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y MacAlpine (토니 매칼파인)
토니 매칼파인은 정통 속주, 또는 기존의 바로크와는 또 조금 다른 방향의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매칼파인의 음악은 마치 Lee Ritenour나,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의 퓨전 재즈를 접하는 것 같다. 하모닉하면서도 재즈적 기법이 숨어있는 연주에 록을 이런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구나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듯 하다. 혹자들은 그를 가리켜 잉베이 맘스틴이 만들어낸 네오클래식이란 장르에 퓨전 재즈를 가미한 '네오 클래시컬 록 퓨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라고도 한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이후에 재즈와 록아티스트들이 - 그 중에서도 특히 기타 파트 - 고민하던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었다. 물론 록계열에서는 로버트 플랜트와 리치 블랙모어, 에릭 클랩튼 등이 한 획을 그었고 재즈 계열에서는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의 존 맥러플린이나 알 디 메올라, 파코 드 루치아, 그리고 블루스계의 카를로스 산타나 등이 자신들의 스타일을 전파하고 있었지만 지미 헨드릭스의 텍스트가 갖고 있는 것만큼의 카리스마가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하나의 보편적 공식화로 전환되지는 못하였다. 일렉트릭 기타의 암(arm)나 라이트 핸드 등을 사용한 재즈 아티스트들, 또는 재즈의 스윙 감각과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강맹 일변도의 록에서 변화를 꾀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기반과 도약에의 기본공식을 마련해 준 것은 지미 헨드릭스였다.
토니 매칼파인도 그러한 부류의 아티스트 중에 하나였다. 토니는 스프링필드, 버클리 음대에서 수학한 엘리트였으며 어렸을 적부터 천재로 불리웠다고 한다. 17살에 베토벤, 쇼팽, 리스트를 모두 익혔다고 한다. 이런 클래식(특히, 피아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타를 잡은 매칼파인은 데모 테입을 만들어 돌리던 중 86년 기타 플레이어(Guitar Player)지의 마이크 바니(당시 록계의 대부 중 한 사람)를 만나 첫 솔로 앨범인 [Edge Of Insanity]를 만들게 된다.
음악신동인 토니였던 만큼 테크닉에 있어서 전혀 손색이 없었던 이 앨범은 록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매칼파인은 단숨에 기타리스트 열강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당시의 상황을 보자면 지금보다 더욱 세션의 테크닉에 치중했던 것 같다. 당시는 기타리스트들의 전국시대로서 기타리스트들이 밴드 사이를 오가고 어느 기타리스트를 기용하느냐에 따라 밴드의 성향과 위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다. 잉베이 맘스틴, 마티 프리드맨, 제이슨 베커, 조지 린치, 리치 코젠, 그리고 토니 매칼파인 등등.
87년에는 M.A.R.S 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조성하여, [Project Driver MARS]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그 세션의 화려함 때문에 굉장히 유명한데 드럼의 토미 알드리지(Tommy Aldridge), 베이스의 루디 사조(Rudy Sarzo), 보컬에 로버트 록(Robert Rock)이 참여했다. 또 그는 같은 해에 두번째 솔로앨범 [Maximum Security]를 발표한다. 이 앨범에서도 토니의 유명세가 작용한 탓인지 참여 인물의 면면이 대단히 화려하다. 기타 세션에 토니의 스승격인 조지 린치, 에이트 핑거 주법의 대가 제프 왓슨, 유명한 바로크 드러머 딘 카스트로노보, 아트마 아누 등이 제작에 한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아트마 아누, 제프 왓슨은 제이슨 베커와도 같이 [Perpetual Burn]의 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그룹같은 일정 소속 없이 유명 세션맨으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90년에는 자신의 밴드인 매칼파인(Macalpine)을 조직하여 [Eyes Of The World]를 발표하였으나 보컬 지향이었던 이 밴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잠시 공백기간을 두고 그는 92년에 세번째 솔로앨범 [Freedom to Fly]를 발표했으며 이듬해인 93년에는 네번째 솔로앨범 [Madness]를, 94년엔 다섯번째 솔로앨범 [Premonition], 그리고 95년도 그의 대표작이라 칭해지는 [Evolution]을 발표한다. 이 앨범들에서 그는 퓨전과 록을 혼합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 '맨하탄 재즈'라 통칭되는 미국식 퓨전 재즈의 요소가 앨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물론 그의 음악적 우상인 듯 보여지는 쇼팽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2002년에 그는 여섯번째 앨범 [Violet Machine]을 발표했다.
잉베이 맘스틴이 바하와 바이올린에 영향받은 네오 클래시컬 록기타리스트라면, 토니 매컬파인은 쇼팽과 피아노 선율에 영향받은 네오 클래시컬 퓨전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텍스트는 독특하고 감미로우며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호평받을 수 있는 여건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