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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19 23:35
Vitalij Kuprij (비탈리 쿠프리)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85  



Vitalij Kuprij (비탈리 쿠프리)
 


 
키보드라는 악기는 록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비록 주류적인 악기의 자리를 기타에게 넘겨주긴 했지만 그 기타를 완벽하게 서포트해주는 요소로서 그리고 때론 기타를 압도하는 스피드와 멜로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악기로서. 딥 퍼플의 존 로드(Jon Lord), 유라이어 힙의 켄 헨슬리(Ken Hensley), 레인보우의 돈 에일리(Don Airey)와 데이빗 로젠탈(David Rosenthal), 잉베이 맘스틴을 위대하게 만드는데 공헌한 엔스 요한슨(Jens Johansson), 그리고 90년초에 등장하여 지금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춘 드림 씨어터의 케빈 무어(Kevin Moore) 등은 키보드의 위력을 여실히 증명해준 사람들이다.


키보드는 헤비메탈의 건조함을 완화시켜주고, 좀 더 색다른 록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진보적인 성향-Progressive'을 가진 밴드들의 대안이 되는 악기로서 존재해왔다. 90년 이후 대거 등장한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음악적 발현에서 키보드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많은 록아티스트들이 키보드의 주법과 음원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재원이 차츰 고갈되어 가는 록음악씬에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비탈리 쿠프리는 그러한 가운데에서 거의 재원이 바닥나 버린 네오클래식에 하나의 가능성을 새로이 제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비탈리 쿠프리는 우크라이나 태생이다.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9살 때부터 음악학교를 다녔고 12살에는 키에프의 음악 전문학교에서 클래식을 공부했다. 5년여의 기간동안 기본적인 작곡과 연주실력을 연마한 비탈리는 점차 록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밴드에 가입하기도 하는데 이때부터 클래식과 록의 접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나이 17세가 되던 91년, 스위스의 음악학교로 유학을 간 쿠프리는 기타리스트인 로저 스타펠바흐(Roger Staffelbach)와 만났으며 이것이 인연이 되어 쉬라프넬 레코드의 마이크 바니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마이크 바니는 그들에게 세션을 소개시켜주고 네오클래시컬 밴드 아텐션(Artension)을 결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아텐션은 지금까지 모두 3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비탈리가 굳이 솔로 앨범을 발표한 것은 시대적인 조류처럼 보여지기도 하고-밴드 아텐션의 다른 멤버들인 존 웨스트(보컬), 케빈 초운(베이스)도 자신들의 솔로앨범을 갖고있으며 존 웨스트의 솔로앨범은 국내에 라이센스로 발매되어 있다- 또, 보컬 지향의 밴드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없었던 그의 텍스트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마이크 바니와 비탈리 쿠프리의 약속에서 기인한 바도 무시할 수 없다.


하여간 그의 첫번째 앨범은 네오클래시컬 록 퓨전 기타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는 그렉 하우(Greg Howe)와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는데 대부분 그의 연주는 잘 알다시피 '흑인들의 블루스나 재즈'와 록의 연계를 주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비탈리 쿠프리와는 그다지 조화될 것 같지 않은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그렉 하우가 비탈리와 음반을 같이 작업한 이유는 비탈리가 그렉 하우를 연주 파트너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바니 사장이 네오클래시컬, 네오클래시컬 퓨전 기타리스트들의 음반을 들려주며 비탈리 쿠프리에게 맘에 드는 인물을 골라 보라고 했는데 그렉 하우가 그의 솔로 앨범에서 바흐의 곡을 리메이크한 'Bach Mock' 을 듣고 바로 그를 지목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때까지 비탈리는 네오클래식 기타 솔로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찌되었든 하우의 연주에 흡족한 비탈리는 그를 초빙하고 프로듀싱까지 부탁한다. 이렇게 하여 비탈리의 솔로 앨범 [High Definition].에서 비탈리와 그렉 하우의 전광석화같은 하이테크닉 연주가 경쟁하듯이 불을 뿜게 된 것이다. 마치 비탈리의 솔로 앨범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이 작업한 공동 앨범인 것처럼.


두번째 솔로앨범은 98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번에는 뉴 히어로로 지목받고 있는 조지 벨라스(George Bellas)와의 협연을 이루었다. 전작에서처럼-그렉 하우가 종횡무진 '날뛰던' 것처럼 -조지 벨라스의 기타가 앨범 전면에 부각되진 않으나 역시 하이테크니컬한 세션답게 곡의 분위기를 깔아주며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초고속 키보드 플레이와 맞먹는 엄청난 연주를 들려준다. 전작이 전형적인 네오클래식의 정통성을 들려준 것이라면 두번째는 21세기 지향의 '진보적인' 네오클래식의 성향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비탈리의 음악세계는 클래식 음악-특히 피아노-을 기반으로 하고있다. 쇼팽과 베토벤, 바흐의 선율이 록과 혼합되어 이전의 네오클래식 아티스트보다 좀 더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준다. 그런 만큼 80년대 이후 대거 등장한 기타리스트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테크닉으로 인해 발전의 한계에 다다랐는지도 모를 네오클래식에 하나의 발전상과 그리고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다수의 매니아들과 평론가들에게 인정받았으며 네오클래식의 장르를 대표하는 키보드 주자의 한 사람으로 부각된 그에게 21세기 록의 발전된 형태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