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Be3 (투비쓰리) 세계화에 나서는 그러나 미국 팝에 전염된 프랑스 팝 음악.
프랑스 최고의 3인조 팝 밴드 2Be3(Two Be Three)가 그들의 첫 번째 영어앨범을 발표했다. 2Be3는 지난 2장의 앨범으로 그간 영미권 보이밴드들에게 빼앗겼던 프랑스 음악팬들의 관심을 다시 프랑스 음악으로 돌리게 한 그룹. 자존심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프랑스인들 인지라 그들이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밴드다. 프랑스 음악계를 평정한 2Be3가 눈을 돌린 곳은 역으로 영미권. 이제 그들이 영어권 침공에 나섰다. 파트리샤 까스 같은 유명 가수의 샹송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프랑스 음악을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프랑스의 록이나 팝 음악은 거의 들을 수 없다. 국내 음반시장이 워낙 영미권에만 치중되어 있는 탓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프랑스의 록.팝 음악 자체가 워낙 기반이 취약한데다가 조금 있다해도 별 볼 일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프랑스 음악은 형편없는 음악의 동의어'로 통했을까. <뉴스위크>지의 로레인 알리 기자는 그 형편없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세기 후반 록이나 팝 밴드가 가장 심한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프랑스'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프랑스 음악이 무서운 상승기류를 타는 중이다. 특히 일렉트로니카 진영에서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산실'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타 듀오 다프트 펑크(Daft Funk), 마돈나의 최근앨범 <Music>을 프로듀스했던 미르와(Mirwais), 그리고 그룹명만큼이나 신선한 음악을 선사하는 2인조 밴드 에어(Air) 같은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프랑스 음악 수준 높이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에서 위와 같은 뮤지션들이 나섰다면 팝 진영에서 '프랑스 세계화'에 앞장선 주인공이 2Be3다. 필립(Filip Nikolitch), 프랑크(Frank Delhaye), 아델(Adel Kachermi), 이 세 명의 미남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소녀팬들에게도 통할만한 밝고 경쾌한 팝/록 사운드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결성과정은 급조된 다른 보이밴드들과는 약간 다르다. 우선 이들은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들이다. 멤버 중 프랑크와 아델은 초등학교 동창이며 필립도 중학교 시절에 만났다. 그때부터 이들은 함께 체육관에서 무술과 보디빌딩, 체조 등의 운동을 하며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마친 후 우선 모델, 댄서, 배우 같은 일을 하면2Be3 서 프랑스 최고의 팝 밴드가 되리라는 꿈을 키워나갔다. 특히 필립은 1995년 프랑스 방송국 <TF1>이 개최한 '올해의 모델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듬해인 1996년 필립과 두 친구는 2Be3를 결성했고, 데뷔앨범 <To Leave One Day>를 발표함으로써 드디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10대 시절에 우리는 바비 브라운을 아주 좋아했다. 그의 코러스 밴드 이름이 'to be free'라고 불렸다. 그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우리는 'to be three'라고 철자를 바꿔 그룹이름을 2Be3로 정했다.” 특이한 밴드명의 유래에 대한 멤버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음악적 영향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데뷔작은 프랑스에서 순식간에 2백만장이 팔리는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발매되는 싱글마다 차트를 석권하고 각종 상도 휩쓰는 등 승승장구했으며, 2년 뒤 출시한 두 번째 앨범 역시 1집을 넘어서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2Be3가 얼마만큼 좋은 차트성적을 기록했냐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무엇을 했냐 일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무엇보다 이들은 당시 프랑스 내에서 영미 보이밴드가 점했던 음악적 우위를 자국의 음악으로 되돌려 놓았다. 비록 한간에는 프랑스의 음악관계자들과 음악팬들의 애국심(또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통산 3번째 앨범 <Excuse My French>이다. 세계에 진출하는 첫 영어앨범인 만큼 도전적인 무언가를 시도했다기보다는 대중적이고 안전한 방식을 선택했다. 미국의 베테랑 프로듀서 데스몬드 차일드(Desmond Child)가 초빙되어 그 '보편주의'를 실행했다. 그가 누구인가. 에어로스미스부터, 본 조비, 셰어의 앨범까지 정통 미국 사운드를 주조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제작자 아닌가(리키 마틴은 예외로 했다). 영롱한 키보드와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는 'Even if'는 한번만 들으면 따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편한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 곡이다. 데스몬드 차일드가 2Be3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곡이며 첫 싱글로 낙점되었다. 팝/록 패턴에 멤버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하모니가 더해진 타이틀곡 'Excuse my french', 흥겨운 댄스 팝 'Can't stop my heart from loving you', 질주하는 듯 시원한 진행과 훅이 듣기 좋은 록 넘버 'I'll be your hero' 등이 듣는 맛이 있다.
그룹 멤버들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프로듀서가 개가를 거둔 작품이다. 확실히 데스몬드 차일드의 프로듀싱 능력은 탁월하다. 프랑스 밴드를 완전히 미국 입맛에 맞도록 말랑말랑하게 개조시켰다. 그 탓에 이 앨범은 프랑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기보다는 또 다른 미국 팝 밴드의 음악을 듣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의 자존심이 희석된 느낌이라 별로 유쾌하지 않다. 물론 미국 음악을 수용한다 할지라도 수준이 낮건 높건 간에 자신들의 것이 우선 되야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Be3는 세계 진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누구와 같이 음악을 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이들은 조지 마이클과 로비 윌리엄스를 꼽았는데, 그 바램대로 앞으로 그 정도의 재능과 카리스마 그리고 정체성을 획득해서 그들과 꼭 함께 하기를 기대해본다. |