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ki Sue Robinson(비키 수 로빈슨)
제목과는 달리 전혀 '스페셜'하지 못했던 영화 < 스페셜리스트 (The Specialist) >(1994년)를 본 사람이라면 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질 때 흘러나오던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이 부른 힘찬 주제가 'Turn the beat around'를 기억할 것 같다. 아니면 고층 빌딩 옥상에서 찍은 짙은 남색의 뮤직비디오라도. 영화 자체는 '최악의'로 시작하는 온갖 불명예스러운 트로피를 양산하였으나 주제가만은 빌보드 차트 13위까지 오르며 큰 인기를 누렸다. 굳이 영화 얘기를 들춰낸 이유는 이 화려한 댄스곡의 본래 주인이 비키 수 로빈슨(Vicki Sue Robinson)이기 때문이다.
1955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비키 수 로빈슨은 배우였던 아버지와 포크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우성인자를 물려받아 다양한 재능을 보유한 사람이었다. 여섯 살의 나이에 '필라델피아 포크 페스티벌(Philadelphia Folk Festival)'에 출전해서 재능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십대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 헤어 (Hair) >에 출연했으며 비지스(The Bee Gees), 크림(Cream) 등을 프로듀싱한 로버트 스틱우드(Robert Stigwood)에 의해 캐스팅되어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에서 연기력을 뽐냈다.
이후 웨이트리스와 모델 활동을 하였으며, 일본의 새디스틱 미카 밴드(Sadistic Mica Band)와 이츠루 시모다(Itsuru Shimoda)의 앨범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아가던 중 1970년대 중반 RCA 레코드사와 계약하여 네 장의 앨범-< Never Gonna Let You >(1976년), < Vicki Sue Robinson >(1976년), < Half And Half >(1978년), < Movin' On >(1979년)-을 발표하게 된다. < Never Gonna Let You Go > 앨범에 수록된 비키 수 로빈슨 최고의 히트곡 'Turn the beat around'는 같은 회사에 있던 알앤비, 디스코 밴드인 터치 오브 클래스(Touch Of Class)의 피트(Pete)와 제럴드 잭슨(Gerald Jackson) 형제가 작곡한 노래로 같은 해 여름 빌보드 팝 차트 10위 안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며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녀를 그래미 시상식 최우수 여자 팝 가수 부문에 노미네이트 시켰다.
또한, 그녀는 배우로서 로버트 미첨(Robert Mitchum)이 주연한 영화 < Going Home >과 < To Find A Man >에 출연하였으며,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블린(Maybelline)', '커버걸(Covergirl)' 등의 광고 삽입곡을 통해 오랜 기간 CM송 가수로도 활약했다. 1999년 자전적인 내용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 Vicki Sue Robinson : Behind The Beat >에 출연하며 연기를 병행했지만 암과의 투병 끝에 2000년 4월 세상을 떠나고 만다.
비록 비키 수 로빈슨이 팝계에 대표적인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로 기억되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Turn the beat around'는 각종 디스코, 댄스 컴필레이션 음반에 이름을 보이며 아직까지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본인의 서명과도 같은 히트곡처럼 그녀는 강하고 역동적인 목소리를 지닌 가수, 배우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