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i Childs (토니 차일즈)
1990년대 후반 국내 TV 드라마에 삽입된 처절하고 비장한 노래 'Dead are dancing'으로 비로소 국내에 알려진 토니 차일즈(Toni Childs)는 1988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얼터너티브 팝록 싱어 송라이터다.
그녀의 음악은 결코 밝거나 가볍지 않다. 무언가를 끝없이 고민하고 갈구하는 토니의 음악은 짙은 회색이나 보라색 이미지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에 대해 토니 차일즈는 ''나는 내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본 것과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용기있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것에 대해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작 그러한 본인의 음악 색깔과는 달리 밝은 햇살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에서 태어난 토니 차일즈는 1972년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공연을 보고 가수가 되겠다는 뜻을 세웠다. 일단 목표가 생긴 그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앞뒤 재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의 작은 바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취객들을 상대로 가수로서의 캐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작은 지류들이 모여 강을 이루고, 그 강들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이 기간은 그녀에게 내공 축적의 시간으로 자리 매김을 한 것이다.
1979년에는 영화 <탑 건>의 주제곡 'Take my breath away'로 알려진 뉴웨이브 팝록 밴드 베를린(Berlin)의 리드 보컬리스트로 몸담은 적도 있었지만 뉴웨이브와 신스팝 계열은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적 이상과는 방향타가 확연하게 달랐다. 미련 없이 베를린을 탈출한 이 고독한 싱어는 믹키 스틸(Micki Steele)과 잭 셔먼(Jack Sherman) 등을 규합해 토니 차일즈 앤 더 무버스(Toni Childs & The Movers)를 조직했지만 역시 이것도 오랜 생명력을 과시하진 못했다. 믹키 스틸과 잭 셔먼은 훗날 여성들만의 록밴드 뱅글스(Bangles)와 하드코어, 랩메틀의 시초격인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로 무대를 옮겨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토니 차일즈의 음악에는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매우 짙게 베어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민속 음악에 심취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는데 이것은 1981년부터 4년 동안 영국 런던에 머무는 동안 뿌려진 음악적 재산이다. 레게음악의 명곡 'Many rivers to cross'의 커버 버전이나 'Jimbabwae', 'House of hope'같은 노래들은 미국인이나 영국인의 관점에서는 이국적일 수밖에 없다.
1988년, 세상은 이 고독한 여가수의 데뷔작을 맞이했다. 이 앨범에 대해 유수의 음악 전문지들은 위대한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등장을 알린 음반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첫 싱글 'Don't walk away(72위)'로 그래미 두개 부문(신인상, 록부문 여자 가수상)에 후보에 오르면서 뛰어난 싱어 송라이터임을 공인 받았다. 록적이면서 펑키(funky)한 'Don't walk away'의 연주를 압도해버린 그녀의 소울풀한 보컬은 단연 최고였다.
1991년에 공개된 두 번째 앨범 <House Of Hope>에 수록된 'Dead are dancing'은 영화 <라밤바>의 음악을 담당했던 로스 로보스(Los Lobos)의 멤버 데이비드 히달고(David Hidalgo)의 기타와 아코디언이 더해져 구슬픈 가락을 배가시켰다. 원래 이 곡은 칠레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행방불명된 사람들에게 바쳐진 송가였는데 국내에선 엉뚱하게 드라마 속에서 남녀 주인공들을 위한 비련의 테마로 바뀌었다.
1995년 3집 <The Woman's Boat>를 발표해 다시 한번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