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tooth (슈가투쓰)
슈가투쓰(Sugartooth)는 97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밴드지만 이미 94년에 밴드명과 같은 타이틀의 데뷔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중고 신인밴드다. 마크 허트너(Marc Hutner, 보컬·기타), 조쉬 블럼(Josh Blum, 베이스), 그리고 더스티 왓슨(Dusty Watson, 드럼)의 가장 간단하면서도(때에 따라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언급되기도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밴드의 형태는 추구하는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3인조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있을 것은 다 있는 3인조 밴드인 슈가투쓰는 스톤 템플 파일럿츠나 사운드가든, 슈퍼석커스(Supersuckers), 심지어 슬래이어의 무대에 오프닝으로 서면서 점차 인정을 받게 된다.
93년에 게펜 레이블과 계약하게 되면서 밴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데, 이듬해 곧바로 데뷔앨범 [Sugartooth]를 발표하게 되지만 그다지 큰 수확을 거두지는 못한다. 이후 4년 동안 절치 부심 하던 슈가투쓰는 첫 번째 앨범이 리프 중심의 직선적인 사운드였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두 번째 앨범은 기존의 음악과 차별적인 새로운 시도를 가미해 제작하겠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란 록음악에 테이프 루핑(Looping)을 이용한 드럼 사운드를 담겠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이미 여러 밴드들이 활용한 바 있었던 것으로, 프리머티브 라디오 갓즈(Primative Radio Gods)를 들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슈가투쓰의 이런 구상은 전작의 실패에 상업성을 가미한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이 작업을 위해 슈가투쓰는 두 번째 앨범의 프로듀스를 더스트 브라더스(Dust Brothers)에게 의뢰한다. 더스트 브라더스는 익히 알려진 바대로 97년 그래미 수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벡(beck)의 [Odelay]를 프로듀스한 바 있었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핸슨의 앨범에도 참여한 유능한 듀오다.
더스트 브라더스와 공동으로 앨범을 제작한다면 누가 봐도 독특한 사운드가 나올 것을 예상할 수 있을 텐데, 이런 기대감은 역시 틀리지 않는다. [Sounds Of Solid]라는 타이틀의 두 번째 앨범에는 록음악이 가진 원초적인 정열과 지미 헨드릭스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짙게 배어있는 블루스적인 감각, 때때로 하드코어 밴드의 강력한 리프를 느끼게 하는 공격적인 베이스 그리고 실제연주와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독특한 질감을 느끼게 하는 드럼의 조화 등, 3명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치고는 꽤 튼튼하고 완벽한 호흡을 느낄 수 있어 슈가투쓰의 인상을 강렬하게 남긴다. 이들이 얼마나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될지 장담하기 힘들지만, 이 앨범에 담긴 사운드로 슈가투쓰는 이미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