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 41 (썸 41)
오늘날 락 음악계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멜로딕 펑크. 모두가 보아왔듯 오늘날 펑크라고 불리는 것들은, 단순한 코드에 멜로디를 중요시하지 않았던 과거 펑크와는 달리, 좀더 구성적인 면모와 멜로디를 강조한 사운드를 내세우며 동시대의 음악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린 데이가 이룩한 네오 펑크의 줄기는 시간을 더하면서 멜로디와 테크닉 면에서 거듭 변화를 거쳐왔는데, 당시 기존 락 사운드에 대항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펑크는 팝 적이고 대중적인 면과 타협하며 어쩔 수 없는 진화의 과정을 겪었던 것이다.
이제는 거기에 랩을 섞는 일도, 얼터너티브, 모던락적인 멜로디를 섞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 그래서 사운드는 좀더 다양해지고 스타일리시 해진 반면, 초창기와 같은 펑크 정신은 찾기 힘들다. 지금의 하드코어가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이 당돌하며 시원한 사운드는 어느 시대에서나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락 음악계에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와 다양한 펑크 외 사운드의 유입은, 각각의 펑크 밴드들에게 밴드만의 독창성을 부여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2000년을 맞이하여 데뷔한 섬 41은 이 진화과정에서 탄생된 또 하나의 펑크 밴드이다. 캐나다 밴드인 섬 41은, 펑크팝의 기본기를 밑바탕에 깐 채로 풍부한 멜로디와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추구하는 밝은 분위기의 펑크팝을 선사한다. 데릭 위블리(Derick Whibley, 기타/보컬), 데이브 바크쉬(Dave Baksh, 기타/보컬), 콘 맥캐슬린(Cone McCaslin, 베이스), 스티브 조크즈(Steve Jocz, 드럼)로 구성된 밴드는, 1999년 ‘Island Records’와 계약하고 2000년 [Half Hour Of Power]라는 EP로 데뷔한 뒤, 오프스프링, 블링크-182, 마이티 마이티 보스톤즈와 같은 그룹들과 무대를 나누는 투어로 자신들을 알려갔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닦은 밴드는 2001년 [All Killer No Filler]라는 첫 앨범을 발표한다.
그린 데이, 블링크-182와 같은 밴드와 함께 작업한 바 있는 제리 핀(Jerry Finn)이 프로듀싱한 이 작품은, 선배 밴드들의 사운드 노선을 따르고는 있지만 섬 41만의 개성도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싱글로 커트된 ‘Fat Lip’은 섬 41의 선을 두지 않은 다양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그 안에는 랩메틀에 펑크팝, 모던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이 곡은 현재 빌보드 모던락차트에서 선전하며 블링크-182, 위저와 같은 선배 밴드들을 제치고 넘버원의 영광까지 안게 되었다. 그 외에 밝은 멜로디와 휘몰아치는 다이내믹한 드러밍으로 이루어진 펑크팝 ‘Nothing On My Back’과 같은 곡들은 과거 배드 릴리전 때를 떠올릴 만한 의기 넘치는 사운드로, 불과 50초도 안 되는 러닝타임의 ‘Never Wake Up’ 등도 존재한다. 작품은 대체적으로 라디오와 MTV에서 플레이되기에 적당한 동시대의 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들만의 개성에 대해선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박진감 넘치는 힘찬 사운드는 거부하기 불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