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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19 22:41
Veruca Salt (베루카 솔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4  



Veruca Salt (베루카 솔트)
 


 
예전 금주법 시대엔 각종 갱단과 범죄로 이름을 떨쳤고, 그리고 지금은 스매싱 펌킨스, 어지 오버킬, 리즈 페어 등의 최근 유망 세력들로 음악팬들에게 인식되어 있는, 미국 내에서도 엄청나게 추운 도시 시카고 출신으로서 그곳 지역내 소규모 인디 레이블인 민티 프레쉬(Minty Fresh)에서 데뷔 앨범 [American Thighs]를 낸 베루카 솔트는 두 명의 여성 루이스 포스트(Louise Post, 리드 기타 & 보컬)와 니나 고든( Nina Gordon, 리듬 기타 & 보컬)이 프론트에 나서서 스티브 랙(Steve Lack, 베이스)과 짐 섀피로(Jim Shapiro, 드럼, 니나의 오빠)의 리듬 서포트를 받으며 밴드의 전 곡을 짓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여성2 + 남성2의 밴드이다. (이 라인업 탓인지 일본에서는 루이스와 니나를 유달리 영국의 존경스러운 인디 밴드 러쉬(Lush)의 미키와 엠마에 비교하곤 한다)


그리고 'Seether'가 사건을 내고 난 후 이들은 메이저 레이블 게펜과 배급 계약을 맺었고 메탈리카 등의 거물들이 소속되어 있는 유명 매니지먼트 Q-프라임 소속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당연히 이때쯤엔 욕하는 사람들과 말도 안 되게 부풀려진 악성 루머가 이들 주위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들 네 멤버 모두의 역사적 공통점인 이혼 가정 출신이란 점이 곡들에 미칠 영향을 너무 과장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퍼 싱글 'Seether'의 흥겨운 미드 템포 로큰롤링 하드 팝(처음에 등장하는 니나의 외침 "Oww!!"는 잊을 수 없는 첫 인상을 남긴다)이 주는 즐거운 그루브는 앨범 전체를 통해 꽤나 이질적인 성격일 정도로, 루이스와 니나의 나긋나긋한 액센트의 깔끔한 하모니는 그 외의 하나같이 음울하고 내성적이고 꺼림칙한 분위기를 띠는 (그리고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 가사의) 곡들에 진지하게 몰입되어 있다.


'Seether'를 만들어 처음 밴드의 합주 테스트를 치를 때 작곡자 니나는 곡에 들어가기 앞서 나머지 멤버들에게 "미안해, 용서해 줘"라고 고백했을 정도로, 그들은 전형적인 마이너-언더그라운드式 태도의 밴드에 분류될 성격이었다. (저 사죄는 곧 '뻔뻔스럽게도 너무 대중적인 팝 취향으로 짓고 말았어. 어떡하지?'의 의미였고 밴드는 그 때 별 생각 없이 그녀를 '용서'했다고. 그리고 우습게도 그 직후 이것은 밴드 최고의 히트작이 되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 'Seether' 조차도 니나의 결코 긍정적이지 못한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어느 날 자신이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의 얼굴을 불현듯 바닥에 짓밟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seething) 분노를 경험한 후 그런 폭력적 감정이 자신에게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스스로 충격 받은 그녀가 그 폭력적 부분의 내면을 3인칭으로 객관화(즉 'her')하여 표현한 곡인 것이다. (seether = seeth + her의 구조. 곡 중에서 이 단어는 의인화되어 있다)


루이스와 니나가 말하는 것처럼 이들의 데뷔작 [American Thighs]는 'Seether'를 위시해 그녀들의 '주위의 인간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려 몸부림치는 모습', 즉 아이덴티티의 탐색으로 전체를 관통시키고 있다. 그리고 아직 그(녀)들은 평소 존경해오던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의 제이 메이시스(J Mascis)와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을 졸이는 순진한 면을 유지하고 있는 신인들인 것이다. 물론 그 순진함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가 문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