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i Jon Roth(Ulich Roth) (울리 존 로스(울리히 로스))
철저히 상업성을 생각하지 않는 외골수 음악인생. 그의 음악을 얘기할 때 클래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몇 세기가 지난 후 지금의 바흐나 베토벤이 받는 명성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을 만한 뮤지션으로 손꼽히고 있는 울리 존 로스(울리히 로스)는 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나온 독일에서 태어났다. 1954년 12월 18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그는 47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꾸준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10초반부터 기타를 잡기 시작한 울리 존 로스는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음악을 듣고 카피하면서 록 기타리스트로의 꿈을 키워나갔다.
10대 후반에 던 로드(Dawn Road)와 같은 로컬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던 그는 같은 지역 출신의 록 밴드 스콜피온스(Scorpions)의 리드 기타리스트가 공백이 생겼을 때 새로운 기타리스트로 참여하게 된다. 초창기 스콜피온스는 지금의 팝적인 록음악과는 많이 다른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었는데 이런 그들의 사운드를 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울리 존 로스다.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을 받은 듯한 정통적인 록 기타 주법을 이용한 섬세한 손놀림에서 나오는 강력한 기타 연주는 스콜피온스가 음악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되던 초기 시절을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특히 그들의 초창기 라이브 앨범인 [Tokyo Tapes](78)는 피드백 주법 등 그의 강렬하고 화려한 기타연주가 고스란히 담긴 스콜피온스의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울리 존 로스는 스콜피온스에 재적했을 당시 2집 [Fly To The Rainbow], 3집 [In Trance], 4집 [Virgin Killer](77), 5집 [Taken By Force](77)에 참여했다.) 스콜피온스가 점차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되면서 음악적 견해 차이를 보이던 울리 존 로스는 자신의 음악을 위해 그룹을 탈퇴한다. 어쨌거나 이때부터 스콜피온스는 대중의 많은 지지와 함께 80년대 헤비메틀이 한창 인기를 얻을 때 잘 팔리는 그룹이 된다.
울리 존 로스는 그룹 탈퇴후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맞는 멤버를 모으기 시작했고 곡 드러머로 클라이브 벙커(Clive Bunker), 베이시스트에 울레 리크겐(Ule Ritgen)을 규합해 일렉트릭 선(Electric Sun)이라는 그룹을 만들게 된다. 78년 11월에서 79년 1월까지 3개월간 작업한 일렉트릭 선의 데뷔앨범은 앨범 자켓에 크레디트되어 있듯이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이 강하게 풍기는 하드록 음반이다. 울리 존 로스가 클래식을 자신의 음악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이전인 당시 데뷔 시절에는 헤비한 지미 헨드릭스라고 평가될 정도로 블루스와 하드록을 절묘하게 결합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전위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간간이 첨가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간직한 데뷔앨범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얻어낸 울리 존 로스는 80년 내내 2집 작업을 위해 힘을 쏟았고 그 결과물인 2집 [Fire Wind]를 81년에 내놓는다. 데뷔앨범의 노선을 충실히 이행한 2집에서 울리 존 로스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그의 연주에선 아직도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을 크게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점들이 'Indian Dawn', 'Lilac','I'll Be Loving You Always', 'Hiroshima' 등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스콜피온스 시절에 자신이 작곡했던 곡들인 'Sails Of Charon', 'We'll Burn The Sky', 'Dark Lady' 등과 같은 분위기와 스타일의 연주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한 가지 일화로 울리 존 로스가 그룹을 탈퇴할 당시에는 새로운 드러머로 헤르만 레어벨(Herman Rarebell)이 참가하는데, 그의 연주 스타일이 접목된 'He's A Woman She's A Man'과 같은 곡에서는 기타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울리 존 로스가 극단적으로 표명하면서 멤버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울리는 자신의 연주 스타일이 담긴 'Sails Of Charon'과 같은 곡을 선호했으며 공연시에도 자신의 곡을 많이 연주하길 원했다고 한다.)
어쨌든 두 장의 앨범은 그의 음악인생에 이렇다할 커다란 이정표를 세우지는 못했고, 단지 스콜피온스란 밴드 멤버가 아닌 솔로 기타리스트로서의 홀로서기였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기게 된다. 그리고 이후 4년여를 침묵하며 울리 존 로스는 록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4년 들어 새로운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팬들과 비평가들은 몇 년간의 공백기간이 그의 음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85년 일렉트릭 선으로서는 마지막 앨범인 3집 [Beyond The Astral Skies]가 발표되면서 팬들의 이런 의구심은 찬사로 바뀌게 된다. 비행기의 이륙할 때 나는 소리를 천둥소리와 같이 표현한 도입부를 들려주는 'The Night The Master Comes'에서부터 화려한 코러스를 들려주는 'Son Of Sky'까지 한편의 교향곡을 듣는 듯한 이 앨범으로 울리 존 로스는 클래식을 도입한 가장 훌륭한 기타리스트로 평가된다.(이 당시에는 잉베이 맘스틴이 앨범 [Rising Force]를 들고 나와 록 기타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때였는데, 잉베이 자신도 울리 존 로스의 [Beyond The Astral Skies]를 듣고 일대 충격에 빠졌다고 얘기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 작품은 아직도 80년대 이후 등장한 많은 기타리스트들에게 손꼽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바로크 음악의 현대적인 탈바꿈 내지는 바로크 메틀의 바이블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창작의 결과가 많은 부담이 되었는지 울리는 이후 10년여를 다시 침묵으로 일관한다. 95년이 되서야 울리 존 로스는 자신의 SF소설 [The Legends Of Avalon]을 기초로 하는 앨범 [Prologue To The Symphonic Legends Of Avalon]을 스카이 오브 아발론(Sky Of Avalon)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밴드로 발표하며 다시 록계에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Beyond The Astral Skies]와 같은 클래시컬 심포니 록 노선의 이 앨범은 키보드의 다양한 활용과 기타(이 앨범에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32프렛의 물방울 모양의 기타)의 다양한 톤 활용으로 인해 그 웅장함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본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하게 하고 있다.
클래식에 버금가는 스케일의 기타리스트, 아니 이제는 한 명의 오케스트레이션 지휘자가 된 듯한 그의 계속되는 작품들은 록음악의 위대한 금자탑을 쌓아 가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