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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25 00:23
White Stripes, The(화이트 스트라입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1  



White Stripes, The(화이트 스트라입스)  

 

 

미국 디트로이트 록 듀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에게서는 록 스타의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카리스마는 차치하더라도, 뭔가 사람들을 끌어 들일만한 독특한 외적인 매력이 없다. 다듬지 않은 듯 아무렇게나 바람에 날리는 머리에 빨간 색 또는 흰색의 옷만을 고집하는 잭 화이트(Jack White)와 멕 화이트(Meg White)는 때론 시니컬하고 불만에 찬 듯 하며, 때론 세상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심드렁한 요즘 보통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록 스타들이라면 의례 '반짝이는 듯한' 강렬함과 화려함이 느껴졌고 그래왔지만,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정반대다. 빛나지도 않는다. 적어도 그들의 외양에서는.


하지만 지난 해 그들은 영?미 음악계에서 가장 환대를 받은 록 밴드였다. 디트로이트를 출발하여, 할리우드를 거쳐,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한 해 동안 대서양을 오가며 종횡무진을 했다. 디트로이트의 허름한 차고에서 씨앗을 뿌린 네오 개러지 록 사운드를 지구촌의 음악 흐름으로 일궈내는 데 성공했고, 이런 인기에 힘입어 잭 화이트는 영화 배우로 변신도 했고, 각종 연예담과 사건, 소문 등으로 인하여 가십난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4집 앨범 <Elephant>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미국 차트 6위,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한 음반은 2003년 음악계를 결산하는 미국 음악 전문지 <스핀(Spin)>과 영국 음악 잡지 <NME>에 의해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오는 2월 8일 열린 예정인 제4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4집으로 '올해의 앨범' 부분을 포함해 무려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이어 2월 17일 열리는 브릿 어워드에서도 '인터내서널 앨범'을 포함해 두 개 부분의 후보로 오르는 등 팝의 본고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2002년부터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한 '네오 개러지 록' 무브먼트의 전세계적인 확산을 들 수 있다. 2001년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3집 앨범 <White Blood Cells> 발표 이후 스웨덴 출신의 하이브스(Hives), 호주 출신의 바인스(Vines) 등의 일련의 신예 밴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네오 개러지 록 사운드는 주류 음악 문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들려주는 순백의 로큰롤 사운드는 온갖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외양을 잔뜩 꾸미고 형식주의에 빠져 고유의 도전 정신과 저항 정신을 잃어버린 요즘의 록 음악 트렌드에 경종을 울렸다. 록 음악의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성질을 회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그들이 지향하는 미니멀리즘과 깊은 관계가 있다. 빨간 색과 하얀 색이라는 단순 구도의 밴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록 음악의 기본 악기 편성인 기타, 베이스, 드럼의 삼각 편대에서 베이스도 없앤 최소주의의 추구는 록 음악의 뼈대, 그 자체이다. 잭 화이트가 미국 TV에서 방영하는 수술 프로그램의 애청자이고, 인체의 해부와 뼈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시체와 뼈들은 바로 우리의 본모습이죠. 겸허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록 음악이 낳은 부작용인 우월주의를 제거하고, 본연의 순수성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음악은 당연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특히 베이스를 폭파시키고 '기타' 중심의 로큰롤을 펼치기 위해서는 록의 뿌리인 블루스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델타 블루스의 거장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이스트 코스트 블루스의 전설 블라인드 윌리 멕텔(Blind Willie McTell), 그리고 슬라이드 기타의 거목 손 하우스 손 하우스(Son House)의 음악이 잭 화이트의 기타를 통해 울려 퍼졌다.


또한 밥 딜런(Bob Dylan)의 포크, 킹크스(Kinks)의 엑스터시 팝, 이기 팝(Iggy Pop)의 디트로이트 개러지 펑크 등에 이르기까지 원형질 록의 장르들이 잭 화이트의 기타가 이끄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를 통해 재현됐다. 이 점이 바로 평단에서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스케일 크고 덩치 큰 음악에 밀려 죽음의 늪에 빠져있던 록의 미학을 잘 부활시켜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잭 화이트 역시 “나는 정말로 내가 유행에서 뒤떨어진 오래된 가치들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한 바 있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1997년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잭 화이트와 드럼을 맡고 있는 멕 화이트에 의해 결성되었다. 잭 화이트가 손 하우스의 블루스 음악을 우연히 들으면서 밴드의 방향이 결정된 것. 데뷔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은 둘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했다. 단순히 이름과 생김새를 보아서는 남매지간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 둘의 행동거지를 보아서는 연인사이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되는 질문에도 언제나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침묵으로 일관을 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나 잭 화이트가 1975년 7월 9일 생이고, 누나라 여겨지는 주장하는 멕 화이트가 1974년 12월 10일 것을 감안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오누이라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또한 4집 앨범 발표 후 가진 <롤링스톤>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들은 록 평론가 닐 스트라우스에게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이로 밝힌 바 있다.


무엇이 진실이던 간에 신비의 듀오는 결성 된 해 데뷔 싱글 'Let's shake hands'를 발표하며 디트로이트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몇 장의 싱글 앨범을 추가로 내놓으며 인디씬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어낸 그들은 1999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쏘아 올리며, 미니멀리즘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그리고 2000년 2집 <De Stijl>, 1년 뒤인 2001년 3집 <White Blood Cells>를 통해 '새로운 모던 록의 출현'을 알렸고, 지난해 4집 <Elephant>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무균질 록에 대한 탐험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다. 뒤돌아보고 내다보고 돌려보는 그들의 음악에 대한 안목에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뿌리를 잃어버리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수박 겉 핥기가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진정한 록의 후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