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40(유비포티)
영국의 실업수당 신청 카드넘버(Unemployment Benefit) 40의 준말인 유비포티(UB40)는 1980년대와 1990년대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팝 레게 밴드이다. 4명의 흑인과 4명의 백인으로 구성되어 '평등한 다민족 공동체'를 모토로 내걸었던 그들은 특히 시그니처 송인 'Red Wine'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전인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을 통해 전세계의 팬들의 뇌리에 '가장 성공한 메인스트림 레게 그룹'으로 남아있다.
때는 1978년. 유비포티는 당시 끝없는 경제의 추락으로 신음하고 있던 영국에서 밴드 발족의 깃대를 꽂았다. 형제인 로빈 캠벨(Robin Campbell, 리드 기타)과 알리 캠벨(Ali Campbell, 기타, 리드 보컬)의 주도 하에 얼 팔코너(Earl Falconer, 베이스), 미키 버튜(Mickey Virtue, 키보드), 브라이언 트래버(Brian Travers, 색소폰), 짐 브라운(Jim Brown, 드럼), 노만 하산(Norman Hassan, 퍼커션), 테렌체 “아스트로” 윌슨(Terence “Astro” Wilson, 랩) 등으로 구성된 그들은 최초 악기를 잘 다룰 줄 아는 멤버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 음악적 열정 하나로 뭉치며 앞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알리 캠벨이 바에서 행해졌던 일대일 격투에서 번 돈으로 장비를 구입해 연주하는 등, 고된 하루하루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다마호사(多魔好事)라고, 1980년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갑작스레 급변을 거듭했다. 프리텐더스(The Pretenders)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 뒤, 콘서트 장에서 그룹을 눈 여겨본 <그래듀에이트(Graduate)>사와 음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싱글 'Fool For Tonight'이 영국 차트 10위 권에 진입하면서 유비포티는 단 2년 만에 무명의 딱지를 떼어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같은 해에 발표한 데뷔작 <Signing Off> 역시 대박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레이블 <데프 인터내셔널(DEF International)>을 설립한 유비포티는 1년 뒤인 1981년 2집 <Present Arms>(영국 2위)을 통해 이후 전개될 차트 맹폭격의 전조를 알렸다. 수록곡 중 대처 시절의 경제상황을 비판한 'One in ten'이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 큰 히트를 기록했다.
1983년은 그룹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커버송 모음집인 <Labour of Love>이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 원곡의 싱글 'Red red wine'의 대활약에 힘입어 영국 차트 정상을 밟았던 것. 동시에 그들은 미국 차트에서도 최초로 얼굴을 들이밀며 그토록 원하던 대서양 횡단에 시작점을 찍었다.
1984년의 <Geffery Morgan>과 1985년의 <Little Baggaridim> 또한 반응이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크리시 하인드와 함께 부른 'I got you babe'(1위)와 'Don't break my heart'(3위)가 특히 많은 리퀘스트를 이끌어냈으며 이러한 폭풍과도 같은 히트 퍼레이드는 구(舊) 소련 공연의 계기를 마련해준 <Rat in the Kitchen>(1986)과 이후의 <Watchdogs>(1987), <UB40>(1988)까지, 도무지 사그러들 줄을 몰랐다.
1988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넬슨 만델라 자유 공연에서 'Red red wine'을 멋지게 부르며 관중들의 박수세례를 이끌어낸 유비포티는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서벌(西伐)에 나섰다.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 이후 내놓았던 음반인 <Labour of Love 2>에서 'The way you do the things you do'와 'Here I am' 두 곡이 각각 6위와 7위에 랭크되었던 것이다. 1993년에 출시되었던 <Promises And Lies>(미국 6위, 영국 1위) 역시 샤론 스톤 주연의 영화 <슬리버>에 삽입되었던 'Can't help falling in love'(1위)의 선전에 힘입어 유비포티의 장기집권체제 유지에 큰 기여를 해주었다. 레게 스페셜리스트로서 당시의 그들에게 대적할 이들은 거의 전무한 듯 보였다.
이후 1997년 <Guns in the Ghetto>를 발표하며 전세계 순회공연을 가졌던 그들은 1999년 닐 다이아몬드의 'Holly holy'가 소폭 히트한 <Lobour of Love 3>를 발표, 레게 음악의 전도사로서 식지 않는 열의를 잘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