티시 인베이젼의 새로운 주자로 미국 투어에 도전해 적지 않은 성공을 거머쥐었다. 포크의 감수성이 녹아 내린 스타세일러의 음악은 폐쇄적인 미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무렵에 전설적인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를 만나 소포모어 징크스의 기우는 스타세일러와 이별을 고했다.
2003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Silence Is Easy>는 필 스펙터가 작업한 'Silence is easy'와 'White dove'만이 아니더라도 'Music was saved', 'Shark food', 'Bring my love', 'Four to the floor' 등과 같은 출중한 곡 구성과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겸비함으로써 스타세일러에게 하사된 '모범생 록 밴드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