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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25 07:50
Wilson Phillips(윌슨 필립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9  



Wilson Phillips(윌슨 필립스)  

 

 

가끔 천재 뮤지션의 자녀들이 불우하게 자라는 것을 본다. 그들의 명성이나 재능은 훌륭한 자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종종 그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부담과 억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자녀들은 부모의 기에 억눌려 지내기 일쑤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욱 문제가 되는 건 부모들이 제대로 된 부모역할을 못 할 때다. 팝 역사를 보면, 소위 천재로 불리는 뮤지션들의 상당수가 가정불화로 이혼해 딴 살림을 차리거나 약물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


존 레논이 그랬고, 밥 딜런이 그랬다. 때문에 그 아들인 줄리앙 레논과 월플라워스의 제이콥 딜런은 가슴에 큰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야만 했다. 'California dreaming'의 주인공 마마스 앤 파파스, 그리고 비치 보이스의 멤버들의 딸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들이 모두 이혼한 이유로 딸들은 한쪽 부모를 등진 채 성장했다.


그렇게 쓸쓸히 자란 그 딸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 바로 여성 팝 트리오 윌슨 필립스다. 마마스 앤 파파스의 존과 미셸 필립스의 딸 차이나 필립스, 그리고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의 두 딸 카니 윌슨, 웬디 윌슨으로 구성된 윌슨 필립스는 가녀린 팝 감수성과 부모들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하모니로 순식간에 팬들을 매료시켰다.


1990년 8월, 프로듀서 글렌 발라드(Glenn Ballard)와 이글스의 조 월시, 토토의 스티브 루카서 등 베테랑 뮤지션들을 초빙해 만든 데뷔앨범 <Wilson Phillips>는 무려 5백만 장이 팔려나갔다. 신인으로서는 놀랍게도, 'Hold on', 'Release me', 'You're in love' 등 3곡의 싱글차트 1위곡을 비롯해 5곡의 히트곡을 배출했다.


분명 이들의 실력도 꽤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아무래도 이름난 부모들의 위력이 컸다. 부모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유명세 덕에 데뷔 이전부터 화제를 모을 수 있었고, 데뷔하자마자 그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었다.


1992년 1월에는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의 기념앨범 <Two Rooms>에 참여해 'Daniel'을 녹음하기도 했다. 에릭 클랩튼, 로드 스튜어트, 티나 터너, 스팅, 조지 마이클 같은 최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앨범작업을 했다는 사실에서 윌슨 필립스가 꽤 평가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호응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1992년 7월 발표한 두 번째 앨범 <Shadows & Light>는 'You won't see me cry' 같은 히트곡을 내며 초반에 반짝하더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윌슨 필립스의 끝을 의미했다. 실패의 아픔을 견딜 수는 없었는지, 이듬해 트리오는 곧바로 해산했다.


팀 해체 후 윌슨 자매는 1993년 <Hey Santa!>를 내놓았고, 1997년에는 아버지 브라이언 윌슨과 화해하고 윌슨스(The Wilsons)라는 그룹을 결성, 앨범을 발표했다. 미모가 가장 빛났던 차이나 필립스도 역시 1995년 솔로앨범 <Naked And Sacred>을 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배우 윌리엄 볼드윈과 결혼한 필립스는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천재의 딸들'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분연히 뭉쳤던 윌슨 필립스는 90년대 초반 가장 성공했던 여성 트리오였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부모의 후광을 극복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보냈던 팬들의 사랑은 자신들의 옛 우상에 대한 잠시간의 예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부모를 이겨내기란 역시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