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K.L.E(엉클)
엉클(U.N.K.L.E)은 모왝스(Mo'Wax)레이블의 사장인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과 간판 스타인 DJ 섀도우(DJ Shadow)가 주축이 되어 계획한 일렉트로니카 씬의 슈퍼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인만큼 참여한 게스트의 면모도 화려하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Thom Yorke), 버브의 리차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 비스티 보이즈의 마이크 디(Mike D), 메탈리카의 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wstead)등.....이들 유명 인사들 외에 미래의 유망주라고 불리는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도 등장한다.
1998년 발표된 프로젝트의 공식 1집 <Psyence Fiction>은 인스트루멘틀 힙합 사운드의 '최종본'이자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실험적인 역작이다. 현란한 게스트들만큼이나 앨범의 수록곡들도 각기 다양한 맛을 청자에게 선사한다. 첫 곡 'Guns blazing (Drums of death, Pt. 1)'과 'Knock (Drums of death, Pt. 2)'는 제목 그대로 '실제 연주되는 드럼'의 죽음을 알리는 샘플링된 드럼 비트가 돋보이는 힙합 넘버이다.
그리고 'Unreal'과 'Celestial annihilation'은 모왝스 사운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힙합과 몽환적인 테크노 기법을 결합시킨 트립합 곡들이다. 특히 후자에서 저음의 관악기에 의해 형성되는 분위기는 사운드를 더욱 '트립'하게 변화시킨다. 하지만, 앨범의 진정 즐거운 순간은 다른 곳에 존재한다. 동시대의 영국의 목소리인 리차드 애쉬크로프트와 톰 요크는 각각의 곡들에서 예의 그 특별한 페르소나를 발휘함으로서 앨범의 클라이맥스를 형성하고 있다.
'Lonely soul'에서의 현악 세션은 버브 시절의 애쉬크로프트의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듯 하고, 'Rabbit in your headlights'는 톰 요크의 우울한 목소리와 함께 엔딩 송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또한 배들리 드론 보이는 'Nursery rhyme/Breather'에서 그 동안의 사운드와는 완전히 다른 헤비한 스타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음반의 사운드 메이커인 DJ 섀도우는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들을 현명하게 조율하면서 그의 음악 능력을 뽐내고 있다. 즉, 앨범은 사장인 제임스 라벨의 사업 수완과 DJ 섀도우의 걸출한 프로듀싱, 그리고 참여한 게스트들의 다양한 면모들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는 '마스터피스'이다. <Headz> 컴필레이션이 모왝스 사운드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면, 이 앨범은 그 '완결편'이라 할 수 있겠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본작 <Psyence Fiction>에서 속담은 그 의미를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