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 Spex(엑스레이 스펙스)
1995년 엑스레이 스펙스가 새 앨범 <Conscious Consumer>을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은 너무나 놀라워했다. 1978년 데뷔작 <Germ Free Adolescents> 이후 17년만에 공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Germ Free Adolescents>과 함께 펑크의 클라이맥스를 보내고 전격 해체한 그들이기에 재결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음악팬들, 특히 1970년대의 펑크 족들에게는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정말 이상한 복장(아마 약간의 통통한 몸매를 커버하기 위한 그녀만의 방법인 듯 싶다)과 치열 교정기를 펑크 아이콘으로 내세웠던 폴리 스티렌(Poly Styrene)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는 여전했으며, 로라 로직(Lora Logic)의 흥을 돋구는 색소폰 소리는 관록이 더해져 여유가 넘쳐 났다. 차트 흥행을 떠나 다시 돌아와 에너지 넘치는 펑크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으로 그들은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그만큼 펑크 도래기에 엑스레이 스펙스가 제공한 카타르시스는 대단했다. 그들은 단 한 장의 앨범으로 펑크의 정점을 찍었다. 그것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클래시(The Clash)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남성 그룹보다 더욱 남성적인 야수성과 저돌성을 간직한 그룹이 바로 폴리 스티렌의 스펙스였던 것이다.
또 스티렌의 가사는 무정부주의나 니힐리즘을 외치는 대부분의 펑크 밴드들과 달리 1970년대 영국 도시의 획일적이고 인공적인 패션을 싸잡아 비판하는데 치중했고, 개개인의 개성을 추구하자고 외쳤다.
엑스레이 스펙스는 학교 친구 사이였던 폴리 스티렌과 로라 로직에 의해 1976년 결성됐다. 이때 당시 그들의 나이 불과 열 여섯 살이었다. 듀오는 베이스에 폴딘(Paul Dean), 기타에 잭 에어포트(Jak Airport), 드럼에 B.P. 허딩(B.P. Hurding) 등 남성 뮤지션들을 영입하고 런던의 클럽 등지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1977년 <버진(Virgin)>레코드사와 음반 계약을 체결한 그들은 이 시대 최고의 펑크 보석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 'Oh bondage, up yours'를 발표했다. 폴리 스티렌의 째지는 듯한 보컬, 로라 로직의 멜로디를 타는 색소폰, 잭 에어포트의 선명한 기타 리프가 삼박자를 이룬 싱글은 흠잡을 데 없는 그들의 찬란한 지점이었다.
이런 그들의 독창적인 사운드 메커니즘은 1년 뒤인 1978년 내놓은 1집 <Germ Free Adolescents>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The day the world turned day-glo', 'Genetic engineering', 'Identity', 'Warrior in woolworths' 등이 주목할 만한 트랙들이다.
스티렌은 그러나 1979년 그룹을 해산하며 펑크의 영광을 뒤로했다. 이후 스티렌은 솔로로 독립하여 1981년 <Translucence>, 1986년 EP <God's & Goddesses>를 공개했고, 로직은 자신의 밴드 에센셜 로직(Essential Logic)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스티렌은 엑스레이 스펙스를 역사 속의 그룹으로 안치시키는 걸 거부하고 로라 로직, 폴 딘 등 오리지널 멤버들과 함께 극적으로 다시 가동시켰다. 재결합 후 그들의 이미지가 (시대 상황과 뒤떨어져) 비록 촌스럽고 복고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1970년대 후반 그들이 뿌린 씨앗들이 매우 앞서갔기에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